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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리학 시간과 우주의 비밀에 답하다 | 숀 캐럴

by 리비 :)



현대물리학 시간과 우주의 비밀에 답하다

저자
숀 캐럴 지음
출판사
다른세상 | 2012-03-30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인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키워드, ‘시간의 물리학’ 물리는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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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과학이나 수학은 진짜 완전 너무 싫었다. 그래서 수학과 관련된 경시대회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상을 타 본 적이 없었고, 그걸 좀 '극뽀오옥~' 해 보고자 고등학교는 이과로 진학했으나 무참히 깨졌고, 난이도를 낮춘 수학에 도전하는 의미에서 대학에선 경제학을 공부했으나 수식-그래프-통계 모든 분야에서 참패했다.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한건지.) 조금이라도 수학과 물리에 가까워보고자 선택한 책이 '초끈이론'에 대한 핸디북이었다. 하지만 '초끈'은 왜 '초끈'인 것인지, '초끈'은 진짜 끈처럼 생겼는지에 대한 궁금증 해결에 한참이 걸렸다. 역시 물리와 수학은 내 읽을거리는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던 봄날의 기억이다.

물리에 대한 호기심은 완전히 버린 줄 알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영어를 듣고 말하고 싶어 졌고, 그래서 셜록 스크립트를 다시 외우기 시작했고, 셜록을 보다보니 베니(Benedict Cumberbatch)가 좋았던 기억이 떠올랐고,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베니의 드라마 호킹을 다시 봤고, 그 속에 나온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졌다. 교보문고로 달려갔다. 그리고 과학코너에서 드라마에 나온 모든 내용이 짧게 나온 책을 찾았다. 이 책이었다.

보통 책들을 보면 한 가지에 대해서만 깊게 판다. 현대물리학의 특성 상 그림이 없이 글로만 적혀있으면 이해하기가 어렵고, 그림이 있는 책은 너무 전문적인 전공서같이 심화되는 경향이 다소 있다. 그림이 있건없건 비전공자가 마음 가볍게 읽을 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책을 골랐던 가장 큰 이유는 엔트로피, 시간(상대성이론), 블랙홀과 빅뱅, 다중우주와 같이  하나씩 떼어 책으로 엮어도 엄청나게 두꺼워질 주제들을 한 권에 컴팩트하게 담아냈다는 것이다. 동시에 모든 주제들을 하나로 크게 묶어서 풀어내기도 한다. 시간에 대한 일반인의 직관적인 이해에 물리학 상의 개념인 엔트로피를 섞어서 풀이하고, 이를 바탕으로 블랙홀과 빅뱅, 다중우주에 대한 이야기까지 무리없이 전개를 해 나가는 것이다.

이 책에는 그림도 있고 수식도 있다. 하지만 일상언어를 주로 사용해서 물리학을 푼다. [이기적 유전자] 다음으로 처음 만난 매력적인 과학분야 책이다. 전공자들이 보기엔 비약이 있는 비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비전공자의 눈에는 직관적이고 흥미로운 비유와 예시들이 넘쳐나는 책이다. 계란도 있고, 슈퍼맨도 있고...


미래를 기억하세요?

이 책의 가장 초입에 나오는 내용 참 즐거워서 가져왔다. 시간을 엔트로피로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후 이론들을 전개하는 '시간'에 대한 기초를 다지기 위한 챕터라서 재미있기도 했지만, 내 뻔한 생각을 재미있게 비틀었던 부분이라서 더 기억에 남는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기억하는 것도 가능할까? 미래는 정해진 것이 없는데? 과거는 기억합니다. 미래는 기억하세요?

계란을 놓쳤다. 눈 깜짝할 새에 바닥에 떨어진다. 바닥에 닿기 일보 직전, 나는 다음 결과를 알고 있다. '깨지겠구나!' 만유인력의 법칙이 작용을 했던, 이전에 계란을 떨어트려보니 항상 깨지더라 하는 기억이 머리에 남아있던, 이 상황에서의 변화의 여지가 많지 않다. 찰나가 지난 미래긴 했지만 어쨌던 미래를 예언한거고, 미래를 기억한 것이다. 먼 미래는 몰라도 계란이 깨질 것은 알고 있다는 뻔한 사실이 엔트로피를 설명하는 예시가 될 수도 있다니, 즐겁다.


책은 아는만큼 보이게 쓰는 것이 좋다. 나같은 가벼운 독자는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전공자같은 무거운 독자는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쓰는 것이 다양한 독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다. 그러려면 들어갈 내용은 무리없고 오류없이 잘 들어가 있어야 하지만 나같은 사람이 접근하기에도 꼭 쉬워야 한다. 쉬우려면 필자의 머리에 내용이 어디에 배치되어야 할 지 구성이 잘 자여 있어야 하고, 그 구성이나 예시가 창의적이어야 하고, 반대이론에 대해 설명할 끈기도 있어야 한다.

이론물리학이라니, 분야부터가 질리게 만드는 분야다. 과학, 그 중에서도 제1의 포기과목이었던 물리, 그것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계에 대한 이야기다.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 그렇지, 이 책은 끈기있고 창의적이고 유쾌한 책이다. 반대 이론들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필자가 생각하는 최선의 설명을 제시한다. 직관적이고 쉬운 예시를 찾으려 고민을 많이한 흔적이 보인다. 내용이 어려움을 인정하고 되도록 물 흐르듯 전개하려 내용을 구성한 뼈대도 좋다. 뭔 내용이 부실하네, 뭔 이론 설명은 잘못되었네, 이런 것들은 전문가에게 넘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되는 책이다. 내용은 어렵지만 즐길 수 있고, 즐길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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