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왓치맨 Watchmen | 2009

by 리비 :)

즐겨보는 M사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소개했던 것이 생각났다. 어른을 위한 수퍼히어로 무비라던가. 그래서 엊그제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DVD를 빌려왔다. 빌려오고 나니 18세 이상 관람가. 누가 18세 아니랄까봐, 아주아주 폭력적이다.

흠. 지금 포스터를 보니 피가 튀길 수 밖에 없겠다. <300>의 감독이 만들었으니 그럴 수 밖에...? 저번에 케이블에서 <300>을 봤는데, 소문만큼이나 영상이 피로 가득해서 조금 보다 껐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 비위가 약하시면 좀... 아. 300만큼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여하튼 좀.

스포일러

수퍼히어로들이 정의를 지키던 시대가 지나가고, 누가 왓치맨(Watchman/파수꾼)을 감시하냐는 국민들의 불만에 따라 닉슨 대통령이 이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법령을 만들어낸다. (음, 닉슨? 불명예 퇴진?) 수퍼히어로들의 활동을 국가가 제한하자, 대부분은 은퇴하고 조용히 살아가지만,로어셰크(포스터 속 가운데 인물)는 비밀리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활동을 계속한다. 그러던 중 같이 활동하던 히어로인 코메디언(오른편 끝)이 펜트하우스에서 격렬한 격투 끝에 창밖으로 던져져 살해당하고, 이를 주목한 로어셰크는 코메디언을 죽인 범인을 찾아나선다.

로어셰크가 범인을 찾는다는 이야기와 함께 수퍼히어로들의 과거가 한 장씩 펼쳐진다, 세부적인 이야기를 다 적자면 한도 끝도 없다^^ 여차저차 혼자 조사하고 함정에 빠지면서, 로어셰크는 배후에서 히어로들을 한 방향으로 몰고가는 배후를 밝혀낸다. 그리고 엄마의 뒤를 이어 히어로 노릇을 시작한 2대 실크스펙터와 2대 나이트 아울과 함께 근거지로 찾아간다. 흑막은 세계 평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 제안이라고 해도 될까...? 협박인가? 뭐, 그런거다.

가장 강력한 히어로 2인은 자신들의 암묵적인 계약에 따라 세계의 평화를 이뤄낸다. 그런데 이 평화라는 것이 히어로 집단이 모두 합심해서 이루어 낸 것이 아니다. 단 두 명의 계약에 따라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만들어진 평화는 어차피 깨질 운명이다. 로어셰크의 일기가 신문사에 배달이 되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는 각종 수퍼 히어로들이 나와서 흥을 돋궈주는 영화가 아니다.

일단 포스터에서도 보이 듯, 색감은 탁하고 무거운데다, 영화 내내 탁한 붉은 색의 피를 부각시킨다. 어두운 분위기와 난무하는 피. 즐겁게 볼 수는 없다.

세계가 흘러가는 방향은 지도자들이 결정한다는 것과 함께, 만들어진 평화는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영화는 비웃는다. (아래 정말정말 스포일러 포함)

히어로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닥터맨하튼이다. 연구원이었던 그는 사고를 당해 진성장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신경계와 근육, 골격이 분리되었다가 다시 붙는다.

이 때문에 공간을 제한없이 넘나들거나, 몸을 여러개로 만들어 동시에 다른 일을 하거나 물건을 손대지 않고 원거리 근거리 상관없이 이동하고 해체하며, 생물체를 염력같은 것으로 터트리는 등 엄청난 능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오지맨디아스는 머리가 비상하고 순발력이 좋아서 빠르며 자금력이 높은 회사를 지니고 있어, 현실세계에서 경제적, 정치적으로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오지맨디아스는 닥터맨하튼을 궁지에 몰아넣고, 전 인류의 적으로 만든다. 닥터맨하튼은 그에 순응한다. 이를 통해 오지맨디아스는 원하는 바를 성취한다. 정말 이게 끝일까? 모든 일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를 로어셰크의 일기장은 언론사에 전해진다. 히어로들도 알고 있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라는 것을.

영화의 말미에서는 기사거리를 찾아 덤비는 속성을 비웃으며 사회의 안전은 상관없는 이들의 행태를 비판한다. 어렵다. 평안한 사회를 지속시킬 것인가, 진실을 많은 사람에게 알릴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어떤 현자가 와도 딱 잘라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외디푸스 왕에서의 예언자가 진실을 밝힐 것인지, 밝힐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은 '알권리' 문제다. 미국의 알권리는 수정헌법의 해석을 통해 나온 권리다. 알권리가 수정헌법에 의해 보호받는 권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국민은 뭐든지 다 알 권리가 있다고 적힌 것은 아니란다. 출판이나 언론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조항이 해석을 통해 알권리로 확장이 되었다고 한다. 출판이나 언론활동의 자유롭게 하면 결국 국민이 이것을 접하면서 알게 된다는 것이다. 헌법 해석이 좀 씽크빅 돋을 때가 왕왕 있다지만, 이 경우도 좀 씽크빅 돋는다. 우리나라 헌법도 구체적인 알권리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듯 하다. 각 개인은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가진다고 적혀있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법이 대륙법으로 시작했지만 미국 영향도 많이 받고 있는데, 헌법 해석도 비슷하게 가지 않으려나.

국민의 알권리가 이따금 방패막이 되어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생각보다 자주) 법률 상 명기된 권리는 정확히 출판과 언론활동의 자유다. 자유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 책임을 살짝 피해가기 위해 '알권리'를 들먹여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말미에 나온 '기삿거리를 찾아 덤비는 기자'의 모습 속에 녹아있는 듯 하다.

여하튼 영화는 정말 불쾌할 정도로 잔인하다. 그러니까, 다크나이트, 이런 정도의 어두운 색감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보고나니 재미있다. 멀지 않은 미국의 역사와 묘하게 겹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하고, 부분부분 보이는 옛 노래들은 귀에 익어 즐겁다.

스마일맨 뱃지에 흐르다 굳은 코메디언의 피가 마치 피눈물처럼 보인다거나, 그 각도가 묘하게 인류 종말의 시계와 맞는다거나. 나이트 아울의 유니폼이 꼭 독수리 오형제의 통통한 3번째(맞나요?) 독수리같다거나 하는 것은 그냥 소소한 재미로 해둔다^^ 그런 디테일 찾으면서 보시는 분들은 더 괜찮으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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