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MR.아이돌 [2011]

by 리비 :)

스포일러 있음, 유의

최근 색감이 특이한 영화들을 많이 봐서 오늘은 화창한 영화를 보고 싶어 골랐다. 이 영화를 찍을 때, 감독은 기획사의 생리에 대한 취재는 거의 안 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다만 이 영화에 출연하는 출연진들에게서 듣는 정보를 기반으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오래된 작품은 아니다.
 


표정 하나 없이 특이한 억양으로 대사를 처리하는 박예진은 예쁘다. 파워있는 기획사 대표로 나오는 김수로는 익살스럽다. 지현우는 락밴드 멤버답게 노래를 잘한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가요계에 데뷔하자마자 추락해야했던 아이돌그룹이 몇 년이 지나 다시 모여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와중에 박예진과 지현우가 감정을 쌓아가기도 한다. 전체 줄거리, 끝. 심플해서 좋다.

근데 이제 아니에요. 어차피 꿈은 이뤄지지 않는거니까.

Mr.칠드런의 보컬 유진은 단 맛과 쓴 맛을 다 본다. 그리고 변명도 설명도 없이 위의 한 마디만 남긴다. 모든 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 대사가 마음에 남았던 것은 모든 꿈이 노력한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참 오랜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대사에 동의한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꿈들은 이뤄지고, 어떤 꿈들은 이뤄지지 않는다. '어차피 그런거야' 라고 말하고 말하기엔 너무나 마음이 아프지 않나.


어떤 꿈이
이뤄지나


영화가  참 긍정적이다. 방송활동이 가로막히자 일본에서 동방신기가 그랬듯 작은 실연장부터 차곡차곡 공연을 해 나가기 시작한다. 작은 공연장은 물론이고 심지어 병원 로비에서까지. 비가 오는 공연장에 아무도 없어도 사람들이 모여들길 기다리며 묵묵히 공연을 시작하는 때도 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입소문이 나면서 방송이 잡히기 시작한다.

글로 쓰니 참 간단한데, 이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면 또 몰라도, 생면부지 아무도 없는 지방으로 내려가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며 (심지어 생활비 적자를 봐가며) 메인으로 올라올 그 날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한 줄거리, 불거리도 부족한 영화를 끝까지 봤던 이유다. 그 마음이 너무 잘 보였기 때문이다.


박재범이 춤에 재능이 넘치는 지오 역으로 나와서 사실 기대했다. 화려한 춤사위, 박재범의 특이한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지만, 이 영화는 박재범 말고도 걸출한 주-조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다. 그래서 그의 원맨쇼로 만들 수 없었나보다. 감독으로서는 좋은 선택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까운 기회다.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엄마를 찾게 해준다는 말에 가수가 되기로 결심한 랩퍼 리키역의 김랜디는 박재범의 이미지와 많이 겹쳤다.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와 가수를 하고 있는, <믿어줄래>라는 앨범으로 랩을 보여줬었던 실제 박재범의 이미지와 겹치면서 매력이 충분히 살지 못한 편이다. 한 캐릭터로 처리해도 충분한 디테일을 단지 스토리를 늘리기 위해 나눈 느낌이 들 정도다. 빈약한 스토리에 이야기를 하나 더 깔기 위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나... 한참을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유진과 구주의 감정선도 잘 모르겠다. 굳이 연애감정을 흐릿하게 타지 않아도, 다른 볼거리가 있었다면 충분했을 듯 하다.


시대를 가늠하지 못하는 아이돌의 포지셔닝 또한 불만이다. 요즘 시대에 '전 춤만 잘 춰요.' '전 랩만 잘 해요.' 하는 아이돌은 많지 않다. 다재다능한 아이들이 넘쳐나서 TV보면 얼마나 식은땀 흐르는데... 영화 중반에 아이돌 Mr.칠드런을 소개하는 VCR은 기대 이하였다. 그 VCR은 영화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었지만 아이돌 생존기를 이야기감으로 하는 영화에서 아이돌을 어떤 대상으로 그려내고 있는지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묘사 아닌가...?


그래도 뭐, 나쁘지 않다. 가볍게 보기엔 좋고 영화 내내 들을 수 밖에 없는 <Summer Dream>은 편곡은 한국곡이었지만 멜로디는 유쾌하고 발랄하고 이국적이었다. 하지만 들을 것이라면 동명의 일본 발표곡 동방신기가 부른 <Summer Dream>을 듣는 편을 추천한다. (엥?)


그런데 그게...
네가 알고 내가 알면 그게 비밀이고 비화야? 내가 몰라야 비밀이고 비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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