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태양의 후예-KBS

by 리비 :)

나는 군대간 누군가를 기다려 본 적이 없다. 태어나보니 아빠는 어쨌든 군인 신분, 할아버지는 군인이셨다지만... 어쨌든 군대간 누군가가 다칠까 아플까 걱정하면서 제대하기를 전전긍긍해 본 적은 없다는 말이다. 그런거에 마음 아파하긴 싫다.


그런데...


드라마보면서 송중기가 다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총 쏘지 마세요, 싸움 하지 마세요, 손가락도 하나 까딱 하지 마세요;;; 이러면서 볼 줄은 몰랐음... 아... 이런 드라마 이제 안 볼 나이도 됐는데...



엉엉 오늘만 오빠라고 부를게요 오빠 엉엉 왜 이렇게 다부진 오빠 느낌이 됐어요 엉엉


당연히 모두가 이 드라마는 대박이 날거라고 예상했다. 뻔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여자들이 좋아하는 코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할리퀸 드라마의 대가 김은숙 작가가 썼으니까. 그러니 포스팅할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이 장면 하나가 포스트를 쓰게 만들었다.



당연히 송혜교와 송중기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연애하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예쁜 장면은 초반에 다 보여줬다. 잘난 남자, 재수없어하는 여자 따위는 없었다. 둘 다 첫눈에 호감이 있었고, 데이트 장면도 나왔다. 그리고 둘은 헤어졌다.


송혜교가 왜 헤어지자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송중기가 위급상황이라 송혜교를 놔두고 부대로 복귀해서 화가 나서 헤어지자고 한 건지, 진짜 말대로 철학이 맞지 않아서인지. 하지만 송혜교의 말은 이랬다. 싸워서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명령에 복종하는 군인, 그리고 그 어떤 사상이라도 인간의 생명보다 고귀한 것은 없기에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 두 직업이 중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립하는 점이 있고, 이 점을 극복하기 힘들기에 바라던 만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장면은 더 폭발력이 있다. 처음부터 군인인 남자에게 불리한 사이다. 목숨을 내놓고 생명을 위해 싸운다. 여자는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도, 생명을 빼앗으며 싸운다는 점도 이해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군인이라는 직업을 이해 못했던 의사에게 군인이 어떤 일을 하는지 극적으로 보여 준다. 이 장면에서 남자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생명과 행동때문에 총구 앞에 섰고 여자는 그 장면을 눈 앞에서 봤다. 이렇게 남자의 캐릭터를, 여자의 성장을 한 장면에서 보여줬으니 이 장면이 인상에 남을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일에 물러남이 없는 여자를 그리기에 멋있었던 건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명령보다도 앞세우며 총구를 막고 총구를 상대에게 겨눈 남자가 있었기에 멋있었던 것도 아니다. 김은숙 작가가 이전에 썼던 대본에 비해 텍스트가 나쁘지 않다.


게다가 사실 이 드라마 속의 인물들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 예쁘고 착하지만 가난한 여자와 비뚤어졌지만 잘난 남자의 신데렐라 이야기. 착하고 열심히 살고 능력있지만 가난한 여자와 잘난 남자의 신데렐라 이야기. 이런 신데렐라 이야기와 다르다.


여자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교 언니 분위기가 먹어주는데다가, 예쁘고 순했지만 마음에 방패두르고 독기 품고 미련스럽게 일하면서 나쁜사람 소리를 듣는 것도 감수하는 여자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여자 꽤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캐릭터의 몰입도를 결정하는 건 송모연 같은 여자가 세상에 많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그냥 생각해도 공부 잘하고 얼굴도 예쁜 송혜교 외모의 의사가 몇이나 되겠나) 본인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의 비율이 많을 수록 이 캐릭터는 힘을 얻는다. 과거 잘난 남자를 흠모하는 것이 여성들의 허영이었다면, 이제 스스로 주도적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것이 여성들의 허영이다. 바뀐 사회, 그 속에서 여자들이 꾸는 새로운 판타지를 김은숙 작가는 알고 쓴다.


"태양의 후예"가 파병나온 군인과 의료봉사하는 의사 이야기라도 이 드라마가 밀리터리 드라마가 될 필요는 없다. 연애드라마를 피해가야 할 필요도 없다. 사람이 성장하는 이야기라면, 성숙해진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하는 이야기라면. 지겹도록 예상했던....은 무슨! 다 필요 없고 남자 주인공이 멋있다. 여자 주인공이 이쁘다. 재미있다. 그럼 땡이지!


이 드라마가 드라마가 되기까지 여러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정말 연애하는 드라마는 오글거려도 멋진 대사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송중기가 말해서인지, 송혜교가 말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대사도 간질거리는데 멋있다.


제작비 많이 들었다던데 홍삼광고 참 많이 나오네. 연령고지에 가상광고도 띄우고.


그런데 이 드라마 영어제목은 설마 "Son of Sun"인가요? (태양의 후예 영어제목은 Descendant of Su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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