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첫 앨범, Knock.
슈퍼스타K2가 끝난 지 한참 지났다. 심지어 슈퍼스타K3 출신 가수들의 음원은 음원순위를 한 번 휩쓸었다. 그래도 존박은 나오지 않았다. 매체에서 너무 잰다는 듯한 뉘앙스의 보도가 있었어도 별다른 흔들림이 없던 그다.
앨범재킷과 제목에서도 보이다시피 이 앨범은 도화지다. 하얗다. 이제 음악을 막 시작하려는 존박이 자신을 찾는 과정을 겪고 있다는 느낌이 온전히 들어가있는 듯하다.
그는 슈퍼스타K2에서 그루브가 있는 노래를 훌륭히 소화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래서 존박의 첫 앨범은 아마도 R&B를 기반으로 해서 목소리의 매력을 보여주는 음악들이 가득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타이틀로 들고 나온 <Falling>은 저음 대신 가성으로 후렴을 처리하는 발라드 계열의 노래였다. 의외였다. 존박의 가성이 아름답다고 느낀 적은 아직 없었기에, 그것을 전면으로 사용하며 노래를 이끌어갈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 어떤 곡보다도 김동률을 강하게 떠올리게 했던
<그 노래>는 존박에게도 잘 어울렸다. 존박이 이런 분위기도 낼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면을 드러내는 곡이었다. 이런 느낌은 김동률만 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앨범은 내가 기대했던 존박답지 않은 앨범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새로운 면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낯설 정도로 존박의 모든 이미지를 지워버리는 음악들로 가득했다. 가성을 써가며 잔잔하게 부르는 <Falling>도 그랬고, 김동률을 생각나게 했던 <그 노래>가 그랬다. 낯섦에도 멀어진 느낌이 들지는 않았던 이유는 <왜 그럴까>와
<이게 아닌데>가 있었던 덕분이다. 게다가 가사들도 좋은 곡들이 많아 듣는 재미도 더하고.
이 앨범을 통해 그가 전하고 싶었던 의도는 새롭게 시작하는 존박이 할 수 있는 음악에 대한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는 것 아니었을까? 대중들이 최대한 마음을 열고 정규 앨범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 그래서 이 앨범의 제목은 새로운 음악의 문을 열기 위한 노크로 짓고, 그리고 앨범재킷은 아무 색도 나타나지 않은 흰 도화지로 표현한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나는 존박의 다음 앨범을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은 존박이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몰라서 나온 앨범이 아니다. 존박의 가능성을 한껏 열어둔 좋은 앨범이다.
무엇보다도 대중이 좋아하지 않나.
뭐, 결론은 사랑스럽다. 앨범이. 어떻게 해야 사랑받을지 아는 것처럼, 하지만 사랑받으려 하는 행동은 아니라는 듯한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