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으르렁 | 엑소

by 리비 :)


으르렁. 문제의 [으르렁]. 제목듣고 '이건 또 뭔 으르렁같은 소리야'하는 마음에 듣지도 않고 패스했는데, 라디오에 나온 노래 듣고 '이건 왜 제목이 으르렁일까'했다. 

복고 분위기를 타고, 뉴잭스윙을 상큼발랄하게 잘 뽑아놓고 제목을 '으르렁'으로 지었다. 들어보기 전엔 절대 먼저 손이 가기 힘든 노래 제목이다. 게다가 '늑대와 미녀' '마마' 같이 한숨 나오는 제목을 내세웠던 엑소의 전적까지 합하면 더 손이 가기는 힘들다. 대중은 학습효과가 있단 말이다. '특이한 제목-호기심이 청취-노래가 끌리지 않음-노래 자체를 피하게 됨' 테크를 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요. 

90년대 복고풍을 세련되게 쳐낼 사운드를 쳐내고 만들어 놓다니. 요즘 너무너무너무 가벼운 사운드가 많아서 좀 피로해진 차였는데, 이 노래 들으니 마음에 쏙 들어왔다. 쉬워서 좋다. 게다가 끊어지게 부르는 부분과, 이어지게 불러야 하는 부분이 명확하게 구분이 간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안무 상에도 이런 지점들이 잘 반영돼 있다.

GUY의 3집 앨범에 수록된 Spend time이 좋은 이유는 멜로디와 리듬이 모두 살아있는, 보컬은 노래를 댄서는 춤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서다. 그런데 으르렁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단, 보컬의 역량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노래를 기반으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지점을 찾았다는 의미다. 노래와 퍼포먼스,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딱 중간 지점을 찾은 좋은 곡이다.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뮤비도 찾아봤다. 360도 모두 싸잡아서 원테이크. 이렇게 찍었을 때의 가장 좋은 점은 시청자 시야가 카메라 시야라 완전 감정 몰입이 잘 된다는 것. 잘생기고 예쁜 20대 초반 어린 청년들이 우르르 나와서 이리 춤추고 노래하면, 소녀팬도 이모팬도 다같은 마음이지 뭐. 연출 제대로 해서 보여주는 안무 버전 M/V. 팬들이 이걸 원하고 있었을테다, SM이 제대로 잡아냈다.

무대 연출 중에서 가장 좋았던 건 2013 MAMA 무대. 여자 연기자의 손잡고 입장한 루한과 엑소가 무대를 꾸몄는데, 여자 연기자의 시야를 카메라가 가지고 간다. MV의 스테이지 판 해석. 공연장 반응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TV에는 나쁘지 않게 나왔던 것 같다.

으르렁과 다르게 [늑대와 미녀]는 퍼포먼스에 좀 더 비중을 두고 구성한 노래다. 엑소가 10명 이상의 멤버들을 데리고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곡이란 소리다. 노래 자체가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다. 편곡 상 부분부분 귀여운 위트도 있고 나쁘지 않은 곡이다. 그냥 노래보다는 퍼포먼스에 무게를 싣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취향은 아니라는 말이다.

으르렁 덕분에 듣게 된 1집 앨범에서 발견한 또 다른 노래는 [XOXO]다. 한국어 버전은 담백하고, 중국어 버전은 좀 더 밀고 당기는 느낌으로 녹음됐다. 대중음악은 누가 뭐래도 쉬워야 함. 마지막에 마무리짓는 멤버 목소리도 예쁘고. 가사도 예쁘고, 쉽고. 좋다.

다만 이 그룹은 누군가가 종성 발음이 야무지게 안 돼서 음도 가사도 흐른다. 이 가사가 아니지만, '엑소'가 '에쏘' 혹은 엣소'로 되는 느낌? 아마 이건 한국인 멤버일 듯. 

12월의 기적도 좋고 으르렁도 좋아서 엑소는 좋다. 늑대와 미녀까지는 어찌어찌 이해 했다. 그런데 아직도 마마는 싫어. 누가 좋아해 달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마마는 안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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