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trace back in their words

by 리비 :)


歌詞, 노래를 타고 전해지는 이야기


나는 글이 좋고 음악도 좋다. 업으로 삼을 정도의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어 가사를 써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따금 재미삼아 기존 가요에 새 가사를 적어도 보고, 흥얼거리던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보기도 한다. 하지만 입에도 잘 붙고 의미전달도 잘 되는 가사를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닌 듯 하다.



김동률; 오래된 노래

참 사랑했다고, 아팠다고, 그리워 한다고. 우리 지난 추억에 기대어 노래할 때마다, 네 마음이 어땠을까? 라디오에서 길거리에서 들었을 때, 부풀려진 마음과 꾸며진 말들로 행여 널 두 번 울렸을까... 참 미안해...


말하는 이는 가수다.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이는 가수다. 사랑하는 이에게 직접 만든 곡을 선물하기도 했고, 그 노래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알던 연인도 있었다. 이 곡의 가사는 오래된 멜로디에 사랑했던 기억을 노랫말로 덧붙여 노래했던 가수의 이야기다. 내 기억 속의 이별 이야기가 표현된 노래가사에 혹시나 상처입었을지도 모르는 과거의 연인에게, 그리워한다는 그 내용에 마음아파하고 기다렸을지도 모르는 그 연인에게,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은 가수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김동률의 노래는 가사가 예쁜 곡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사랑하며 기쁘고 행복했던 기억과 헤어진 후에 남은 부스러기같은 감정이 거창함없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이 노랫말을 참 좋아한다.


윤종신; 말꼬리

우리의 사랑 바닥 보일 때까지, 우리의 사랑 메말라 갈라질 때까지 다 쓰고 가. 남은 사랑처럼 쓸모 없는 것, 만들지 마요. 손톱만큼의 작은 사랑도 다 내게 주고 가요. 그러니까, 이별은 없는거야...


본격적인 찌질함을 보여주겠다는 노래였는데, 어째 나는 이 노래만큼 마음에 와닿는 사랑이야기가 없었을까? 아마도 내가 참 마음이 좁은가보다. 감상문에서도 적었었지만, '사랑하니까 보내줄게'라는 누군가의 이별통보에 말꼬리를 잡는 사람의 이야기다.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가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랜 이별의 기억을 그린 노래같았다면, 이 노래는 붉게 일어난 상처가 그대로 보이는 듯한 노래다. 헤어지자는 말에 당혹스러움, 네 사랑만 사랑이냐며 순간 치미는 화, 남은 사랑은 쓸모 없으니 남기지 말고 다 하고 가라며 다시 생각해보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윤종신은 정말 필력이 있다. 한 마디의 말, 흔한 사물을 가지고 짧지 않은 곡을 풀어낸 노랫말들을 듣다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특히 이 곡은 흔히 듣던 사랑의 인용구를 끌어와서 새롭게 보여준 사랑이야기라서 좋아한다.


김연우, 루시드폴;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어느샌가 아물어 버린, 고백에 덧난 그 겨울의 추억. 아, 힘겹게 사랑한 기억, 이제는 뒤돌아 갔으니... 바람은 또 어디에서 불어 오는지, 내 마음에 덧댄 바람의 창 닫아봐도 흐려진 눈 앞이 시리도록 날리는 기억들

이 노래를 이야기가 있는 가사라기보다는 스톱모션의 애니메이션을 접하는 느낌이다. 노래부르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는지에 따라, 이 노래는 사랑 후의 이별 노래로, 용서 하기 위한 노래로, 또는 용서를 비는 사람의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매력이 있다. 다시 알게된 누군가의 마음에 아문 줄 알았던 이별의 상처가 덧난 것 같은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의 빗장을 아무리 닫아봐도 시린 바람이 창문 틈으로 들어오듯 마음이 싸해지는데, 바람에 종이가 날려 흩어지듯 과거의 기억까지 머리 속에 줄줄이 떠오른단다.


루시드폴의 가사는 오밀조밀 섬세하거나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 곡은 그 중에서 멜로디와 더불어 참 분위기가 좋고, 부르는 사람의 분위기에 따라 다가오는 의미가 달라지는 것 같아 좋아한다. 


신화; 다시 한 번만

늘 곁에 두고서도 불안했어, 보고 있으면서도 네가 보고팠어. 같은 곳을 안 보고 너만 봤어. 앞을 보지 않고 나는 너의 뒤만 봤어. 항상 내가 눈물 흘리고 있단 것만 알아줘. 욕심인 걸 알아, 널 보낼 수가 없을 뿐이야. 네가 내 곁에 없어도, 널 볼 순 없어도, 그냥 알아주길 바라.

눈을 감으면 눈물이 눈을 뜬다는 표현이 기억에 남았던 것 빼고는 전체적으로 평범했던 이 노래의 가사가 좋은 이유는 팔할이 이 랩가사 덕분이다. 이 가사의 주인공이 제일 바보같아서 안쓰러웠다. 이 가사는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싶을 정도로 사랑했기에, 그 사람이 떠날까봐 불안했던 사람이 하는 말이다. 보통 손 안에 잡히지 않은 것을 알 때 불안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이 노래하는 이의 곁에 완전히 안착했다는 확신을 충분히 주지 않았기에 불안했던 것 아닐까. 그래서 불안함에 연인을 보느라 같은 곳을 보지는 못 했고, 앞을 보지 못하고 뒤만 쳐다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그런데도 이 가사 속의 사람은 자기 잘못만 손에 세며 기억을 붙잡고 있다. 그것이 참 안쓰러웠다. 전체적인 노랫말에서는 기다린다는 말을 하는데, 정작 직설적일 것 같은 랩가사에서는 차마 기다린다는 말도 못하고 아무도 없는 빈자리에 대고 '내게 만약 기회를 준다면...'이라며 독백하는 느낌이다. 그것도 참 안쓰럽다. 아는 사람이라면 그냥 네 사람이 아니었으니 잊으라는 말도 숨기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이 곡의 전체적인 노랫말을 쓰신 분은 최갑원 작사가,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가사로는 세븐의 [Christmas with u]와 아이유의 [Feel so good]이 있긴 한데, 이 작사가의 명작은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다.


장혜진, 1994년 어느 늦은 밤

오늘밤 그대에게 말로 할 수가 없어서, 이런 마음을 종이 위에 글로 쓴 것을 용서해.


이 노래는 떠난자리에 남기는 쪽지글을 그대로 가사로 쓴 느낌이라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곡이다. 내용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어 관조하는 느낌으로 들었는데, 장혜진의 목소리가 너무 슬퍼서 가사도 살아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하는 말을 가사로 만드는 곡들은 꽤 있다. 하지만 이별 당시에 남기는 쪽지글이 그대로 편집없이 들어간 것 같이 현장성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이런 작법도 있구나 싶어서 좋아하는 곡이다.



작사가, 그들의 이야기


펜대를 놀린다는 것, 말을 한다는 것, 모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참 즐겁다. 나는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노래가 되어 흘러흘러 전해지는 느낌이다. 멜로디 속의 이야기도 참 아름답지만, 가사로 전하는 이야기도 참 흥미롭다. 클래식이나 경음악이 멜로디로 이야기를 전한다면, 대중음악은 멜로디와 가사로 이야기를 전한다. 어느 쪽이나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이야기의 접근성이 한층 높아진 대중음악 쪽에 더 마음이 간다.



그런 의미에서 자체검열했다는 신혜성의 비너스 가사를 내 놓으시오.
얼마나 야하게 적었는지 어디 한 번 좀 보자.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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