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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맨 푸어우먼 | 후지테레비(フジテレビ)

by 리비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제목부터 <리치맨 푸어우먼 リッチマン、プアウマン> 여자들이 좋아할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2012년 3분기 방영. 오구리 슌+이시하라 사토미 주연, 아이부 사키, 이우라 아라타 출연. 포스터는 2013년 특별방송 포스터로... 오구리 슌 너무 멋있고 이시하라 사토미 진짜 귀엽게 나와서 볼만하다. 둘이 키 차이가 엄청나게 나서 같이 잡히는 씬에서 뭔가 부럽...

왜 이 드라마는 리메이크 안 하지? 했는데 리메이크 해서 실망했던....

<리치맨 푸어우먼>은 중졸 학력이 전부로,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림받았지만 맨 손으로 29세의 젊은 나이에 시가총액 3,000억 엔의 IT기업을 일군 괴짜 천재 프로그래머 휴우가 토오루, 도쿄대학에 떨어지면서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대학을 포기하려 했지만 과거 휴우가와의 인연으로 더 노력해 결국 도쿄대 이학부를 졸업한 근성의 32전 33기 취업준비생 나츠이 마코토의 이야기를 다룬다.

휴우가 토오루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기억때문인지 '다들 나를 떠날거야'라는 유기불안으로 벽을 치고 감추고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심인성 인식부전증후군이 있어 사람의 얼굴을 한 번에 보고 이름과 함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랬던 토오루가 착한 마음씨에 놀라운 기억력과 근성을 가진 마코토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업에서도 삶에서도 사람이 우선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얼마나 떨어져 있든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지금 기분을 함께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내가 하는 일이잖아."라던가, "여러분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일을 하세요!"라던가... 뭐 이런 대사가 나오는 드라마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지만, 일단 여자주인공 마코토가 내 일을 하겠다는 취업지망생이고, 사회성이 부족한 휴우가 토오루가 이리저리 깨지면서 성장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동시에 2012년 당시 IT업계에서 한참 다뤄졌던 유저 인터페이스, 클라우드 서비스, 오픈소스를 통한 기기대응, 일본의 경제사정도 엿볼 수 있어 10대보다는 20~30대 여성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드라마다. 학력과 상관없이 능력으로 성공한 남자 주인공, 일본 최고의 대학에 나왔지만 아직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자 주인공인 면도 사실 나는 좋았다. 또한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에 대한 토오루의 태도라던가 생각보다 이야깃거리를 다양하게 쓰는데 톤은 가벼워서 좋다.

장점이라고 하면... 악역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악역이 속 터지게 하는 일이 없다는 것. 그리고 남자주인공이 실생활에서 보면 그다지 매력이 없겠으나 극 중에서는 참 멋있다는 것. 손으로 총알을 쏘는 제스쳐를 하면서 윙크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는 덩달아 이시하라 사토미와 같은 반응을 하게 된다며...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다. 이전 편성됐던 2012년 2분기 게츠쿠였던 <열쇠가 잠긴 방 のかかった部屋>가 아라시 출신 오노 사토시 주연이라는 후광과 더불어 평균 16% 시청률을 보였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평균 12% 정도의 시청률을 보였다. 2012년 하계올림픽이 7월 마지막주에 시작된 게 크게 작용한 듯 하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2008년 3분기 방영됐던 <태양과 바다의 교실 太陽教室>도 시청률 패턴은 비슷했는데, 이 때는 시청률이 평균 12%까지 떨어지지는 않았다. 오구리 슌+이시하라 사토미 주연 작품임에도 이정도 시청률은 아쉬울 수 있는데, 지난 4년 간 TV 시청 패턴이 무너진 점과 올림픽 개최가 동시에 작용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여하튼 무려 게츠쿠였음에도 시청률은 기대보다 좀 아쉬웠지만, 후테레VOD 매출은 좋은 편이었다고 한다. 올림픽이 종료될 시점 즈음에 방영한 7회까지의 VOD매출이 당시에는 눈에 띄는 성과였고, 그래서인지 나름대로 방영 후 CM을 통해 이벤트나 VOD 시청 안내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2012년 방영됐던 전체 60여개 드라마 중에서 15위 안에 든 평균 시청률+나쁘지 않은 VOD매출을 생각하면 사실 이 작품은 성공에 가깝다.

그렇다고 극이 야무지게 이야기가 정리 됐다는 건 아니다. 갑자기 일이 탕탕 터지더니 한 회만에 모든 갈등이 정리되고 엔딩이 나는 감이 없잖아 있다. 결국 2013년 스페셜 방송을 만들었다. 원 시리즈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1년 9개월 동안의 마코토와 휴우가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주로 마코토와 휴우가의 투닥거림을 좀 더 다뤄줘서 괜찮은 편이다. 

이 작품에서 여자 타이틀배우로 함께한 이시하라 사토미는 현재 게츠쿠인  <5시부터 9시까지 5から9まで>에서도 주연을 맡고 있다.(첫 단독주연. 리치맨 푸어우먼에서처럼 같은 사무소 소속 남자배우 후루카와 유키와 출연, 후루카와 유키는 일본판 `장난스런 키스` 주연 했던 배우인데 어딘가 한가인 닮았다. 하얗고 말랐고 코가 예쁘고 점박이다. ) 1화 시청률이 12.6%였는데 2화 시청률은 12.1%에 머무르고 있다. 이전분기 게츠쿠가 시청률 10~12%를 기록하는 바람에 일단 12%로 시작한 게 나쁘지 않은 수준이고, 1회에서 2회로 넘어갈 때 다른 드라마 시청률 하락폭보다 많이 떨어지지 떨어진 건 아니어서 기대했으나... 이야기가 지지부진해 지면서 시청률은 역시 정체 상태다. 이시하라 사토미, 지금 방영 중인 여성향 CM도 많아서 여자 시청자 선호도가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은데 왜일까...? 이런 연기 귀엽게 잘 하는데... 딱히 예쁜척 하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성격도 좋아 보이고...

아니, 2015년 4분기 일본 드라마 라인업은 볼 게 없다. 후테레 게츠쿠 <5시에서 9시까지>는 스토리가 지지부진, 갓쿠 <세이렌>은 그냥 재미 없고... 특히 2015년 4분기 갓쿠는  첫방송 전 카운트다운이 가장 재미있었.....

일본방송국도 소재 확보가 어려운 듯, 요즘 소재들도 다 코믹스 영상화 아니면 이미 영상화 했던 작품 리메이크에 나서서 좀 그렇다. 후테레 라인업은 아니지만, 2015년만 해도 <아르제논에게 꽃다발을> <데스노트> 두 작품이 리메이크됐고, 코믹스 원작 영상화 드라마는 넘쳐나고.... <앨저넌에게 꽃을>은 좋지만 <아르제논에게 꽃다발을>은 잘 모르겠고, <데스노트>는 캐스팅부터 극본화까지 다 구미에 맞지 않는다. 영어사용설명서를 보려면 사전을 하나하나 뒤져봐야 하며, 류크에게 사과를 주려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아이돌그룹을 따라다니는 라이토라니. 

여하튼 사랑해 마지않는 후테레였는데 이대로 가면 내2020 일본 올림픽 때 어떤 작품, 어떤 전략으로 '면피'하는지가 관건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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