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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루싸이트 토끼음악 2016. 3. 27. 14:46
봄날을 채우는 루싸이트 토끼! 봄에 들을 잔잔한 발라드라서 신사동 가로수길을 오후에 나른하게 걸으며 들었다.(오전에 회사 행사로 구두신고 신나게 뛰어다니느라 발이 엄청 아팠는데도 굳이 신사동을 간 이유가 이 음반에 있다.) 여성 보컬이 힘빼고 부르는 노래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앨범이라고, 봄에 듣기 좋은 잔잔한 음악이라고 즐겁게 생각할 뻔 했는데... 프로모션 비디오가 봄날에 예쁘게 빛받으며 낚시를 하는 내용이다. 낚시에서 뭘 낚는지는...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이 멜로디 분위기에 비해서 가사 내용은 다소 무거운 것 같다. 아픈 이야기를 나눠서 약간 체온이 올라가도록 도와주는 정도의 밸런스로 가사를 채웠다. 가사에 하고자 하는 말을 담되, 신파가 되지 않도록 멜로디와 편곡에 신경을 많이 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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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ound | The 1975음악 2016. 3. 24. 00:52
The Sound 물론 이 팀은 2013년 데뷔앨범을 내면서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지만... 살기 퍽퍽한 2016년에 들어보는 풍요로움의 잔향. 역시나 불황이 오래되면 반짝반짝하고 이쁜 것들이 그리운 법. 글램록도 영국의 불황과 어두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인기를 끌었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비교적으로 호황을 누렸던 시대 요소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유행으로 돌아오곤 한다. 이런 곡이 갑작스레 귀에 들어오는 것도 그런 기변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세계 전반적으로 동유럽 쪽을 제외하면 86~88년 전후는 3저호황으로 풍요로운 시대였다. 우리나라도 어려운 시기를 그럭저럭 수습하면서 88올림픽 개최하고 '도약'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던 시대고... (정치적으로 미성숙했던 건 일단 논외로 해야할 것 같다.) 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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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방에는 D7000이 있었다사진/일상 2016. 3. 18. 02:21
1년 쯤 전인가, 아부지께서 새로운 기종으로 옮겨타시며 기존 구기종을 처분하셨다. 그 중에는 내가 가지고 있던 D70도 있고 D90도 있었다. 사실 D70이랑 D90도 아부지가 신기종으로 옮겨가시며 물려주셨던건데... 세번째 득템이다. 2011년에야 D7000이 중급기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단종된 모양이다. 사실 나한테 고급기는 필요도 없고... 그냥 휴대전화 카메라로도 충분해서 전원 한 번 안 켜고 1년을 놔뒀다가 오늘 처음 만져봄. 몰랐는데 이거 영상이 찍힌다. 녹화 버튼이 있어서 눌러봤더니 동영상이 찍혔다. 우왕, 신기방기. 어영부영 조금씩 늘어난 렌즈때문에 절대 캐논으로 못 넘어가게 됐다. 제일 좋아하는 렌즈가 TOKINA제품 1개랑 SIGMA제품 1개가 있는데... 호불호가 갈리는 렌즈들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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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만약에 | 우주히피음악 2016. 3. 5. 23:56
"어쩌면 만약에" 불현듯 결정된 것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선택은 고민 끝에 나온다. 어쩌면, 만약에, 혹시나. 그렇게 수많은 상상 끝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하는 때도 있고, '역시나 두려워' 포기하는 때도 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이런 상념이 의미가 있을까. 이 노래는 완벽했던 한때가 낳은 완벽하지 않은 지금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별히 감정을 끌어내기 위한 기승전결도 쓰지 않고 그냥 담담하게 우리가 시작도 하지 않았더라면, 끝을 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읊조린다. 후렴에 화려하게 펼쳐지는 애드립, 고조시키기 위해 하나씩 더하는 악기와 쪼개지는 박자가 없이, 힘을 빼고 이렇게나 별 기교 없이 가사로 귀를 이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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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봐 | 웬디&에릭남음악 2016. 3. 5. 23:07
시즌송. 벚꽃엔딩 말고 다른 예쁜 노래가 듣고 싶어서 찾다가 듣게 됐다. 오늘은 비가 쏟아졌지만, 금요일같은 날씨에 벚꽃핀 한강변 산책 하면서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잔잔하고 웬디와 에릭남 목소리는 예쁘다. 특별한 전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멜로디가 특별히 예쁜 것도 아닌 평범한 노래인데, 가사처럼 봄이고, 노래를 구성하는 악기들이 딱 상큼한 분위기를 내기 좋고, 두 가수 목소리가 예뻐서 부담없이 듣기 편했다. 물론... 중간중간 아쉬운 부분은 있다. 강약조절을 하려고 한 번 잡았으면 한템포 쉬고 탁 놓을 때까지 긴장감을 주던가 해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닌 박자를 보인다. 전반적으로 콘트롤이 아쉽다는 거다. 잡은 것도 아니고 놓은 것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흘려보내는 게 계속되니 완성도가 높다고는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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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is 뭔들 | 마마무음악 2016. 3. 5. 22:30
아, 정말... 포텐은 엄청난데... 을 봐도 그렇고, 음악방송을 봐도 참 대단한데...노래 한 곡, 딱 한 곡이 이렇게 만나기 힘이 드나. 지금까지 마마무가 올라온 건 다 마마무 멤버들이 노래를 잘해서, 방송에서 깨방정떨며 매력포텐을 터트려서인 것 같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도 그저 그렇다. 도 사실 그닥 재미있게 듣지는 못 했다. 그냥 많이 정신 사나웠다. 노래가 마마무를 견인하는 게 하니라, 마마무가 가진 재능이 노래를 견인한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넣었는지 알 수 없는 소리도 들어가 있고, 제목부터가 별 고민이 없고, 곡에 딱히 흐름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후렴구가 귀에 확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수록곡이 수두룩 빽빽 12곡 패키지인데, 이 더 편했던 것 같다. 와 비슷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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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사진/기억 2016. 3. 5. 02:34
팔걸이에 단추가 툭툭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무대에 올라 피아노 앞에 앉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건반에 손을 올리고 숨을 들이 쉬어도 보이는 것은 없다. 첫음을 누르는 찰나, 그 때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쉽지 않겠구나.' 첫 단추를 끼우기 전에 알 수 있는 건 없다. 일이 잘 될 것인지, 아니면 어려울 것인지 알 수 없다. 첫 글을 써서 내 놓아 봐야, 첫 건반을 눌러 봐야, 첫 발걸음을 내딛어 봐야 어렴풋이 감이 오기 시작한다. 그나마 다행이고 불행인 것은, 그 감도 잘 맞지 않는다는 거다. 아기새는 첫 논문을 쓰기 시작했고, 그래서 마음에 여유가 없는 모양이다. '나혼자 산다'가 방송 중일 때 귀가해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내 방 앞에서 잠깐 서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