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Tess of the D'Urbervilles | BBC | 2008

by 리비 :)

오랜 만에 보는 BBC 드라마 <테스>


토마스 하디의 소설 <테스>를 재해석한 4부작 드라마로 EBS에서 방영한 바 있다. 다시 본 이유는.... 신비한 동물사전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에 출연한 에디 레드메인이 또 연기를 너무 잘해서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럼펄트에게 구애의 춤을 추는게 어찌나 천연덕스럽던지, 이 장면을 구상할 때가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이었다는 인터뷰가 무색할 정도였다.



여하튼 각설하고.


<테스>는 쇠락한 명문가 핏줄의 아름다운 시골처녀 테스, 돈으로 명문가의 족보를 산 알렉 더버빌, 그리고 성직자 집안의 셋째아들 에인젤 클레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간략한 줄거리는 아름답지만 어리숙한 테스의 인생을 두 나쁜 남자가 어떻게 망치는가다. 알렉은 순진한 테스를 꼬셔 놓고 테스가 임신하자 모른척한다. 테스가 아빠 없이 낳은 아이 슬픔Sorrow이는 태어난지 얼마 안 되어 목사의 세례도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이같은 과거를 속죄하기 위해 테스는 목장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이 곳에서 에인젤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테스의 과거를 결혼 첫 날 듣게 된 에인젤은 테스를 이해하지 못하고 브라질로 떠난다. 이후 테스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가정이 경제적으로 더 기울자, 에인젤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유혹하는 알렉과 함께 살게 되고, 뒤늦게 돌아온 에인젤을 만난 테스는 알렉과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알렉을 살해한다. 테스는 에인젤과 경찰을 피해 도망가지만 결국 잡혀 사형당하고, 에인젤은 여동생과 집안을 부탁한다는 테스의 유언을 받아들여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짧게 적자니 그냥 치정소설이다. 하지만 읽어보면 다른 내용도 풍부하다. 테스와 결혼한 첫날 밤, 정조가 없음을 고백하는 에인절을 테스는 용서하지만, 정작 에인젤은 테스의 과거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부터 왜 여성의 가치가 남성의 존재와 인정에서 시작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 밖에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적인 비판도 겸하고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젬마 애터톤, 에디 레드메인, 한스 매티슨이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는 논란의 소설인 <테스>를 배경으로 한 멜로 드라마에 가깝다. 소설 자체는 당시 사회의 부조리함을 잘 짜여진 구성에 담아내고 있지만, 드라마는 젬마 애터톤과 에디 레드메인의 꼬일대로 꼬인 사랑 이야기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소설을 흥미롭게 극으로 볼 수 있도록 잘 소화했다는 이야기다.


그 중심에는 잘 다듬어진 극본, 아름다운 영상미, 배우들의 열연이 있다.


특히 배우의 이미지를 극적으로 잘 활용한 점은 발군이다. 극의 내용으로만 보면 테스 원톱 주연에 알렉은 바람둥이 나쁜놈, 에인젤은 앞과 뒤가 다른 나쁜 놈 역할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에인젤에게 남자 주인공의 역할을 맡기고, 에디 레드메인의 연약하고 소년같은 마스크를 활용했다. 그 결과 에인젤은 우유부단해서 사랑하는 여자의 과거를 회피한 평범한 남자 주인공이 됐다. 소설의 사회적 메시지는 약해지지만, TV에 방영하는 드라마로서의 흥미도는 높아진다.


4시간 분량의 극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야기 진행은 전혀 느리지 않다. 각 에피소드마다 테스가 인생에서 겪는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에 집중하고 있어 좋은 속도감을 보여주는 점도 훌륭하다. 또한 장면장면이 다 눈이 트일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결론은 잘 만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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