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센던스 [2014]

스포일러 포함

'초월자'란 무엇인가, 또 '인간'의 한계는 무엇인가?

'인간'은 그 한계를 어디까지 넘어설 수 있는가?

 이같은 도전의 마지노선은 무엇인가?

천재적인 과학자 윌 캐스터. 그는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일으킨 사고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맞게 된다. 역시 뛰어난 과학자였던 윌의 연인 에블린은 그를 컴퓨터에 전송하고, 인터넷과 연결된 윌은 인간의 생리적 한계 뿐만 아니라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생명과학, 자연과학 등 많은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다. 하지만 윌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기회를 엿보던 반과학기술단체는 윌의 베이스캠프를 공격한다.

트랜센던스가 기존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와 다른 단 한 가지는 '인공지능'의 주체가 '인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인공지능의 일부가 된 윌은 놀라운 일을 이뤄낸다. 인류의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은 '하이브리드'를 만들고, 인공장기 생산을 통해 이미 죽은 자신의 육체를 재생시킨다. 대지와 빗물에 나노세포를 퍼트려 균형을 잃은 자연을 인공적으로 회복시킨다.

문제는 '신'과 같은 전지전능함을 가지게 된 윌이 어떤 존재인지 증명해 낼 방법이 없다는 것. 윌이 정말 윌인지, 아니면 인류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공지능 컴퓨터일 뿐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 한다. '지금 이 존재가 윌이 아닐 경우, 혹 윌이 마음을 바꿔 힘을 악용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는 윌을 파괴하려는 세력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에블린 역시 이에 설득된다.

윌이 이뤄낸 미래는 순간 아름다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삶과 죽음이 오묘하게 맞물리며 이뤄지는 생태계의 균형에 사람이 개입하는 순간 어그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윌이 어느 순간 집중력을 잃게 되면, 혹은 인간으로서의 마음을 잃게 되면 세상이 파괴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하이브리드'의 활용이다. 인간의 자각능력, 주체성을 파괴하고 로봇같이 조종할 수 있게 된 윌의 능력이 어두운 미래의 단면을 얼핏 보여주는 대목이다. 윌은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인간은 선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그 행동은 잔인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반과학단체는 인류의 파괴를 막기 위해 같은 인간을 죽였고, 윌을 시한부 인생으로 몰고 갔으며, 인질을 잡아 협박에 나섰다.

폭력적인 반과학단체의 진압 작전은 윌이 아직 인간에 가까웠기 때문에 성공했다. 자신이 파괴될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바이러스를 품은 에블린을 업로드했던 이유는, 사랑하는 에블린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반과학단체가 친구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인류를 위해서 반인류적인 행위를 하는 반과학단체의 요구를 윌이 받아들인 것. 만약 윌이 인간으로서의 면이 약해져 있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작전이다.

결국 이 영화는 모두가 해피엔딩이다. 향후 있을 윌의 변화로 인한 아포칼립스를 막을 수 있었다. 윌은 윌 나름대로 에블린과 함께 본래 함께 살던 집의 정원에서 해바라기와 그 아래 웅덩이를 통해 보금자리에서 함께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기술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비가 내린 정원에서 죽었던 해바라기가 살아나고, 그 해바라기의 꽃잎을 타고 떨어진 물방울이 물 웅덩이를 정화시킨 것으로 보아,  에블린과 윌의 사고가 업로드된 나노세포가 오프라인 상태로 그 정원에서 나름의 생태계를 이루며 살고 있다고 봐도 될 듯 하다. (

이같은 해피엔딩을 이뤄낼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자기희생'이었다는 것을 반추해 보면, 감독이 말하는 '초월'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