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Sherlock (BBC, UK) Season2, 2012

by 리비 :)

Sherlock, 이 농약같은 남자야.


'영국의 작가' 하면 엘리자베스 여왕이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고 극찬했던 영국의 보석 셰익스피어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Sir 칭호를 부여받은 추리 소설의 제왕 아서 코난 도일도 빼놓을 수가 없다. 코난 도일이 소환한 캐릭터, 셜록홈즈. 영리하고 쇼맨십이 뛰어난, 민첩하면서 머리 좋고, 복잡하고도 과격한 이 탐정은 매력덩어리다. 그에 대한 영국인들의 애정도 깊어서 많은 시리즈물이 만들어졌는데, 2000년도에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들은 확실히 매력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친구로부터 추천을 받아 보게 된 이 드라마. 1년에 1시간 30분짜리를 3편 만든다는 신기한 제작 시스템, 영화를 방불케 하는 줄거리, 고전을 현대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들어간 제작자들의 기가 막힌 해석. 그리고 매력적인 배우들의 열연까지 합해진 이 드라마는, 몇 번을 다시 보는지도 모를 정도로 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원작 셜록홈즈보다 한층 더 예측불가로 표현된 셜록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귀여울 정도로 우직한 존, 그리고 원작의 이야기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둔 각본에 있겠다.

그 당시의 시대상을 현대에 옮겨오는 감각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셜록과 존의 캐릭터.

현대의 셜록은 사건 해결을 전보를 통해 알리지 않는다. 간단히 문자를 보내고, 때로는...

블로그를 이용한다.
존 역시 셜록 홈즈의 활약상을 출판하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에 쓴다! (실제로 존 왓슨의 블로그에 가면 방송에 타이틀만 등장했던 사건들에 대한 기록을 읽어볼 수 있다.)
 http://www.johnwatsonblog.co.uk/

하지만 설정이 전부가 아니다. 원작의 사건들은 물론, 깨알같은 대사들까지 곳곳에 배치해두는 센스가 진짜배기. 이 드라마는 정말 원전에 충실하다.

셜록이 'It's a three patch problem'이라고 말하는 대사는 원전 빨강머리연맹에서 셜록이 'It is a quite a three-pipe problem'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따왔다.

'불가능한 것들을 제하고 난 후에는 어떤 가설이 남아있던간, 설사 그것이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그것이 사실일 수 밖에 없어.'라고 말하는 대사 역시 원전에 나왔던 셜록의 말이다. 또한 '그러니 일곱 개의 가능한 설명이 있었어,'라고 말하는  대사 역시 원전에서 셜록이 몇 번이고 써먹었던 말이었다. 게다가 태양계는 관심 밖이란다. 이 밖에도 깨알같은 오마주가 이 시리즈물 안에는 넘쳐난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를 스티븐 모팻과 마크 개티스의 셜록에서 찾는 재미, 쏠쏠하다.

동작 면에서도 그렇다. 만약 두 손을 모으고 생각하는 포즈, 초조한 듯 움찔거리는 손가락, 사건에 대한 기대감에 차서 왓슨을 바라보는 눈빛이 모두 대본의 지문으로 명시되어 있다면 이는 제작자들이 무섭도록 주도면밀한 것이다. 베네딕이 연기를 스스로 그렇게 한 것이라면 그도 셜록의 매니악한 팬일테다.

이 시리즈는 정말 원전에 충실하다. 심지어 제작자인 모팻은 마지막 문제가 발표된 그 때의 시대상황을 재현이라도 하고 싶은 듯, 실제로는 시즌2와 시즌3를 동시에 계약했음에도 시즌3의 계약 사실을 숨기고 BBC의 셜록 시리즈가 끝인 것처럼 연기를 했다고. (우산으로 맞고 싶은걸까?) 가만히 보면 이 제작자들은 셜록 홈즈의 팬을 넘어 정말 매니악한 매니아인 것 같다.

게다가 결정적인 장면에 '한방' 으로 쓰는 음악도 주옥같다. 모리아티가 체포된 후 법원으로 향하는 과정까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에서 나오는 Nina Simone의 Sinnerman, 긴장된 가운데 울려퍼지는 Beegees의 Staying alive, 그리고 '도둑까치'라는 오페라의 서곡까지... 이유없이 멜로디가 좋아서 선택한 편곡은 아닌 듯.


이 모든 것들의 시작인 아서코난도일의 셜록홈즈 역시 화수분같은 시리즈다. 셜록홈즈 시리즈는 당시 런던의 지리, 문화, 건물,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셜록을 연구하는 셜록키언들은 역사적 사실과 다른 셜록홈즈를 찾으며, 또는 그 시절의 셜록홈즈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시리즈에 등장한 등장인물이나 클럽, 건축물을 추적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많은 진실들 가운데 약간의 픽션을 가미한 거짓말이 코난도일의 셜록홈즈 시리즈다. 시즌2의 에피소드3에서 제임스 모리아티가 만든 마지막 문제도 사실에 기반한 약간의 거짓말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거짓말에 속아넘어 갈 수밖에 없다.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시리즈는 드라마의 제임스 모리아티가 낸  마지막 문제와 같다. BBC 셜록의 시즌2 에피소드3은 두 제작자가 셜록홈즈 시리즈에 대해 내린 일종의 정의와 같은 느낌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모든 셜록홈즈, 코난 도일이 만든 셜록홈즈와 마크 개티스와 스티븐 모팻이 각색한 현대판 셜록홈즈가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매력적인 이유는 현실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현실성과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천재성이 반짝거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작 1시간 30분짜리 시리즈물 6편이다. 그래도 이 드라마에 대해 신나는 점을 나열하자면 포스트 하나로는 어림도 없다. 다만 정확한 원전을 찾고, 정확한 영어 문장을 인용하는데 지금 내가 들일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제한적이라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어쩌면 이런 드라마가!

* 물론 베네딕의 아름다운 눈동자 색 보는 것도 재미지. 응...

'방송_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J-TV 신화방송 '인간들극장'  (0) 2012.04.15
MR.아이돌 [2011]  (0) 2012.03.11
A Single Man [2009]  (0) 2012.03.10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2]  (0) 2012.03.10
Flipped [2010]  (0) 2012.03.02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2007]  (0) 2008.05.30

블로그의 정보

심심해, 리비

리비 :)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