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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만약에 | 우주히피

by 리비 :)

"어쩌면 만약에"


불현듯 결정된 것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선택은 고민 끝에 나온다. 어쩌면, 만약에, 혹시나. 그렇게 수많은 상상 끝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하는 때도 있고, '역시나 두려워' 포기하는 때도 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이런 상념이 의미가 있을까.



이 노래는 완벽했던 한때가 낳은 완벽하지 않은 지금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별히 감정을 끌어내기 위한 기승전결도 쓰지 않고 그냥 담담하게 우리가 시작도 하지 않았더라면, 끝을 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읊조린다. 후렴에 화려하게 펼쳐지는 애드립, 고조시키기 위해 하나씩 더하는 악기와 쪼개지는 박자가 없이, 힘을 빼고 이렇게나 별 기교 없이 가사로 귀를 이끄는 노래는 또 오랜만이다. 


우리가 가진 음원 시장의 범주는 너무 좁다, 이런 음악이 살아남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면. 새삼스레 이래도 되나 싶다. 우리는 너무나도 전략과 마케팅으로 감성을 만들어내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음악이 쇼 비즈니스의 일부지만, 그래도 우리는 너무 그런 세상에 익숙하게 살고 있다.


앨범 하나를 히트하기 위해서 쓰는 모든 흐름과 전략들, 대중적인 첫 곡을 안전하게 선공개해서 음원히트 시키고, 그 여세를 몰아서 다음 곡을 공개하고, 정규 음악방송을 잡아서는 2% 개성을 더해서 약간 어렵지만 좋은 곡+선공개한 곡+그리고 타이틀을 무대에 세우고... 그리고 후속곡은 대중성은 있지만 타이틀로 세우기는 아리송한 반대 분위기 곡을 물려서 가고. 이렇게나 전략적이고 정치적인 판 속에서 멜로디와 악기, 가사가 제일 큰 무기인 소탈함을 만나서다.



좋은 노래를 듣고 누군가가 떠오른다고 하면 큰 실례겠으나, 클래식 기타와 첼로소리가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몰라도 데미안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가 떠오른다. 유사하다는 것이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이 비슷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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