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THRILLER | Michael Jackson | 1983

by 리비 :)

 

가장 좋아하는 뮤직비디오인데, 요즘 좀비 소재의 뮤직비디오들이 많이 눈에 보여서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가져왔다. 러닝타임이 무려 14분이나 되는 작품이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종종 찾아보게 된다. 이 노래 좋은 거야 모르는 사람 없으니 따로 글을 쓸 필요도 없지만.

 

그 당시에는 충격적인 비주얼아트였다지만, 지금 보는 이 작품은 너무나도 위트 넘치는 작품이다. 실제와 가까운 특수효과와 분장에 익숙한 눈으로 본 80년대의 특수효과와 분장이 웃겨서가 아니라, 정말 이 작품에는 좀비물 등을 포함한 오컬트 소재 이면에 위트가 숨어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일단 뫼비우스의 띠같은 구성 자체만 보아도 그렇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듯 이야기를 잘 꺾어낸다, 마치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보는 것 처럼 말이다. 여기에 더해 단편 영화를 찍고싶은 욕구와 군무를 보여주고 싶은 욕구를 동시에 충족하고 있는 점이 그렇다. 디스코 풍의 노래에는 군무가 빠지면 섭하고, 그 군무를 참 효율적이게도 보여준다. 지금 봐도 좀비와 프랑켄슈타인이 군무 추는 장면 너무 멋지다. 

 

예전 것들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지만, 쇼킹한 화면을 담으면서도 이정도로 위트와 내용을 담을 수 있는데 요즘 나오는 쇼킹한 비주얼의 좀비 뮤직비디오들은 어딘가 아쉽다.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위트는 필수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노래를 멋지게 뽑았으면 영상과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대중예술하면서 굳이 다가가기 힘든 벽을 이런 식으로 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중예술에 깊이를 조금 더 싣고자 한다면,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것으로 역함을 더하기보단 조금 난해하더라도 메시지를 담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트렌디함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도 알겠고, 반복되는 주인공의 죽음과 좀비화가 단순히 충격적인 비주얼을 노린 장치만은 아닐 수 있다는 쪽으로 이해해 보려 하지만, 위트 없이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뮤직비디오가 그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뮤직비디오 만드려고 음악 만든게 아니라, 음악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비디오를 붙인 것이라면 영상은 본분을 지켜야지.

 

그런 의미에서, 충격적이었을 Thriller 뮤직비디오가 좋다. 충격적인 오컬트 소재에서 오는 비주얼, 당시엔 쉽지 않았을 특수분장과 뮤직비디오 답지 않은 14분의 러닝타임을 과감하게 쓰면서 thriller라는 노래의 펑키 디스코 무드가 잘 녹아든 군무를 잘 보여준다. 동시에 접근성도 낮지 않다. 오컬트 소재를 사용하다보니 무서울 순 있지만, 잔인한 장면은 없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가수가 노래를 많이 내놓았는데 심지어 좋아서 기뻤으나, 뮤직비디오가 너무 세서 틀지 못하는게 속상해서 하는 소리다. 볼 사람만 보고, 나머지는 상관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일지라도, 대중예술로서 그런 자신감은 좀 아쉽다.

 

https://youtu.be/sOnqjkJTM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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