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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3일: 다시 심장이 뛴다 | KBS | 2017방송_영화 2017. 7. 22. 01:07
'생각하고 싶을 때는 역시 교양프로가 최고지.' 언시 준비할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차피 잠은 잘 안 잤고, 대신 그 시간에 뭔가를 쓰고 봤다. 취직한 지금도 뭔가 생각해내야 할 때는 계속 본다. 책이든, 만화든, 전시든, 영화든, TV든. 어차피 기획안대로 제작할 것도 아닌데, 뭐, 막말로 내가 연출도 아닌데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며 TV를 틀었다. 교양프로그램은 사람을 반성케 한다. 나는 고작 이런 사람이구나 반성하다가, 생각을 필사적으로 하게 된다. 몇년 전 한 다큐멘타리를 보고 생긴 습관이다. 대충 사려는 내 자신이 보일 때, '니가 대충사는 오늘은 누군가 간절했던 내일이다'라고 되새기게 했던 첫 다큐멘터리였다. 이런 다큐 어디 없나 뒤적거리던 중 KBS [다큐멘터리 3일]이 기억났다. 지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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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 2017방송_영화 2017. 7. 19. 15:16
스포일러 포함 아침 뉴스에 일본 총리가 한마디 했다는 내용이 뜨는 날에는 공항철도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헤매고 있어도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휙 지나가버린다. 어차피 대한민국에 일본어하는 사람이야 수두룩하고, 내가 꼭 도와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한국에서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으로 헤매는 일본인 가족에게 말을 건넸다. 시비를 다툴 것은 일본 내각이지 일본 민중이 아니라는 박열의 말이 생각나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이성은 이해하나 감성은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이따금 부끄럽다. 박열 의사를 연기한 이제훈 배우의 입에서 "일본 권력과 싸우지 일본 민중과 싸우냐"라는 대사가 나왔을 때도 그래서 부끄러웠다. 같은 이유에서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은 역사에 기록된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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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홈커밍 | 2017방송_영화 2017. 7. 19. 08:07
스포일러 포함 이 영화 너무 좋아 ㅠㅠ 나에게 마블과 소니의 차이점은 안도와 실망의 중간 쯤이다. 어벤저스의 마블과 엑스맨의 소니. 마블은 판타지에 현실을 섞고, 소니는 현실에 판타지를 얹는다. 다 잘 될 것같은 밝은 환상의 세계에서도 좌절하고 갈등을 겪는 마블의 시리즈를 볼 때면 묘한 안도감이 든다. 반면, 히어로들이 지극히 현실적인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다가 종국엔 사건이 잘 해결되는 소니의 시리즈를 보면 엇나가고 싶은 반항심이 삐죽 고개를 든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활약하지 못했던 스파이더맨이 마블로 건너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뻐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쉴새없이 깐족이는 모습마저 짠한 스파이더맨이 상큼발랄한 마블의 세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했던 팬들이 적지는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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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ing the Nutcracker | BBC | 2016방송_영화 2017. 4. 17. 12:44
Dancing the Nutcracker inside the Royal Ballet, BBC, 2016호두까기 인형을 춘다는 것, 영국 로열발레단을 엿보다 크리스마스, 전세계 많은 발레단이 이 시즌에는 을 무대에 올린다고 한다. 영국 로열발레단도 마찬가지. 가장 큰 레퍼토리 의 막이 오를 때까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다. 크리스마스 당일에 BBC2에서 오후4시 특집방영됐다. 다큐멘터리의 명가 BBC가 최초로 로열발레단의 일상을 팔로우한 프로그램으로 캐스팅 명단을 발표하는 것부터 슈가플럼페어리가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모습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겼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발레리나들의 이야기다. 2014년 프린시펄로 승급하고 본격적으로 중요한 커리어를 다지고 있는 프란체스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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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 2017방송_영화 2017. 4. 17. 12:30
새로울 건 없다. 그래도 충분하다. 원작을 실사 영화로 만들어냈다는데 의의를 두고 보면 눈이 즐겁다. 이 영화에 기대한 부분도 딱 그정도다. 화려한 그래픽에 익숙한 어린 세대는 그 나름대로, 어린 시절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를 접했던 이들이라면 그들 나름대로 전세대가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큰 변화없이 이정도 퀄리티를 이끌어내는 데는 완성도 높은 원작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1991년 발매된 원작 애니메이션은 원작동화를 넘나드는 캐릭터 개발과 해석으로 디즈니 역사에 남을 수작으로 회자된다. 실사화를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그러나 제작진은 이 어려운 작업을 디테일한 설정 강화와 발전된 CG를 앞세워 수행한다. 그 정점은 야수 몰래 벨에게 만찬을 제공하는 성 안의 집기들이 보여준 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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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제169회 정기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공연_전시 2017. 4. 4. 21:52
도도하고 멋지다. 클래식발레, 그 몸짓 자체가 그렇다. 극도로 정제된 몸의 움직임,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신체활동범위에서 오는 비현실감, 그 와중에 발현하는 얼굴과 손 끝의 감정표현이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제169회 2017년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를 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영국의 로열발레단(The Royal Ballet)에서 보여준 리허설생중계다. 맨하단에 덧붙일 이 영상에서는 모니카 메이슨(Monica Mason) 감독이 숲속의 나쁜 요정 카라보스 역할 데뷔를 앞둔 솔리스트 올리비아 코울리(Olivia Cowley)의 첫 마임 리허설을 전반부에 보여준다. 후반부에는 페어리 배리에이션의 안무 리허설이 나오는데, 귀여운 카라보스도 만나고 싶고, 카나리 페어리 배리에이션이 보고 싶어서 바로 예매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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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P무용단] 제17회 정기공연공연_전시 2017. 4. 3. 18:14
공연 흐름에 대한 스포일러성 서술 포함 유의이하, 공연내용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부 안무: 에릭 랑게(Eric Languet)출연: 류진욱, 장원호, 강혁, 이정민, 정건, 전우상, 임샛별, 김보람, 김수인, 정록이, 이주희, 양지연, 한윤주2부 안무: 김동규출연: 천종원, 이선태, 김성현, 윤나라, 임종경, 전우상, 장지호, 임샛별, 양지연, 정록이, 신호영, 이홍 내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이번 LDP의 정기공연은 지금 시대를 향한 안무가와 무용가들의 애정어린 관찰보고서였다. 현대무용은 난해하다. 동작을 봐도 어렵고, 해석하려고 들면 헷갈린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공연장에 발을 내디뎠다. 모르겠으면 그냥 무용가의 몸짓만 눈에 담고 와야지. 저 동작을 저정도로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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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an Bandit Live Tour in Seoul공연_전시 2017. 1. 9. 11:44
클린밴딧Clean Bandit이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일본 오사카 투어를 마치고 서울로 향한 이들은 YES24홀(악스홀)에서 처음으로 한국 팬들을 만났다. 이번 공연은 결성 때부터 함께 했던 닐 밀란 아민 스미스Neil Milan Anim-Smith의 탈퇴 이후 이들이 어떤 구성으로 무대를 꾸미는지 한국 팬들이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진짜 딱 음악만 신나게 듣고 오는 그런 공연이었다. 잭 패터슨Jack Patterson, 루크 패터슨Luke Patterson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고 그레이스 샤토Grace Chatto도 딱 노래하는 목소리 정도만 들을 수 있다. 립서비스 멘트들은 두 명의 객원보컬이 담당했다. 이게 크게 누가 되지는 않는 것이, 이들은 퍼포먼스 그룹이라기보다는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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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s of the D'Urbervilles | BBC | 2008방송_영화 2016. 12. 14. 15:58
오랜 만에 보는 BBC 드라마 토마스 하디의 소설 를 재해석한 4부작 드라마로 EBS에서 방영한 바 있다. 다시 본 이유는.... 신비한 동물사전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에 출연한 에디 레드메인이 또 연기를 너무 잘해서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럼펄트에게 구애의 춤을 추는게 어찌나 천연덕스럽던지, 이 장면을 구상할 때가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이었다는 인터뷰가 무색할 정도였다. 여하튼 각설하고. 는 쇠락한 명문가 핏줄의 아름다운 시골처녀 테스, 돈으로 명문가의 족보를 산 알렉 더버빌, 그리고 성직자 집안의 셋째아들 에인젤 클레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간략한 줄거리는 아름답지만 어리숙한 테스의 인생을 두 나쁜 남자가 어떻게 망치는가다. 알렉은 순진한 테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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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컬쳐프로젝트 장 폴 고티에 전공연_전시 2016. 5. 6. 22:51
현대카드에서 장 폴 고티에의 오뜨꾸뛰르 콜렉션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의상을 다 사진으로 올리면 아쉬우니 맛보기 몇 장만을 올린다. 내가 장 폴 고티에의 오뜨꾸뛰르 의상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언제 또 있겠나 싶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가서 보아야 감상이 배가 된다는 소리다. 장 폴 고티에의 의상은 일견 '외설적'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대표적인 의상들이 가진 이미지 탓이다. 하지만 그런 오뜨꾸뛰르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아름다운 인체 비율을 강조해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해방한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또한 남성에게 '남성성'에 갇히지 말 것을 주문한다. 그냥 사람에게 사람일 것을 제안하는 자유로운 영혼인 셈. 수작업으로 모든 의상을 만드는 오뜨꾸뛰르 작업 과정은 대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