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불행했음 좋겠다 | 산이(San E)

by 리비 :)


산이의 신보. 불행했음 좋겠다. 산이가 불행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아니다~ RH- 란다. R&B and HipHop이라던가... R&B와 HipHop가 다른 뿌리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모르긴 몰라도 아마도 이런 제목이 붙은 앨범들은 두 가지 음악 장르가 조화를 이룬 음반인 듯 하다.

가볍고 통통튀며 깨끗하지만 리듬감은 발군이었던 랩의 <Everybody ready>와 믹스테이프 때의 거친 모습을 보여줬던 [rap genius] 다음으로 들은 오버그라운드 음반. 이 래퍼는 참 재기발랄해서 듣고 있으면, 거친 사우스 힙합곡이든 대중적인 힙합곡이든 귀엽고 좋다. 깔끔한 녹음상태는 아니더라도 언더에서 활동할 때의 믹스테이프는 그 '재기발랄'의 극치를 달린다. 지금도 종종 돌려들으며 즐거워한다며...

여하튼 그런 산이의 신보.

 

어쿼스틱한 느낌으로 펼쳐지는 반주 위에 기복이 심한 느낌으로 거친 가사를 부르는 곡. 특정 래퍼가 생각날 수는 있는데, 그 래퍼가 항상 같은 서사로 랩을 하는 것은 아니 듯 그냥 이 곡을 풀어내는 방법이 그랬을 뿐인 듯. 표절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그냥 뭐만 비슷하면 비슷하다고 말이 나와. ㅡㅡ 그거 말고는 딱히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구석이 없다.

피아노와 일렉의 시작과 드럼의 합류로 구성되는 반주는 부드럽다. 그리고 그 위의 랩은 화난 상태에서 입 밖으로 나오는 거친 말을 표현하는 듯 격하다. 하지만 보컬은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거친 말과 마음을 쏟아낸 것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다. 노래의 구성과 랩, 보컬이 하나가 돼 노래의 상황, 한 사람의 마음을 전달한다. 그런 면에서 산이가 쏟아놓은 기복 심한 래핑이 잘 어울리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유머러스함으로 꼭꼭 눌러담았던 'Everybody Ready?'와 거친 표면 아래 섬세한 래핑이 획기적이었던 [Rap Genius]와는 또 다른 느낌의 곡이다.

이 래퍼의 장점은 이렇게 다양한 랩을 모두 잘 소화한다는 것과 랩이 익숙하지 못한 나같은 대중에게도 적당한 플로우와 라임을 탈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는 친절함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다른 가수들의 피쳐링 음반을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이 가수가 참여함으로써 그 트랙의 완성도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보면 이 래퍼가 가진 잠재력을 알 수 있다.

쓸데없이 발음을 꽈서 억지 라임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 박자를 잘 찾아들어가서 밀착감이 뛰어나다는 것... 장점이 참 많다.

원더걸스의 [Act Cool] 순전히 San E가 피쳐링에 참여했기 때문에 몇 차례 들었던 트랙이다.
혜림, 귀엽다. 노래도 잘 한다. 이미지도 좋다. 그런데 랩은 느낌이 안 왔다, 반주는 원더걸스와 어울리게 깔끔하니 예쁜데, 중간 중간 뚝뚝 끊기는 듯 해서 몇 차례 듣다가 말았다. 산이 팬들은 외면하는 것 같지만, 드림하이 O.S.T였던 [어떤이의 꿈]에서도 다소 정신사나워 실망스러웠던 반주의 공간을 산이의 특이한 목소리와 리듬감 넘치면서도 깔끔한 래핑이 채웠다.

어찌 보면 래퍼 특유의 리듬감은 타고난 재능과 연습의 결과인 것 같다.
사람 하나 하나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리듬감, 정박을 따라가든 엇박을 따라가든 그 감각은 타고 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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