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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8시 30분 슬롯, 전쟁의 시작(마담 앙트완, jTBC + 시그널, tvN)

by 리비 :)

금요일 저녁 8시 30분. 저녁 먹고 주말을 기다리는 시간. 지난 5일의 피로가 눈꺼풀을 내리 누르기 시작하지만 잠을 자기에는 아까운 시간. 흔히 '불금'이라고 표현하는 이 시간. 어차피 TV를 안 보는 사람은 안 보고, 집돌이와 집순이들은 TV를 켜는 시간. 하지만 딱히 뭔가를 보기엔 어정쩡한 시간. 저녁 8시 30분은 나에게 그런 시간이었다. 언제까지? tvN이 <응답하라>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리고 이제 그 시간대는 세상사람이 다 아는 전쟁터가 됐다.


<응답하라 1988>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최고 시청률 20%를 넘겨가며 거의 '국민 드라마'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응답하라 1988>이 끝난 바로 다음주, JTBC는 <마담 앙트완>을 편성했다. 20~30대 젊은 여성 시청자를 타겟으로 하는 주인공과 내용, 그리고 마케팅이 명확하다. 한예슬-성준 주연, 트렌디 로맨스, 모바일 마케팅. 틱틱거리는 남자에 예쁘고 착한 여자가 주인공이다. 감독의 전작인 <내 이름은 김삼순>이 딱 연상할 수 밖에 없다. 과거의 영광을 다시 한 번 JTBC에서.



tvN은 <응답하라 1988>의 직후에 <시그널>을 편성했다. <응답하라 1988>의 시청률을 후속작으로 그대로 이어가려는 의도를 확실히 보여줬다. <응답하라 1988> 마지막화 직후에 <시그널>의 프롤로그를 방영하면서 tvN 10주년 특별기획작의 스케일을 강조했던 것.



<마담 앙트완>과 <시그널> 둘 다 16부작이다.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비지상파 드라마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실로 재미있는 판이다. <마담 앙트완>이 <시그널>을 숫자로 누를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을 터. 하지만 <마담 앙트완>이 방영 시작부터 방영 종료까지 얼마나 시청률이 상승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들 수 밖에 없다.


처음에는 <마담 앙트완>이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그널>의 내용과 톤이 무거워 보였다. 딱히 금요일 저녁에 어두운 내용을 봐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고, <시그널> 1화 본방 전주에 방영했던 에필로그가 기대감을 딱히 주지 못하기도 했다. 캐스팅이 빵빵하고 스케일이 크다는 점 이외에 스토리가 매력적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던 터다.


그리고 오늘로 두 드라마는 3회를 맞았다. 글쎄, 사실 CJe&m정액제를 구독하고 있기에 <시그널>을 VOD로 보고 있는데, 그것만 아니면 마음같아서 본방을 <시그널>로 <마담 앙트완>은 재방으로 봤을 것 같다. <마담 앙트완>이 생각보다 약했고, 무거운 <시그널>의 매력이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일단 <마담 앙트완>이 지상파 드라마와 차별성이 없다. 까칠하고 틱틱거리는데 사실은 내면에 큰 상처를 안고 있는 남자주인공. 남자주인공에 비해 스펙은 좀 모자라고 약간은 틱틱대지만 사실 마음과 얼굴이 예쁜 여자 주인공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스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 무슨 연유에선지 사라진, 그래서 여자에 대해 기본적으로 불신이 잠재되어 있는, 때문에 평생 사랑에 빠진 적이 없는 남자주인공 '최수현(성준 분)' 이혼해서 아이와 떨어 살고 있는 점쟁이(라고 쓰고 사기꾼에 가깝다고 읽는)인 착하고 예쁜 여자주인공 '고혜림(한예슬 분)'이 주인공이다. 


이미 지상파에서 수도 없이 봐 왔던 그 극을 찾아 보고 싶지는 않았다. MBC 수목10 <한 번 더 해피엔딩>이 수-목요일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긴 하지만... 이혼함+약간 틱틱대지만 사실은 마음 여리고 착함+사랑에 빠지고 싶은 여자 주인공이 비슷하게 있다. 거기에 전남편+서브 남자 주인공+메인 남자 주인공이 돌아가면서 시끌벅적하게 떠들어 댈 것으로 예상되는 이야기도 비슷하다. <마담 앙트완> 보면 재미있게 두근세근하면서 보겠지만, 안 보면 안 볼 수 있는 수준의 드라마인 것 같다. 일요일 JTBC는 <마담 앙트완>을 하루 동안 한 3번은 돌리면서 시청률 붐업에 나섰는데, 글쎄...


사실 <시그널>의 소재도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영화, 만화, 드라마에서 익히 사용했던 소재다. 그런데 배우들이 강하다. 김혜수 분의 차수현 현재 모습과 과거 성격이 너무나도 다르다. 말투도 다르고. 그래서 이 여자가 왜 이렇게까지 변했는지 궁금증이 든다. 조진웅 분의 이재한도 멋있다. 이제훈 분의 박해영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궁금하고. 주연배우 셋 다 목소리가... 


화면도 이쁘다. (사실은 푸른기 도는 화면 오래 보기 싫어하는데 그래도 볼 만 하다.) 푸른 화면, 푸른데 붉은색이 섞인 화면, 노란 화면. 화면 색채를 가지고 감정을 잡는 것도 좋다.


텍스트가 탄탄하다. '잡았지만 잡은 게 끝은 아니다.' 1화에서 2화로 이어지는 극에서 <시그널> 시리즈 전반에서 풀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 풀어냈다. 극 전개도 딱 비지상파 스타일, 범인을 다 보여준 것 같은데 '아냐, 뭔가가 더 있는 것 같아' 하고 긴장감을 계속 준다. 볼 만하다. 궁금한 점이 많다. 


<마담 앙트완>에서 장미희 분의 배미란이 뭔가 스토리가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좀 궁금한데 딱히 이 극을 안 본다고 해서 이야기가 궁금해 지지는 않는다. 까칠남과 저 예쁜언니가 연애 하겠지. 어차피 성준이랑 하겠지. 정진운, 이주형 말고. <한 번 더 해피엔딩>에서는 어차피 장나라와 정경호랑 연애 하겠지. what else?


<마담 앙트완>은 첫 화가 방영되고 2화 시청률 상승이 없었다. 3회에선 1%가 넘어가긴 했는데 0.16% 가 오른 수치다. <시그널>은 안정적으로 시청률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흐름을 타려는 추세다. 1%가 넘는 시청률을 한 주만에 올리면서 8%를 넘겼는데, 극의 분위기도 긴장감있게 끌어가고 있다. JTBC가 어떤 마음으로 <마담 앙트완>을 금토 20:30  슬롯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JTBC는 2015년 한 해 동안 예능을 육성 하려는 분위기가 강한 편성을 보이고 있으니 그냥 드라마 하나 방영한다 손 치는건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꽂았었던 <디데이>가 워낙 시청률을 절반 가까이 까먹으면서 종영하는 바람에 <마담 앙트완>이 초반에 피 봤다 싶기도 하고...뭐 여하튼, 한예슬+성준인데 1.5% 넘겼으면...


근데 <시그널> 너무 무서워 ㅠ_ㅠ 결국 지난 주엔 불끄고 자려다가 무서워서 <응답하라 1988> 켜놓고 잤다. 택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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