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겨울엔 역시 장갑

by 리비 :)

장갑을 챙겨 착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좋아한다. 특히 팔목까지 올라오는 형태를 선호한다. 때로는 남성용으로 나오는 투박한 디자인의 장갑에도 눈길을 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갑 브랜드는 덴츠(Dents)다. 10만원 대부터 비싸게는 60만원을 넘어가는 고가의 장갑까지, 다양한 제품이 갖춰져 있는 장갑 브랜드다. 60만원 대 중반을 호가하는 장갑은 페커리 가죽으로 만든 제품이다. 페커리는 돼지처럼 생긴 동물인데, 이 가죽으로 장갑을 만들면 장갑 표면에 털을 뽑아낸 자국이 찍혀있다. 따지고 보면 '가죽'이라는 소재가 다 잔인한 소재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페커리 가죽은 털 뽑아낸 자국때문에 도무지 정이 안 간다.

처음 덴츠 장갑을 사용한 이유는 백화점에서 파는 장갑이 내 손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옷이고 장갑이고 약간 여유있느 사이즈를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장갑이 너무 작았다. 가죽소재의 특성 상 털이나 캐시미어 내피가 있어도 찬 기운이 조금씩 스며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장갑이 손에 딱 맞으면 식은 가죽의 냉기가 그대로 손에 전달된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 손 크기에 맞는 제품은 손가락이 정말 여유없이 딱 맞아서 손 끝이 스물스물 시려왔다. 가끔은 손바닥도 사이즈가 너무 딱 맞아서 답답하기도 했고.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덴츠는 사이즈가 다양해서 좋았다.

게다가 안 쪽에 털 내피가 아니라 캐시미어 내피인 점도 마음에 들었다. 쓸데없는 장식이나 무늬가 없고, 손목까지 올라오는 넉넉한 길이를 갖춘 투박한 디자인도 나에게 맞았다. 여성용 장갑 가격은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장갑 사는 것과 비슷했고.

가죽도 부드러운 편이라 세세한 손 움직임이 편하다. 딱히 물건을 집는다든지 할 때 불편함은 없을 정도다. 좋은 장갑은 끼고 동전도 주울 수 있어야 한다는데, 솔직히 새로 나온 조그만 10원짜리는 좀 힘들고 500원짜리는 주워본 적 있다.

부드럽고 편안해서 이 장갑은 가지고 다니면 정이 간다. 끼지 않아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정도다. 찬바람 불면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이 "겨울 옷 꺼내야지"가 아니라 "장갑 언제부터 끼지?"일 정도니, 말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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