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Live and Let Live | 신혜성 | 2008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팬이란 작자가 이제서야 감상문을 적고 앉았다.

자켓에서도 보이 듯 1집과 2집에서의 곱고 젠틀한 신혜성을 벗고, 강렬한 신혜성을 입은 변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가수로써 오빠가 좋은 점 중 하나는 '무리한 욕심은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접 부를 음악을 만드는 것의 매력은 작지 않을테고, 연륜으로 슬슬 작곡에 손 댈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그런 욕심이 없지 않을 것 같은데, 솔로 3집을 낸 지금도 오빠는 여전히 노래만 하는 (가끔 가사는 쓰는) 가수다. 노래하는 것에 일단 집중한다는 겸손함의 매력은 싱어송라이터인 많은 가수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왜냐하면 신혜성이라는 브랜드는 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에 온전히 정신을 쏟고 있다는 메시지를 목소리로 들려주기 때문이다. 

<Awaken> 그리고 <그대라서>


두 곡 다 밴드의 연주를 바탕으로 한 넘버다. 앨범의 앞을 차지하면서 달라진 신혜성의 대표곡이라고 불러도 그다지 어폐는 없겠다. 두 곡의 다른 점이 있다면, 대중을 이끌 수 있는 멜로디 (중독성있는 후렴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단어 그대로의 멜로디) 가 깔려있는가 정도인가 싶기도.

일단 <Awaken>에 놀랐다. 신혜성의 목소리는 락을 하기에 너무 예쁜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오빠의 성량이라던가 테크닉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인트로를 들으면서 정말 걱정... 음악을 구성해주었던 멤버들의 라인업 (사실은 라인업을 들어도 잘 모르니, 그 분들의 프로필) 을 되새기고는 더더욱 걱정... 악기에 보컬이 묻혀버리면 어쩌지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이전 앨범에 비해 생경한 믹싱도 믹싱이었지만, 곡 전반을 엄청나게 힘차고 강하게 이끌어가는 기타에 겁이 좀 났던 것이다. 발라드가수인 신혜성이 저 기타를 감당할 수 있기를...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역시 제대로 놀랐던 때는 그 기타와 믹싱에 눌리지 않는 목소리가 나올 때 였다. 이전 앨범들에서 젠틀하게 발라드를 부르던 목소리에서 아기새의 팔딱거리는 심장같은 연약함을 쏙 빼낸듯 한 목소리였다. 그렇다고 신화의 멤버 신혜성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가장 최근의 앨범인 9집, 10th anniversary 앨범 <Run>에서의 보컬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신화에서의 신혜성은 잘 닦인 유리거울같이 세공된 목소리라기보다는 목을 약간 긁거나 풀어내는 와중에 강조되는 허스키한 느낌이나 비트에 맞춰서 파도같이 리듬을 타는 와중에 나오는 청동거울같은 목소리다.

시원해서 매력적인 목소리와 기타 소리는 이 곡을 들을수록 매력인 곡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신혜성'하면 부드러운 발라드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이 곡을 많이 들어보셨더라면 좋겠다. 이미지가 조금 더 유연해졌을텐데...

<그대라서>는 <Awaken>보다는 더 기존의 신혜성스러운 곡이다. <Awaken>으로 놀랐다면 이 곡에서 기존의 신혜성과 이전 곡의 접점을 찾을 수 있었을 것 같다. <Awaken>의 시원하고 인상적이었던 기타는 조금 사근사근해지고 전체적으로는 멜로디를 말해주는데 조금 더 힘을 쏟는다. 그에 맞춰 보컬도 조금 더 부드럽고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 조근조근 진행이 된다.

여기에 intro-verse1(a)-hook(b)-verse2(a')-hook(b')-bridge-sabi-hook(b')-outro로 들렸는데, 노래 구성도 조금씩 끌어올리면서 계단식으로 진행이 되서 듣기 편안하다.

verse1과 verse2는 기본 멜로디가 같지만 편곡이 다르다. verse1은 좀 더 심플하고 잔잔한데 반해, verse2는 기타가 본격적으로 합류되는 지점이라 조금 더 끌어올려진 느낌이다. 이어지는 hook들도 앞의 verse를 받아서 패턴이 다르고 이어지는 bridge는 기타 사운드가 잔잔하게 푸른 바다처럼 펼쳐지며 주인공처럼 부각된다. 이 bridge를 지나면서 곡의 주인인 목소리가 변한다.
이어지는 sabi는 이어지는 hook에서 힘을 싣기 위한 시그널을 잘 깔아주고, verse에 이어지던 hook과 같은 멜로디를 가지고 다른 편곡과 목소리를 통해 이 부분에서 쭉 끌어올려준다.
 
 

다시 오빠야.


다른 곡들은 앞의 두 곡에 비해서 이전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목소리가 예쁘신 이하늬 씨와 듀엣으로 부른 <사랑하기 좋은 날>이라던가, 이별 후를 노래하는 <후유증>, 미디움템포의 부드러운 봄밤같은 재즈 풍 발라드 <피터팬의 세레나데> 세련되고 듣기 편안한 발라드, 대다수의 대중들이 좋아하고 기다렸던 그 모습이다. 부드럽러운 목소리^^

또 이전 앨범에서 발라드 가수 신혜성의 잘빠진 댄스곡이라고 좋아했던 <중심>같은 넘버 대신에 들어간 Electronica <Urban Fever>는 상쾌하고 경쾌한 멜로디와 분위기가 멋진 노래다. 

경쾌한 느낌의 3박 리듬에 재즈 피아노같은 선율이 얹어진 interlude <Waltz>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던 <Love Actually>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짜증 대신 즐거움이 있는 초여름날에, 아주 가벼운 땀을 훔치며 해변을이 보이는 길을 걸으며 소풍을 가는 느낌이다.

그래, 오빠는 애.시.당.초 아이돌 그룹 신화의 어린왕자 이미지 리드보컬이었고, 지금은 색깔있는 장수 그룹 신화의 어린왕자(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생략... 본인이 부끄러워하지만 않는다면 붙이고 싶음ㅋㅋ) 리드보컬이다. 솔로가수로 무대에 서면 부드럽고 젠틀한 순애보 이미지의 발라드 가수지만 이번 음반에서는 부드러움에 강단있는 내면을 숨겨둔 가수로 변한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3집을 알아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실망치 말아요. 대중가수가 세일즈에 초월해서는 안되겠지만, 대중들도 적응할 시간은 필요하다. 아직 뒤엔 팬들이 있으니 하고싶은 음악을 하기를 바란다. 3집에서 잠깐 놀랐다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변화를 발전시켜서 각인시키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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