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락 동아리를 해서 좋은 점 하나. 노래를 나눌 수 있다. 원체 락 스피릿이 모자란 탓에 락은 안 듣는데, 요즘 아기새가 적극적으로 누나에게 노래를 추천하기 시작해서 참 즐거운 나날이다. 동생 취향을 알아가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어디에!
국카스텐, 락은 잘 안 듣다보니 이 그룹 노래가 좋은지 잘 몰랐었는데 동생이 공연준비한다고 매일같이 [Vitriol]을 틀어놓는 바람에 어느새 귀에 익어버린 음반이다. 앨범에 뺄 노래가 없다.
[Vitriol]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구장창 듣기는 했지만 마음에 들기는 1번 트랙의
[거울]이 제일이다. 멜로디는 가볍고 따라 부르기 좋은 친숙함을 가지고 있지만, 기타 연주와 드럼은 무겁다. 멜로디와 연주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둘이 너무나 잘 어울리게 무게감을 맞춘다.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것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기타 연주다. 높은 테크닉을 필요로 할 듯한 기타 연주나 이펙터를 이용한 다양한 사운드의 구사가 재미있다. 어떤 곡에서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들으면서 노래를 들으면 지루할 새가 없다. [거울]도 이런 매력을 내뿜고 있지만
[Rafflesia]에서도 물씬 느낄 수 있다. 거침없이 시원한 기타 솔로를 2분 가량 마음껏 뽐냈던 (들으며 혀를 내둘렀던)
[Mandrake]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시원하게 내지르는 보컬과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가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나치게 심오해지는 가사, 무거운 가사, 무거운 내용도 아닌데 비유가 난해한 가사가 많은 요즘인데 가사에 메시지를 담는 듯, 그 메시지를 굳이 생각하지 않고 들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보기 드문 미덕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