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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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 정이현책 2014. 5. 29. 22:26
밍밍이라는 이름은 지난번 생일에 만났던 그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 자신을 라오밍, 늙은 밍 아저씨라고 부르라던 엄마의 중국인 친구. 그가 선물해준 향수를 아이는 책상서랍 맨 아래칸에 넣어 두었다. 이따금 뚜껑을 열어 레몬향을 맡아보기도 했다. 엄마가 그렇게 하는 것처럼 스프레이를 손목에 가져다댔으나, 노즐을 누르는 대신 반추명한 살갗 밑으로 곧게 뻗은 실핏줄들만을 물끄러미 들여다봤다. 가늘고 흐리고 푸르스름한 그 선들을 보고 있으면 얼음장 아래 누워 잠든 실뱀을 바라보는 것처럼 왠지 슬퍼졌다.전에 쓰던 손때 묻은 키보드와 모니터를 어디다 치웠는지 궁금하기만 했다. 작별인사도 못했는데, 미안하게. 아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아이는 새 컴퓨터와 천천히 정을 들여갔다. 쭈뼛쭈뼛, 조심조심, 언젠가부터 새 바이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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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행동의 심리학 | 조 내버로책 2014. 5. 10. 15:54
남의 마음이 알고 싶어서 산 책이지만 별 도움은 되지 않았던...이렇게 살면 너무 머리아프잖아요누구나 상대방 마음 속에 스파이 하나 쯤은 심어놓고 싶은 거잖아요. ...근데 어디 그게 쉽나요. 나와 대화하는 당신의 마음을 살짝 훔쳐보고 싶어서 작년 초 구매한 책이다. 글쎄, 도움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이 책은 심리학 책도, 범죄학 책도 아니다. 그 어떤 것도 아니다. 그냥 활자와 정보가 담겨진 책일 뿐이다. 호기심에서 가볍게 읽기에 적합하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어서 현실에서 써먹겠다는 생각은 접어두는게 좋다는 말이다. 재미도 그다지 많지 않다. 차라리 몇 가지의 단서들을 FBI 수사관 활동 당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풀어내는게 더 재미있을 뻔 했다.그림을 통해 정보들을 중점적으로 나열하고, 거기에 몇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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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 | 정현주책 2014. 4. 26. 00:53
산책하기 알맞은 날이면 좋겠다고, 여자는 그들의 내일에 대해 말했다. 남자는 웃으면서 돌아섰다. 전화번호는 묻지 않았다. 반드시 만날 것을 아는 사람에게 열한 자리 숫자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시간과 함께 낡아질 것을 걱정하지 않고 깊어지면 된다.' 하루하루 깊어지고 편안해지며 이제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게 된 남자가 옆에 있어 여자는 고마웠다.아픔을 잊었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숨기며 살아간다. 단단해서가 아니라 약해서 말이다. 있든 그대로 세상을 만나면 무서져 버릴 까봐 겁이 나서 보호막을 치는 것이다. 여자는 자신에게 물었다. 정확한 답은 알 수 없었다. 혼자 상상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생각이 쉽게 나쁜 쪽으로 흐른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생 안전한 새장 속에만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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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리학 시간과 우주의 비밀에 답하다 | 숀 캐럴책 2012. 7. 11. 01:27
현대물리학 시간과 우주의 비밀에 답하다저자숀 캐럴 지음출판사다른세상 | 2012-03-30 출간카테고리과학책소개인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키워드, ‘시간의 물리학’ 물리는 우... 어렸을 때부터 과학이나 수학은 진짜 완전 너무 싫었다. 그래서 수학과 관련된 경시대회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상을 타 본 적이 없었고, 그걸 좀 '극뽀오옥~' 해 보고자 고등학교는 이과로 진학했으나 무참히 깨졌고, 난이도를 낮춘 수학에 도전하는 의미에서 대학에선 경제학을 공부했으나 수식-그래프-통계 모든 분야에서 참패했다.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한건지.) 조금이라도 수학과 물리에 가까워보고자 선택한 책이 '초끈이론'에 대한 핸디북이었다. 하지만 '초끈'은 왜 '초끈'인 것인지, '초끈'은 진짜 끈처럼 생겼는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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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 베르나르 베르베르책 2009. 5. 25. 19:00
모든 미술시간과 과학시간에 모두 나왔던 것, 뫼비우스의 띠! 안팎이 없는 이상한 띠,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고 모양도 간단하다. 하지만 이것의 시초는 꼭 기적같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심지어 콜럼버스의 달걀은 약간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데, 뫼비우스의 띠는 억지라곤 찾아볼 수 없이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기까지 하다. 뫼비우스의 띠를 글로 풀어놓은 것 같은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인기가 많은 작가다. 이 책의 플롯은 간단하다. 망가져버린 지구에서 인류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뽑아서 다른 별로 보내는 여행의 과정이다. 남은 사람들의 안위와 상관없이, 단지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 선택된 이들만을 다른 은하계로 보낸다는 약간은 잔인한 내용. 이거... 영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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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책 2008. 10. 2. 21:04
정신 차려보니 이 책이 집에 있었다. 교보문고에서 사 온 것은 맞는데 언제, 어떻게 이 책을 골라왔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은 반어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다. 1. 일단, 책 속에 위녕의 막내 동생으로 제제가 나오는데, 제제는 의 주인공 꼬마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동방신기의 멤버 영웅재중을 팬들이 부르는 애칭이기도 하다. 2. 요즘 주말 드라마 중에 '유리의 성'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에 성씨가 다른 3명의 자녀를 키우는 여성이 나온다.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입니까." 이혼 가정에서 자라나는 자녀가 성장하는 성장소설이라는 점은 제쳐두고, 이 책을 덮었을 때 기억나는 구절은 '네가 한 나쁜 결정에 대한 공범자가 되어 주는 것이 엄마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였다.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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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로 세계읽기 | 이찬수책 2008. 10. 1. 21:49
학원을 다닐 때 늦은 밤, 옥상에 올라가서 주위를 둘러보면 사방에 교회의 십자가가 빛나고 있다. 한 번 세어봤었는데, 대략 20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자리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치 치고는 매우 높은 수치이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에서 사찰을 방문하기 마련이다.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수학여행에서 불국사와 석굴암을 관람했을 것이고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에 안도를 느낀다. 또 누구나 한 번쯤은 친구와 명동성당에 들러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신년이 다가오면 신년 운세를 보며 새로운 다짐을 하고 TV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송되는 무당들의 이야기를 보며 무속신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한다. 우리 생활에는 알게 모르게 여러 신앙들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종교들이 터를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