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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정신 차려보니 이 책이 집에 있었다. 교보문고에서 사 온 것은 맞는데 언제, 어떻게 이 책을 골라왔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즐거운 나의 집>은 반어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다.

1. 일단, 책 속에 위녕의 막내 동생으로 제제가 나오는데, 제제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꼬마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동방신기의 멤버 영웅재중을 팬들이 부르는 애칭이기도 하다.
2. 요즘 주말 드라마 중에 '유리의 성'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에 성씨가 다른 3명의 자녀를 키우는 여성이 나온다.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입니까."


이혼 가정에서 자라나는 자녀가 성장하는 성장소설이라는 점은 제쳐두고, 이 책을 덮었을 때 기억나는 구절은 '네가 한 나쁜 결정에 대한 공범자가 되어 주는 것이 엄마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였다.

위녕은 어떻게 보면 애늙은이같지만, 가만히 보면 그냥 모든 감정에 무뎌져버린 정말 어리고 여린 소녀일 뿐이다. 외형 상 가족이지만 위녕의 마음에서 인정하지 못했던 새엄마보다는 자신을 더 믿어줄 거라 생각했던 아빠에게서 위녕은 여러번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아빠는 위녕의 상처를 알 수 없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을테니까. 위녕은 결핍되었던 '믿음'을 찾아, 10대의 마지막을 엄마와 보내기 위해 엄마를 찾아온다.

엄마와 지내면서, 엄마를 이해하게 된 위녕은 책의 종반에서 아빠를 찾아간다.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보여주고,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아직 위녕은 왜인지 모르지만, 삶의 선배인 엄마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엄마는 위녕을 말린다. 하지만 위녕은 그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따른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아빠는 위녕에게 상처를 받는다.

이 결과를 접한 위녕은 그제서야 자신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왜 말리지 않았냐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위녕에게, 엄마는 말렸음에도 선택을 바꾸지 않는 위녕을 보며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며 덧붙인다.

"그냥 나쁜 결정에 동참해주는 것, 그것에 대한 후회를 같이 해 주는 것, 그저 나쁜 결정에 대한 동지가 되어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세상 모두가 다 나의 나쁜 결정에 동참해주는 것은 아니다.  나의 나쁜 결정을 보며, 가족이 아닌 사람들은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 영향권 밖으로 나가려고 할 뿐이다.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책임을 같이 져 주는 것이 가족일지도 모른다.




즐거운 나의 집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지영 (푸른숲,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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