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14주년 콘서트 Grand Tour in Seoul 'The Return', 신화

by 리비 :)

욕망과 체면 사이에서 고민했던 며칠이었다.

10주년 콘서트는 놓쳤으니 14주년 콘서트만큼은 가야한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당연하지!'라고 외쳤지만 갈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었다. 나이도 나이, 상태도 상태.

하지만 2012년 3월 25일 3시, 나는 올림픽공원 역에 당도해 있었다.


티켓 예매에는 정말 소질이 없다. 표를 구한 것은 같이 가자고 제안한 친구였다. 나이나 체면을 떠나, 티켓 구하기가 너무나 힘들어서 콘서트는 다시 못 올 것 같다는 예감을 어렴풋 느끼며, 공연 시작 1시간 전에 체조경기장에 들어섰다.


6구역 표시된 부분 근처에서 본 무대의 크기는 이 정도다. 콘솔 뒷 편으로 취재기자들을 위한 프레스 좌석이 마련되어있다. 그리고 프레스석과 콘솔 중간에 간이무대가 조그맣게 있어서 8구역부터 10구역 좌석을 위한 간이무대가 있었다. 이 무대에서 출발해 멤버들이 둘로 나뉘어 11구역부터 15구역, 7구역부터 3구역까지를 이동식 무대를 이용해 도는 곡도 있다.

 
모니터로 비춰지는 영상은 선명하고 좋다. 무대에서 노래부르는 가수들을 예쁜 모습으로 잘 잡았다. 또한 노래를 하는 동안 무대 위 스크린에 비춰지는 영상들은 세련됐다. 호수의 정경, 밤의 도시, 검은 색에 붉은 스피커를 형상화한 영상들은 곡의 성격과 잘 맞아 떨어졌다. '촌스러워.'라고 생각했던 영상이 없었다.


이 콘서트는 신화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는 의미였다. 공연은 신화에게 활동기반을 다져준 곡이자 신화만의 퍼포먼스를 개성으로 만들어 준 [T.O.P]로 시작된다. 그리고 본공연의 마지막 곡은 신화에게 가장 큰 영광을 안겨줬던 [Brand new]다. 공연은 내 편의상 3부로 나눠서 기록했지만, 실제로는 따로 나눠지지 않고 이어서 공연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라진 개인기 무대, 그래서 참 좋다.

-1부-

첫 곡인 [T.O.P]와 이어지는 곡인 [Hey, Come on]에 굳이 의미를 가져다 붙이자면 '활동기반' 정도 될까. 첫 앨범활동에서 고전을 겪었던 신화는, 2집 첫 타이틀 [T.O.P]에서 정장을 맞춰입고 나와 절도있는 군무를 선보이며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했다. 또 다분히 매니아적이었던 3집을 지나 발매된 4집은, 기존에 신화가 가진 남성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어 내면서 새로운 팬들을 대거 양성했던 앨범이었다. 이 두 앨범들을 통해 이들은 후속 활동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 두 곡을 시작부터 몰아치듯 부른다. 그 후에 멘트. 첫 멘트가 가장 신화스럽지 않은, 주의가 산만하지 않은 멘트였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민우의 '여러분 간지!' 아아. 이 말, 아무래도 이번 활동 내내 들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발라드넘버, [다시 한 번만][흔적]은 9집 수록곡이다. 신나는 댄스곡과 안무가 트레이드마크였던 이들이 부르는 발라드는 집중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곡은 보러 갔던 공연을, 듣도록 만든 곡이었다. [다시 한 번만]보다 멜로디가 다소 어려웠던 [흔적]의 경우 부분적으로 음정이 미묘한 부분이 있었지만, 밴드 편곡에서 느껴지는 힘과 곡이 끝날 때의 기타 솔로, 그리고 멤버들이 쏟는 감정의 깊이 덕분에 완성도가 높은 곡이었다고 생각한다. 새삼 시간이 흘렀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이제 노래에서 느껴지는 마음이 더 깊다. 가사도 더 다가오고. [흔적]은 아쉽다. 활동을 했어도 참 좋았을 것 같은데...

그리고 이어지는 VCR은 멤버들의 근황을 전진의 내레이션을 통해 알려주는 내용이다. 멋지게 등장하는 차도남의 영상에 걸맞는 전진의 깨알같은 내레이션(...^^;;) 그리고 바로 [Wild Eyes][Perfect Man]이 이어진다. 이 곡은 기억나는 것이 팬들이 떼창하는 부분? 이 곡 들을 때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다만 전진의 노래가 참 예뻤다는 것 정도만 생각난다.
이 곡이 끝나고 멘트가 이어지는데, 이 때부터 장난기 폭발하기 시작한다. 혜성 "어제는 발차기 하고 오늘 안 하면 오늘 오신 분들한테 혼날 것 같아서..." 에릭 "어제는 혜성 씨가 선풍각을 하면서 초반의 감정이 남아있어서 눈물을 흘리시면서..." (생략) 같은 멘트. 빠지지 않는 '간지b'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다는 전진의 멘트... 등등등. (팬들은 이 때부터 벗으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곡은 [Time Machine]이다. 귀엽고 아기자기해서 저절로 외워지는 가사를 가진 덕에 곡 후반부 에릭 랩 파트를 떼창하는 팬들 때문인지 피식 웃는 에릭을 볼 수 있었던 무대였다. (이 노래 참 좋다. 다만, 이번 사업은 절대로 망하지 않길...^^) 이 곡에서 앤디가 살짝 파트를 놓쳤고 혜성의 목소리가 살짝 막혔었는데, 신혜성은 이후 애드립을 찰지게 했고 앤디는 바로 박자를 타며 잘 넘겼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How do I say]다. 이 곡은 아기자기함을 이어가면서 분위기를 조금 띄우며 자유롭게 불렀던 곡이었다. '내 입술은 부끄러워'라는 가사를 '내 입술은 뿌잉뿌잉'으로 개사해서 부르는 민우의 재기발랄한 무대매너도 재미있었다. (서른 셋의 오빠도 뿌잉뿌잉이라고 말할 수 있구나.^^) 그리고 다시 분위기를 좋냐고 거듭 물어보면서 다음 곡으로 [으쌰으쌰]가 이어진다. 발랄함이 조금씩 더해지는 흐름이다.


-2부- 

이후 멤버들의 컨셉회의를 보여주는 것과 같이 촬영된 VCR이 방영된다. 여기까지가 한 시간 분량 정도의 공연이었다. 이어지는 곡은 [괜찮아요]다. 이 곡부터는 2부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곡에서 동완이 이어지는 파트를 놓치는 부분이 있었고, 혜성은 박자를 조금씩 밀고 당기며 부르기도 했다. 팬들은 따라불렀고, 재미있었다. 이 곡에선가, 약간 하울링 나는 것 같던데. 세 시간 반의 공연동안 두세 차례 귀에 확실히 들리는 하울링이 있었지만, 그건 다른 공연들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니 문제라 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이어지는 곡은 신보의 1번 트랙 [On The Road]다. 앨범에서도 악기소리며 멜로디며 듣는 재미를 참 많이 줬던 곡이라 기대했던 곡이다. 가서 들어도 듣는 재미가 엄청나다. CD로 들었을 때는 이 노래가 어려운 곡인지 잘 몰랐는데, 막상 가서 들으니 이 곡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곡, 참 예쁘다. 하늘색 하늘을 보는 듯한 곡이라 웃음짓게 만드는데, 콘서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곡은 신화의 데뷔곡인 [해결사]다. 기타리프와 피아노 등으로 노래 전반에서 반복되는 새로운 모티프가, 이 곡이 내가 알던 해결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 곡의 분위기와 시대를 바꿨다. 그리고 여성코러스가 덧입혀지면서 풍부한 소리도 새로 생겼다. 해결사의 중반에 들어가는 밴드 간주도 참 잘 어울렸다. 그리고 노래는 자연스럽게 해결사에서 반복되던 모티프 위에 앤디의 랩파트가 얹어지며 [Run]으로 이어진다. 후렴부분에 사운드를 집중하기 위해 다른 부분들의 소리를 정리한 것이 인상에 남았던 곡이었다. 이 곡도 예뻐하는 곡인데^^

다시 중간멘트가 시작한다. '연예인 물' 이야기, 해결사는 정말 오랜만이라며 1집 때부터 응원해주던 팬이 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와중에 민우는 "여러분들 다 오래된 팬인데, 그렇죠~"라며 팬들 토닥거린다. (그러게요. 웬만한 팬들은 10년, 12년 차 팬이지 않을까요.^^;;) 일본어로 인사하라느니, 중국어로 인사하라느니, 재미있는 멘트들이 이어진다. 이 와중에 혜성은 신화는 '엉망진창'이라며, 모두가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신나게 공연하자며 웃는다.(신화가 너무 정갈하면 이상하고, 엉망진창일 때가 재미있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이 때부터는 멘트에 10집에 대한 음악적 설명이 곁들여진다. 굳이 말 안 해도 음반 안에는 고민의 흔적들이 역력하다. [On the Road]를 작곡한 김도현 작곡가도 콘서트에 와있다는 소개말이 이어지고, 부족한 것이 있냐는 민우의 물음에 팬들은 다시 벗으라며 호응... 예전 콘서트에서 알 모양의 옷을 입고 보여준 알몸은 동완의 아이디어였단다. (그거 재미있었어요.)

여차저차 이어지는 곡은 6집의 곡, [중독]이다. 소파만 봐도 우린 알아요. 전진과 민우에게 잘 어울렸던 곡이라 추억이 새록새록... 그리고 다음 곡은 다신 못 볼 줄 알았던 (!!!) [너의 결혼식]이다. 곡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무대 때문에 인상깊었던 곡인데, 이 안무를 재현하다니 생각 외의 수확이었다. 전주 부분의 비트를 듣는 순간 정신이 나가서 오히려 기억이 안 나는 곡이다. 이 곡은 그냥 전체무대에서 멍하니 안무와 대형 바뀌는 것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멘트. [너의 결혼식]이 제일 간단한 것 같다는 에릭의 멘트에 이어지는 혜성의 멘트.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추시면 다이어트는..." ...이거 외워서 추면 두뇌개발에도 좋을 것 같다. 못 외워요... 그리고 민우의 콘서트에 관련된 멘트를 받아 깨알같은 앤디의 틴탑홍보...^^ (예뻐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게스트 소개.

-3부-

그리고 의상을 바꾸기 위해 무대 뒤로 퇴장하며, 79년 신화창조의 과거와 현재를 그린 VCR이 플레이된다. 그 때 생각해보니 지금도 내 방의 오디오 위에는 빛바랜 신화의 사진 액자가 있다. 친구들이 중학교 때 생일선물로 준 것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보낸 시간의 반절은 신화와 연관있는 기억들로 채워져 있었다. 친구들과 음악을 듣고, 콘서트를 다니고, 잡지책을 보고, 쉬는시간이면 뮤직비디오를 보며 자라왔다. 팬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을 '성장'이라는 코드로 8집의 타이틀 [Once in a lifetime]이 이어진다. 이 곡의 뮤비에는 아이들이,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란 모습이 나왔었던 것을 생각하면 VCR에 이어지는 선곡의 흐름이 이해가 되는 것도 같다. 이 곡을 콘솔 뒤쪽의 간이무대에서 불렀고, 하얀 조명이 가득한 가운데 하얀 꽃술이 흩뿌려지는 무대가 연출되었다. 이 곡이 끝나고 각자 잔잔한 분위기에서 진지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멘트가 있었다.
그리고 두 팀으로 나눠져서 이동가능한 무대로 공연장을 한 바퀴 돌며 5집 후속곡인 [I Pray 4 U]를 불렀다. 6구역 쪽으로는 에릭, 전진, 민우가 왔었던 것 같은데, 이 역시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이 곡동안은 본무대에서 댄서들이 춤을 췄다. 이 곡은 드럼이 좋았다. 박자를 생각보다 조금 더 쪼갰던 것 같다.  이 곡도 폭풍 떼창. 그리고 바로 본무대로 옮겨서 3집의 [Jam#1]을 부르기 시작한다. 이 곡은 콘서트에서 실연될 때마다 밴드와도 잘 어울리고 분위기도 순식간에 가열되는 곡이다. 이 곡의 시원함은 동완이 시원하게 내지르는 부분에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시원하게 뽑아냈다. 정말 이 곡, 잘 어울려요.b 이 곡만 나오면 그리 좋더라. 밴드 연주도, 멤버들 노래도 즉흥적인 느낌이라 자유롭게 놀자판이다.

그리고 멘트를 하면서 헤드셋을 착용한다. 이야기를 신보인 10집 타이틀 [Venus]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곡을 부르기 전에 더블타이틀인 [Hurts]를 부른다. 이번 멘트에서 혜성이 이야기를 꺼내다가 만다. 전 날 민우에게 마이크를 다 쥐어줬는데, 혜성이 이것을 따라하고 싶어 '이 순간까지 마이크를 쥐고 싶었다'라며... 멤버들은 쥐어줬고, 혜성은 소원 풀었다.

10집의 더블타이틀 중 하나인 발라드 [Hurts]는 CD로 들었을 때 박자가 어려운 것 같아 라이브가 궁금했다. 또 에릭의 랩도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었다. 노래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박자 어렵고, 그래서 호흡도 어려운 것 같고. 그런데 잘 하고, 잘 어울린다. 이 곡을 팬이 아닌 분들이 많이 들어보셨으면 한다. (신화도 발라드 잘 해요.) 그리고 바로 댄스 타이틀 [Venus]가 이어지는데, 이 무대는 [Brand new]보다 더 스케일이 크다. 댄서들이 두세 번 씩은 무대에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는 듯 하다. 한 번 봐서는 궁금한 모든 부분들을 확인할 수 없지만, 이 곡의 특징을 무대에 잘 녹여낸 것 같다. 비트가 잘개 쪼개지다가도 이어지면서 그루브가 사는 그 부분들을 모두 안무와 무대 구성에서도 잘 살렸다. 여지껏의 신화노래와는 다르고 무대는 멋지다. 컴백 첫 타이틀부터 발라드로  하기에는 대중이 신화에게 바라는 것이 확연히 있다. 더블타이틀로 댄스를 앞에 세우고 바로 뒤에 발라드를 세우는 선택은 훌륭한 것 같다. [Hurts]가 이들의 이후 활동의 새로운 기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흔적]의 아쉬움을 이 곡으로 조금이라도 털 수 있기를...

그리고 마지막 멘트를 한~참 한다. 멘트 길게 하면 좋다. 재미있거든요. 가만히 보면 신화창조도 참... 장난기 다분하다. 장난치는 멘트를 좋아하는 팬 중 하나지만, 내가 봐도 웃기는 애들이다.
혜성이 앤디에게 소감을 묻는 것을 깜빡하고 진행해서 팬들이 앤디 이름을 연호. 막내 오빠는 형들에게 '제발 이번에는 철 좀 들었으면 한다'라며 '다시 다 현역으로 보낼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에릭은 "대한민국의 공익을 대표해서 공익도 병역 의무를 성실히 마친 것"이라며 응수했다. 더불어 "20대가 되서 꾸밀 줄 알아서 그런지, 예쁜 팬들 보면 뿌듯하다."라던가 "결혼한 분들이 남편과 같이 와서 보기 좋다."라는 말도 했다. 혜성은 이에 대해 열심히 공연을 봐주시는 남자분은 결혼 전 남자친구고, 대강대강 공연을 보시는 남자 분들이 남편일 것이라며, 깨알같은 코멘트를...^^ 마지막 멘트만 한 20~30분은 한 것 같아... 큼지큼직 기억나는 멘트들은 이 정도.

한참을 장난치다가 이어지는 마지막 곡은 [Brand new]다. 독립한 신화에게 대상을 안겨준 곡이다. 불안과 성공 사이에 서있던 그들에게 미래를 확인하게 했던 곡이다. 예뻐하는 곡, 여전히 예쁘다.

그리고 앵콜은 [붉은 노을] [Yo!]를 한 후 무대 퇴장했고, 더블앵콜로 [Yo!]를 이어서 마저 [Oh!]를 해야 하는데, 혜성이 리프트로 무대에 올라오다가 펌핑문제로 착지 중 쓰러져, 댄서들이 들어서 무대 뒤 쪽으로 옮겼다. 앤디 역시 전날 부상으로 허리가 안 좋아서 리프트 쓰던 중 충격이 갔던 것 같은데, 혜성은 병원으로 가야 했고 앤디는 무대로 돌아왔다. 팬들을 달래며 민우가 차분히 [Oh!]를 이끌어갔다. 다만 팬들이 이미 혜성의 부상에 걱정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는지, 이어지는 무대에서 힘이 빠져있었다. 그래서 더 힘내려는 멤버들이 안쓰러웠다. 현재에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괜찮다.'라는 혜성의 카톡이 공개되면서, 10집 활동에 대한 내용을 기다리는 중이다. (밴드 소개할 때 아픈 허리로 브레이킹 시도하는 앤디가 눈에 밟힌다잉.^^;;)


선곡과 멘트를 들어보면 공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강약조절이 되도록 곡들을 배치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곡을 소개할 때 되도록 그 곡과 이어지도록 토크 내용이 이어지도록 유도한다거나, 이어지는 곡들을 흥겨움이나 감정의 심도가 깊어지도록 배치한 면을 보면 곡을 한 곡 한 곡 유심히 고른 듯한 정성을 느낄 수 있다.

댄스곡이 많은 공연이라 음향은 별 기대를 안 하고 갔음에도, 악기 소리가 명확히 다 들리고 멤버들의 보컬도 선명하게 들려 만족스러웠다. 다만 공연 중에 멤버 앤디의 인이어에 문제가 있는지 박자를 놓친 경우가 한두 번 있었지만, 소리가 너무 퍼지지도 않고 잘 들렸다. (자리가 좋아서 그랬나...)

목이 약간씩 쉬어있는 멤버가 있었지만, 노래할 때 만큼은 조밀하게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14년차 아이돌그룹의 관록을 보여준다. 컨디션 난조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으로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멤버들 덕분에 보러 갔던 공연을 100% 듣고 왔다. 듣는 것만으로도 이 공연이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전진의 노래는 정말 인상깊었다. 그 어떤 멤버의 코러스로 들어가더라도 잘 어울렸고, 특히 혜성의 메인멜로디 밑으로 흐르는 코러스는 메인보컬에도 눌리지 않는 전진만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파트도 흔들림없이 멋진 목소리로 노래한다. 원래 신화가 이렇게 노래했었나, 새삼스럽게 놀랐다.

시끄러운 클럽은 딱 질색이고, 가장 큰 일탈이 노래방가는 일인데 그나마도 잘 안 가는 내가 가장 신나게 노는 방법은 몇 년의 한 번씩 이렇게 콘서트를 기웃거리는 것이다.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노래를 안 들을 수도 없는, 너무나도 즐거운 공연이었다.


새삼스럽게 느낀 것은, 주의산만하고 자유분방한 것 같지만 신화는 14년 동안 열심히 해왔다는 것이다. 선풍각을 하는 혜성을 보면서는 무릎을 항상 떠올렸고, 전진을 보면서는 시멘트 바닥에서 다 지친 몸으로 텀블링을 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저 정도의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구나, 오늘도 이들의 공연을 보며 배우고 왔다. 정말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 열정이 부러워 반성하느라 하루 종일 공연장에서 와플 하나, 우유 한 팩 마신 것이 끼니의 전부인데도 배가 안 고픈, 콘서트를 보고 온, 새벽 3시 반이다. 엄마가 웃으신다. 도대체 신화가 뭐냐며 그렇게 자극받고 분해하냐며 ㅎㅎ 자극만 받지 말고 좀 그렇게 살아보라며. ㅎㅎ 그러게 말이에요, 엄마! 그게 중요한건데! ㅎㅎ



1. T.O.P - 2집 타이틀
2. Hey Come On! - 4집 타이틀
3. 다시 한 번만 - 9집 수록곡, 선공개 타이틀
4. 흔적 - 9집 리패키지 수록곡
5. Wild Eyes - 4집 후속곡
6. Perfect man - 5집 타이틀
7. Time Machine - 7집 수록곡
8. How do I say - 겨울시즌앨범 Winter Story 04-05 수록곡
9. 으쌰으쌰! - 1집 후속곡
10. 괜찮아요 - 6집 수록곡
11. On the Road - 신보 10집 수록곡
12. 해결사 - 1집 타이틀, 데뷔곡
13. Run - 9집 타이틀
14. 중독 - 6집 후속곡
15. 너의 결혼식 - 6집 타이틀
16. Once in a lifetime - 8집 타이틀
17. I pray 4 U - 5집 후속곡
18. Jam#1 - 3집 수록곡
19. Hurts - 신보 10집 타이틀
20. Venus - 신보 10집 타이틀
21. Brand New - 7집 타이틀
22. 붉은 노을 - 겨울시즌앨범 Winter Story 04-05 수록곡 
23. YO! - 2집 후속곡
24. Oh! - 7집 후속곡

난 우리 오빠들이 작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172cm가 뭐.) 이렇게 귀엽게 보인 것은 처음이다. 최홍만 씨가 크긴 크구나. ㅎㅎ 포오옥 안겨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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