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 정이현
리비 :)
밍밍이라는 이름은 지난번 생일에 만났던 그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 자신을 라오밍, 늙은 밍 아저씨라고 부르라던 엄마의 중국인 친구. 그가 선물해준 향수를 아이는 책상서랍 맨 아래칸에 넣어 두었다. 이따금 뚜껑을 열어 레몬향을 맡아보기도 했다. 엄마가 그렇게 하는 것처럼 스프레이를 손목에 가져다댔으나, 노즐을 누르는 대신 반추명한 살갗 밑으로 곧게 뻗은 실핏줄들만을 물끄러미 들여다봤다. 가늘고 흐리고 푸르스름한 그 선들을 보고 있으면 얼음장 아래 누워 잠든 실뱀을 바라보는 것처럼 왠지 슬퍼졌다.전에 쓰던 손때 묻은 키보드와 모니터를 어디다 치웠는지 궁금하기만 했다. 작별인사도 못했는데, 미안하게. 아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아이는 새 컴퓨터와 천천히 정을 들여갔다. 쭈뼛쭈뼛, 조심조심, 언젠가부터 새 바이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