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 테이

by 리비 :)


어반자카파와 함께, 테이의 데뷔곡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 소설 '향수'도 다뤘지만, 향기는 존재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같은 향수를 쓴다고 그 향수가 만드는 이미지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 의상, 제스쳐, 성격, 그리고 타고난 체향이 더해져 향수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천차만별.


지인의 익숙한 향기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날 때, 그 사람을 떠올린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상황이 좀 다르긴 하지만,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와 같은 유명한 광고 카피도 나오지 않았는가. 그래서 절대후각을 가진 대신 체향을 가지지 못한 '향수'의 그르누이는 자신을 사람답게 만들어 줄 요소로 향기에 집착했을 것이다. 체향이 없어 존재를 다른 이에게 인지시키지 못하는 외로움을 해갈하기 위한 방편을 찾기 위해서.


향기는 그런 것이다. 때로는 아름답지만 이따금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족쇄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은 향기랑 이어져 있다. 아름답지만 가끔은 상처입을 정도로 족쇄가 되는 것, 이쯤에서 다시 생각나는 희대의 광고 카피,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


이 곡은 제목부터가 좋다.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가장 아름다운 가사는 제목의 콘셉트가 전면에 드러나는 사비 부분이다.

온 세상이 취한 것 같아. 눈부셨던 우리 추억이 열 오르듯 비틀대잖아.
네 품에 살았던 날들과 꿈꾸었던 사랑이 다 부서져, 다 흩어져, 향기로...

이렇게 하루 이틀이 가고, 눈에 멀어져 살다가 보면 언젠가 가슴에서도 무뎌지는 거라고.
그렇게 말을 하기까지 난 얼마나 싸워야 할지...
보이지 않는 나와, 또 볼 수 없는 너를 앞에 두고...

연인과 함께 보냈던 과거와 연인과 그리고 싶었던 미래가 모두 흩어져 향기로 가슴에 남았단다. 볼 수 없는 연인이 향기로 남았다는 것,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과거의 연인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는 것. 세븐의 곡 '문신'에서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라는 말이다.


밑 단락은 과거 글에서 이미 한 번 감탄한 바 있는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나와, 또 볼 수 없는 너를 앞에 두고' 이건 정말 작사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구절이다. 너를 잊고 살아가는 미래는 보이지 않는 나, 눈 앞에 아른거리지만 더이상 볼 수 없는 너를 앞에 두고, 지금의 나는 싸워야 한단다. 너를 보지 않아도 괜찮아지고, 너를 잊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 가슴에서 무뎌지는 것은 싸워서 이겨야 가능하단다. 너를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지금의 상황, 그래서 조금씩 너를 잊게 될텐데 그 시간이 오지 않길 바라는 심정, 그런데 힘겨워서 빨리 무뎌지길 바라는 복잡함을 고대로 반영한 가사다. 참 글 잘 썼다.

락밴드 하던 테이가 서울에서 발라드 가수로 데뷔, MTV 신인발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팀과 함께 주인공이었던 인물인데... 그 프로에서 신인 여럿 띄웠었다. <발자국> 불렀던 티오도 나쁘지 않았었는데 많이는 못 떴지만, 팀이랑 테이는 당시에 신인 치고 많이 떴었는데...


여하튼 데뷔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타이틀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와 <소녀와 가로등>. 둘 다 테이의 허스키한 보이스랑 잘 맞는 곡이다.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는 팀의 목소리와 대비되어서 더 개성있게 다가왔던 면이 있다. 발라드인데도 허스키함으 엄청나게 살렸던 곡. 오히려 요즘 테이의 목소리가 덜 허스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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