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명탐정코난 전 | 2017

by 리비 :)

휴가라서 정말 좋아>_< 1탄 <명탐정 코난> 전시회 관람


친구 회사에 점심먹으러 가다가 갑자기 회사 어른이 부르신다 해서 발걸음을 돌렸다. 3호선을 타고 오후에 다녀 오려던 코난 전시회를 보러 감. 몰랐는데 쌈지길이 안국역에서 가까웠구나.





여차저차 코난 전시회.


94년부터 연재가 시작된 <명탐정 코난(이하 코난)>은 본디 장편으로 기획된 콘텐츠는 아니다. <소년탐정 김전일(이하 김전일)>이 연재되던 주간잡지 '소년매거진'이 인기를 끌자 여기서 착안되어 <소년선데이>에서 기획됐다. 김전일은 세세한 묘사를 내세워 청소년부터 성인까지를 공략하는 추리만화를 지향한다면, 코난은 소년 캐릭터와 청소년 로맨스를 내세운 소년만화물에 가깝다. 본격 추리를 기대하면 실망스럽고, 가볍게 읽기에는 코난이 더 대중적이라는 말이다. 물론 이같은 포지션이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다. 연재 초기에는 코난도 잔인한 묘사, 약간은 변칙적인 주인공 캐릭터를 앞세웠으나 독자층을 감안해 무게감이 지금처럼 확정됐다.


그래서 코난 전시회는 어중간하다. 추리를 사랑하는 어른 독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면 너무 코어한 소비타겟만 남게 되어 수익성도 떨어지고 별 의미도 없다. 그렇다고 코어 소비자층도 공략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이 전시회를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올까. 그 중간 지점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명탐정 코난>을 좋아하긴 하지만, 정작 이 점이 궁금해서 코난 전을 찾았다. 과연 이 전시회는 누구에게 타겟을 맞춘 전시회일까.



결론적으로 <명탐정 코난 특별전>은 누구에게나 무난한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방은 없다. 방탈출게임의 요소를 가진 <명탐정 코난>전은 방문객에게 사건의 탐정이 되어 '모리탐정사무소'에서 일어난 사건 체험기회를 제공한다. 주로 초, 중학생까지의 나이대 아이들이 오는 전시회라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문제를 동행한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머리를 쓰는 건 싫다. 머리쓰는 다른 사람을 구경하기는 좋아한다. <크라임씬>도 내가 머리를 쓰면서 누가 범인일지 추리를 하지는 않는다. 그냥 행동이 이상한 사람을 찍지. <지니어스>에서도 같이 심리게임을 벌이지 않는다. 그냥 누가 잘하나 구경하지. 그래서 이런 방탈출게임 형식의 콘텐츠는 내게 매력적이지 못했다.


내게 그나마 아오야마 고쇼의 작화를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의미있었다. 컷을 쪼갠 방식, 컷 안에 등장인물을 배치하면서 작가가 의도했던 내용, 각 컷을 만들어낼 때 사용한 작화기법을 코멘트로 적어 원화로 전시해 뒀다. 만화 쪽도 문하생이 작가의 밑에서 함께 지내며 배우는 도제식 교육요소가 강하다는데 그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지껏 표지는 그냥 표지, 양면을 사용한 컬러컷은 그냥 컬러컷으로 봤는데 이제 더 자세하게 보고 싶을 것 같다.


만화 작가들은 그냥 스토리를 잡고 그림을 그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천천히 달리는 컷, 빠르게 달리는 컷, 달린다는 동작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테크닉이 다르다. 액자식 구성을 사용할 때는 메인 에피소드와 프레임 에피소드의 계절적 배경의 대비 정도를 계획한다. 잘되는 작품에 그냥 되는 건 없는거다. 


<명탐정 코난>에서 종종 한 화면이 양 쪽으로 갈라지며 아래 그림과 같은 스타일로 한 컷을 크게 잡을 때가 있다.



다른 만화책도 이런 컷은 자주 사용하지만, <명탐정 코난>은 이런 컷을 그 중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코믹스 중 하나다. 애니메이션 판에서도 그렇고 코믹스 판에서도 그렇고 종종 보이는 연출인데, 칠하는 색깔부터 등장인물을 위치하는 각도와 사용하는 오브제까지 모든 것을 작가가 본인의 의도 하에 계획하고 통제해서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불어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고, 마커, 수채물감, CG부터 색연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리기도구로 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구경거리였다. 등장인물의 머리카락, 옷, 턱선을 표현하는 선의 굵기, 종이의 결과 매끄러운 펜선이 그려진 자국까지 인쇄된 버전에서 볼 수 없는 진짜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기에 전시회를 다녀온 보람이 있는 것 같다. 일본판 코난을 찾아보는 코어팬까지는 아닌지라, 원화 전시는 정말 신나게 봤다.  조금 더 원화가 많았으면 팬 입장에선 좋았겠지만, 메인 타겟이었던 초, 중학생에게 원화 관람이 딱히 메리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이 이상의 분량을 주최 측에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전시회에 대한 주최 측의 고민이 고스란히 읽혀지는 전시였다.


처음에 던진 의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사이의 아이들에게 포커싱을 맞춘 전시다. 초등학생 자녀가 추리물을 좋아하거나 퍼즐풀기에 관심이 많다면 가볼만 하다. 그게 아니라 그냥 '코난'을 좋아하는 것이라면 부모님이 퍼즐을 푸는 과정에서 많이 도와줘야 할테니 큰 기대하지 않고, 퍼즐을 싫어한다면 20분 내외로 돌아본다 생각하고 가면 된다.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시큰둥할 수 있다.


팬 입장에서 딱히 살만한 굿즈가 많이 없었다는 점은 그 누구에게나 아쉬운 점일 듯. 이 점도 어쩔 수 없는 것이, 그냥 오리지널굿즈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여온 게 아니라 우리말로 로컬라이징해서 판매하는 통에 재고가 얼마나 쌓일지 가늠도 안 되는 상황에서 무조건 굿즈를 다양하게 찍어내기엔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오리지널 굿즈를 사려면 일본으로 원정을 가는 걸로....


아래부터는 전시회 사진. 방탈출게임 요소 때문에 콘텐츠 유출을 막기 위해 아래 부분을 제외한 메인전시는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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