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리비 :)
팔걸이에 단추가 툭툭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무대에 올라 피아노 앞에 앉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건반에 손을 올리고 숨을 들이 쉬어도 보이는 것은 없다. 첫음을 누르는 찰나, 그 때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쉽지 않겠구나.' 첫 단추를 끼우기 전에 알 수 있는 건 없다. 일이 잘 될 것인지, 아니면 어려울 것인지 알 수 없다. 첫 글을 써서 내 놓아 봐야, 첫 건반을 눌러 봐야, 첫 발걸음을 내딛어 봐야 어렴풋이 감이 오기 시작한다. 그나마 다행이고 불행인 것은, 그 감도 잘 맞지 않는다는 거다. 아기새는 첫 논문을 쓰기 시작했고, 그래서 마음에 여유가 없는 모양이다. '나혼자 산다'가 방송 중일 때 귀가해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내 방 앞에서 잠깐 서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