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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개발자에게..."1등 못 해도 괜찮아, 그만두지 마"

by 리비 :)


(채널IT=정보영)“내가 너보다 오래 다닐거야!”

‘1세대 여성 벤처인’ 이수정 이포넷 대표가 직장을 다녔던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회사, 아직도 다녀?”였다. 여성은 결혼이나 출산과 동시에 회사를 관둔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 때마다 이 대표는 진심이 섞인 장난처럼 “내가 너보다 오래 다닐거야!”라고 응수하곤 했단다.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에 비해 10~20%가량 낮은 편이다. 최근에는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여성이 늘었지만 아직도 정보기술(IT), 특히 개발자 사이에서 여성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오죽하면 산삼보다 더 찾기 힘든게 여성 개발자란 소리가 나올 정도다. 2011년 산업, 직업 별 고용구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보통신 관련직에서 남성 종사자 수는 89.7%로 나타났다.

여성 개발자가 흔치 않은 것은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 샌프란시스코 소재 오렌지랩에서 200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 소프트웨어 개발자 비율은 25%, 오픈소스 여성 개발자 비율은 2%에 그쳤다.

이에 구글은 메건 스미스 구글 부사장을 주축으로 여성 개발자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7일도 세계 여성의 날(매년 3월 8일)을 맞아 '여성개발자의 밤'을 열었다. 이 행사는 전 세계 57개 도시에서 이틀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자리에는 취업 1년차 여성 개발자부터 이수정 이포넷 대표 등 많은 여성 개발자들이 모여 서로의 고민과 향후 목표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여성 개발자들은 남자 비율이 높은 업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부터 고민이다. 여성 개발자를 맞이한 남성들도 마찬가지란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먼저 고민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먼저 여자라고 피해의식을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며 “먼저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그게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이해를 구해야 할 때가 있는 만큼, 그 때를 위해서라도 평소에는 남성들보다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은숙 LG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했다. 조 상무는 “27년 간 회사에서 살아보니 의외로 고정관념이 많지 않았다”며 “사람과 사람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조언을 구할 남성 멘토를 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은숙 상무는 LG전자 상무로 발령난 2006년 당시,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상무까지 올라간 여성IT전문가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개발 분야는 선행기술을 꾸준히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다. 결혼이나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됐을 때 여성개발자들이 복직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휴직이나 퇴직에 대해 이수정 대표는 육아 때문에 퇴직을 고민하고 있었던 후배 개발자 이야기를 전했다. 우수한 결과물을 내던 여 사원이 육아로 회사에 집중하기 힘들어지자 퇴사를 고민하다 이 대표를 찾아왔던 것. 이 대표는 당시 “1등하려 하지 마라”며 “언젠가는 다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오는 만큼 참고 견디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 대표에게도 여성개발자로 살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그녀에게선 모든 것을 넘어서 성공을 일궈낸 사람에게 볼 수 있는 여유가 묻어났다. 이 대표는 “경력 단절에 대해 엄격한 것은 남녀가 모두 마찬가지”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멘토나 선배들의 조언을 받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각계 각층에서 경력 단절 여성을 지원 대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지원책들이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여성개발자를 채용하는 기업체에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형태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기회를 많이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력단절로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여성개발자 역량을 키워주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수정 대표는 개발자를 꿈꾸는 여대생을 지원하는 것과 같이 업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돈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 개발자에 대한 교육 지원”이라며 “현실적으로는 재교육을 통해 업계 분위기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IT업계에서 여성 개발자들이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꼼꼼함과 우수한 소통 능력은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낼 수 있는 장점으로 꼽힌다. 우수 여성 인력 활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업의 유인 중 하나다. IT여성기업인협회에서는 올해 경력 단절 여성 IT인력 활성화를 목표로 활동에 나선다. 여성 IT인이 육아 등의 이유로 휴직을 했더라도 다시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IT여성기업인협회 측은 “3월 내로 사업 계획과 내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4월 중에 사업 협약이 이뤄지면 5~6월 쯤에는 구체적으로 여성 IT인력 활성화를 위한 사업이 진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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