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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 E.H. 카

by 리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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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E.H.카 지음

변하지 않는 타임
시사주간지 타임의 창립자 헨리 루스와 브리튼 해든은 타임지를 창간할 때부터 표지에 큰 의미를 뒀다. 타임지의 표지에는 그들의 역사의식이 담겨져 있다. 1923년 5월 28일 판매된 타임 창간호의 표지모델은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였다. 타임지의 첫 구독자였다고 하는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1928년 뉴욕 시장을 거쳐 1933년에는 미국의 32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긴 시간에서 보면 당시의 인물이 역사 속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창간 4년 후부터 선보여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타임지 표지의 붉은 테두리는 독자들에게 타임지의 붉은 테두리 안에 있는 정보들은 기억해둬야 할 것들이라는 의미를 강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일간지와는 다른 포맷의 주간시사지로서의 가치를 높인다. 한 주 동안 주목받았던 사건들을 모아 발간하는 이 잡지의 표지가 쌓이면 그대로 역사의 큰 사건을 모아놓은 사료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잡지를 단순한 잡지로만 보지 않는다. 미국의 현재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하며, 잡지 표지에 실리는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이 때문에 타임지의 표지사진을 통해 보는 현대사를 자세히 다루는 책이 최근 발간되기도 하였을 것이다. 역사는 우리 삶에서 멀어 보이지만 현재가 한 층 한 층 쌓여 이뤄진 사회의 지층이다.

미래를 비추는 거울
우리가 역사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역사가 그 언젠가의 지금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과거에 있었던 일을 상기하고 현재의 방향을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지금 이 사회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큰 사건은 많지 않다. 지역감정이나 빈부차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과시 등 다양한 원인에서 사건은 발생한다. 과거에도 어떤 사건이 원인을 두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그래서 역사학자 카는「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해 광범위한 역사적 추진력을 지니고 있는 사건을 조명해야 하고, 그리고 역사가는 역사 속에서 추진력으로 작용한 계급 형성이나 계급 갈등, 경제나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발견해내는 혜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추진력을 십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철학적, 사회적 이론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역사가에게는 역사적 사건과 추진력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론이 필요한 것이고, 이론이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이론을 바라보는 카의 시각은 이러하다. 비슷하게 현실 속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비슷하다. 일반인들에게 역사는 현재를 이해하는 도구, 이론의 의미가 있다. 이렇게 이론으로써의 역사는 그 절대적인 가치를 무조건적으로 가진다기보다는 현실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되어야 진정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1960년대 후반 발생하기 시작했던 히피문화는 2000년대 후반에 다시 돌아왔다. 1960년대 말의 히피문화는 미국 내의 많은 사회문제들의 해결과 월남전의 종전을 요구하는 미국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문화였다. 이 운동은 삶의 방식이나 음악, 패션 등의 문화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했다.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히피의 생활방식은 폭이 넓은 긴 치마와 헤어밴드, 음악 등에서 나오는데, 2000년대에 재현된 세계적인 경제문제와 미국이 중동과 벌이는 전쟁의 장기화가 이러한 히피문화의 재현을 불러온 것이다. 패션 면에서 폭 넓은 긴 치마가 유행했고, 인디밴드의 약진이 거세졌으며 반전시위가 일어났다.
이러한 역사의 도구화는 큰 문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큰 사건에만 역사를 적용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가「전태일 평전」을 읽음으로써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전태일의 일생을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밝힘으로써 조명하는「전태일 평전」은 현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개인의 삶에서의 변화를 추구하는 의미가 더 크다. 불편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있었음을 앎으로써 현재의 상황이 이전보다 개선되었음을, 하지만 완벽한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실제적으로 이러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개인보다 아는 개인은 해당 노동문제를 사회문제로 생각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아는 것이 힘이 되는 것이다. 국적이 없는 조선인들의 위치,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디아스포라 기행」역시 그러하다. 우리는 카가 언급한 역사적 추진력이 만들어낸 재일조선인의 과거와 현재를 고찰하며 현재 우리의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존재인 재일조선인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방향성을 정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과거가 바꾸는 미래
이러한 점을 통해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의 현재가 쌓여서 과거를 이룬다는 점이다. 현재를 어쩔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회가 과거에도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한탄하며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미래 인들이 자신들의 현재를 이해하는 도구로서 우리의 현재를 이용할 때, 우리는 도움이 되지 않을 역사를 물려주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보낸 시간의 가치를 우리는 쉽게 잊는다. 우리가 보낸 시간이 아무 것도 개선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역사의 힘이 크다. 타임지의 표지에 실렸던 사건들을 모으면 미국의 현대사가 된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가 하루하루 발간하는 우리만의 잡지 표지에 어떤 사건들을 실을 것인지, 어떻게 실을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역사를 결정할 것이며 미래를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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