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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공학계의 다빈치, 데니스 홍 교수가 전한 '창조경제'는

by 리비 :)

# 로봇공학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나이를 먹지 않는 피터팬 같은 과학자.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만든 로봇공학자. 모두 데니스 홍 미 버지니아 공대 교수를 일컫는 수식어다. 2009년 미국 <파퓰러사이언스>에서 선정한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 중 하나로 선정됐지만, 그는 스스로 천재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어린이의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어른의 책임감 있는 가슴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는 그를 <생방송 스마트쇼>에서 만났다.

- 직접 소개를 부탁드린다.

▲ 미국 버지니아 공대 기계과 교수로 있다. 로봇연구소인 ‘로멜라’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 미국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 목적은 무엇인가.

▲ 요즘 자주 한국에 온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방문한다. 연구에 있어 한국 기업이나 대학과의 협업, 강연이 많다. 이번에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라는 책을 출간해서 사인회를 포함한 출간 행사가 있어 방문하게 됐다.

-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 학자로서 책을 쓸 생각을 하긴 했었다. 로봇에 대한 전문서적을 쓰려는 생각은 있었지만 이런 종류의 에세이를 쓸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출간하게 된 계기는 한국이다. 지난 2, 3년 간 한국의 대학교에서 강연을 많이 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강연이 끝나기 전 질의응답 시간에는 학생들이 기술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교수님, 저는 꿈이 없어요’ ‘저는 실패가 두려워서 도전할 수 없어요’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공대 기피증이라는 말도 한국에서 처음 들었다. 굉장히 충격을 많이 받았다.

질문 받은 당시에는 여기에 대한 대답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을 시작했다. 로봇 공학자이기 전에 교육자로서, 아이가 있는 아버지로서, 꿈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해줄 말이 있었기에 책을 쓰기 시작했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시각 장애인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만들었다. 어떻게 세계 최초로 시각 장애인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개발하게 됐나.

▲ 현재 하고 있는 로봇 연구는 매우 다양하다. 휴머노이드(인체를 본따 만들어진 로봇) 연구를 중심으로 아메바 로봇, 다리가 3개 달린 로봇(하이드로 스트라이더), 바퀴 다리가 합쳐진 로봇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반면, 시각 장애인용 자동차를 만든 것은 주 연구분야와 다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소중하고 특별한 프로젝트였다. 2007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로봇대회였던 ‘다르파 도시 도전’이 열렸다. 로봇 자동차인 자율 주행 자동차를 만들어서 도심 지형에서 교통법규를 지키며 주행 가능한 자동차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그 세계대회에서 우리가 3등을 했다. 시각장애인자동차는 그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기술을 가지고 만들었다.

-어떤 메시지인가?

▲ 시각장애인자동차는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판단해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다. 이 자동차에서 기술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상에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다. 과학자나 기술자에게는 불편을 가진 사람들을 돕는 따뜻한 기술에 대해 영감을 주고 싶었다. 일반사람들에게는 시각장애인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며, 우리와 똑같이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자 했다.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가 시각장애인협회를 찾는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술을 보여주면서 써보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시각장애인을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한다. ‘홍 박사, 하지만 이런 기술의 대부분은 별로 필요가 없어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고 속에서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개발한 기술의 경우 실제로는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한 가지 좋은 예가 시각장애인이 쓰는 흰 지팡이다. 어떤 개발자가 흰 지팡이 끝에 센서를 달아서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는 지팡이를 개발했다.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필요가 없었다. 흰 지팡이는 가볍고 기능이 효율적이며 값까지 저렴해 거진 완벽하다는 거다.

항상 그렇다.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사용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진정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상상 속의 로봇을 현실로 만들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 물론 어렵다. 특히 아무도 하지 않았던 최첨단의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실패도 많이 겪어야 한다.

제일 처음에 신참내기 교수로 왔을 때 이야기다.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연구제안서를 쓰는 일이었다. 연구제안서를 제출해 통과돼야 연구자금을 받아서 연구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나는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채용돼 연구제안서를 어떻게 쓰는 줄도 몰랐다. 연구제안서를 써서 내도 떨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연구실 문을 잠그고 운 적도 있을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노하우를 알게 되면서 한 번 풀리기 시작하니까 그 다음부터는 잘 됐다. 로멜라 연구소는 이렇게 커지게 됐다.

-어렵게 일궈낸 로멜라 연구소, 어떤 곳인가.

▲ 로멜라는 꿈의 공장이다. 어린 시절부터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었던 나의 꿈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장소다.

우리 연구소는 1년, 1주일, 24시간 언제나 학생들이 일을 하고 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새벽 3시에 가도 일을 하고 있다. 절대로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건 아니다. 오고 싶어서,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

금요일 밤은 보통 친구들과 나가서 노는 경우가 많다. 같이 일하는 로멜라 연구원들 역시 다들 친구사이다. 그래서 친구 만날 일이 생기면 로멜라 연구소로 부른다. 놀러 와서 이야기도 하고 간식도 먹다가 자연스럽게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옆에 있는 책장에서 해당 분야를 찾아보며 토론이 시작된다. 그리고 직접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프로그램을 짜고 로봇을 만든다. 놀이에서 자연스럽게 연구로 흘러가는 거다.

-모두가 함께하는 연구 분위기다. 최근 출간한 책에서도 ‘우리’ ‘함께’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 나는 ‘우리’라는 말을 자주 쓴다. ’우리가’ 성공했다, ‘우리가’ 이룬거다. 나는 나 혼자 성공한 게 아니다. ‘같이’ 일해서 ‘같이’ 성공한 거다.

로봇공학은 굉장히 넓은 분야다. 기계, 전자, 정보기술(IT) 등 모든 분야가 합쳐진 융합학문이다.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분야가 투입돼야 하는데, 한 사람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각 분야의 전문가와 같이 일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해 진다.

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토론과 그룹 프로젝트를 많이 하게 된다. 내 의견이 맞다고 생각해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맞춰가는 법을 배우는 거다. 내가 잘났고 너는 틀리다고 하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 이렇게 그룹 프로젝트를 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결국 로봇 연구할 때도 이런 습관이 나타나게 되는 것 같다.

-한국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래창조과학부가 들어섰다. 창조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벤처 육성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 벤처를 육성할 수 있는 분위기를 지원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실패했을 때다. 벤처 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번 실패하면 망한다고 들었다. 이렇게 되면 젊은 친구들이 도전하고 싶어도 망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을 하기 어려워 진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전을 어려워 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 꿈을 찾고, 꿈을 쫓고, 꿈을 이루세요. 파이팅!

‘꿈의 공장’ 로멜라 연구소의 이름이 적힌 검은 바람막이 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그의 모습에서 열정과 순수함을 잃지 않는 소년 같은 과학자의 모습이 읽혔다. 창조경제를 위한 벤처육성에는 도전을 위한 용기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그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실패와 재도전을 거듭하면서 얻은 그의 뜨거운 열정이 사람을 돕는 로봇 개발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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