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국립발레단] Dance into the Music: 빈사의 백조 등

by 리비 :)

우와. <빈사의 백조>를 라이브로 보다니.



6월달에 <스파르타쿠스>를 보고 또 감정이입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터덜터덜 집에 돌아온게 엊그제같은데, 하반기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상반기에 국립현대무용단에서 <Three Bolero>라는 프로그램으로 라벨의 볼레로를 3가지 방법으로 구현했는데, 국립발레단의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라벨의 볼레로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대하던 또 하나의 작품 <빈사의 백조>까지!


이번 공연은 곡을 4중주 실내악으로 재편곡해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타악기였나. 오래되서 기억이 안 난다.)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그 앞쪽에서 무용 공연이 펼쳐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재혁 피아니스트가 재치있고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여주셔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작년, 갑자기 눈에 띈 발레학원때문에 발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빈사의 백조>도 알게 됐다. 이 작품의 매력은 참 짧은 곡이지만 무용수마다 정말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누구는 팔 동작이 물흐르듯 보여서 죽는 순간까지 아름답고, 누구는 정말 처절하게 온 힘을 다한 날갯짓이 참 안타깝고, 또 다른 누구는 상채가 모두 죽어가는 백조같이 위태롭다. 그래서 이번에 <빈사의 백조>가 공연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많이 했다.


학수고대하던 토요일에 박슬기 수석무용수의 공연을 관람했는데... '어쩌면 저렇게 팔이 예쁘실까...'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백조가 불쌍하다는 생각은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푸른색 조명을 받아서 파르스름하고 연약한 실루엣에 힘겹게 파드득거리는 날갯짓이 정말 백미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는 그냥 학교 다닐 때 듣기시험으로 자주 나오는 지루한 클래식곡이었는데, <빈사의 백조>를 통해, 특히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박슬기 수석의 움직임에 감명받았다.


보고 싶었던 로미오오 줄리엣의 발코니 파드되도 재미있었음. 이재우 수석무용수와 한나래 솔리스트가 호흡을 맞춰서 한여름방에 꿈을 꾸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한나래 무용가가 어찌나 천진난만하고 두근대는 소녀 모습을 고스란히 내비쳐주시는지... 게다가 이재우 수석은 어찌나 듬직하고 줄리엣이 머무는 발코니 발치를 떠나지 못하는 로맨티스트 로미오 모습 그대론지... 내내 엄마 미소를 지으면서 쳐다봤다. '이 작품 올라오면 꼭 2번은 관람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여담이지만, 무대에 뜬 달이 참 이뻤다. 특별히 신경쓴 무대연출도 아닌데, 달 그려 놓고 조명을 비춰주니 달무리 보는 듯 마음이 싱숭생숭...


현대무용은 내겐 아직 어렵고 먼 그대인데, 이번 프로그램에 포함된 <Quartet of the Soul>은 재미있었다. 네 명의 무용수가 각자 악기를 대변해서 자기 파트마다 춤을 추다가 어우러져서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 작품이었다. 머리 굴리지 않고 편안하게 음악과 함께 볼 수 있는, 그러면서도 음이 떨어진 피아노, 날카로운 음색의 바이올린같은 악기 특징이 무용수의 동작과 개성에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었다.


더운 여름, 이 작품을 보고 오면서 찌뿌둥했던 기분이 싹 날아갔다. 예쁜 거 보고 착하게 살아야 할텐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여하튼. <빈사의 백조> 비디오 2편.


안나 파블로바의 <빈사의 백조> 화질이 답답해도 참고 볼 수 밖에 없는 비디오다. 정말 백조가 죽기 직전에 날갯짓을 하는 것 같아 "아름답다"는 느낌보다는 "처절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보기만 해도 감정소모가 있는 비디오인데, 사람이 이렇게까지 춤을 출 수가 있구나 싶다. 약간 음악도 좀 빠르고 영상도 좀 빨리돌리기 하는 느낌인데도 날갯짓하는 손이 엄청 디테일하게 다 보인다. 자주 보기에는 감정소모가 좀 있는 편이라, 머리가 복잡할 때 마음 다스리려고 이따금 찾아보는 비디오다.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빈사의 백조>는 위의 비디오보다는 감정소모가 적다. 특별히 처절함에 대한 표현이 덜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너무너무 예뻐서 그 생각까지 할 겨를은 없다는 것 뿐.... 그래서 평소에 자주 보기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공연을 찾아보게 된다. (일단 화질이...ㅎ)



그나저나 마린스키 발레단 티켓오픈은 언제 하는걸까... 이거 꼭 예매해야 하는데... 그나저나 착하게 살기 너무 힘들다... 착해질래야 착해지기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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