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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 깨라는 '룰'대신 '게임'깨나

by 리비 :)

임요환과 홍진호, 어디까지 갈까?

이미 게임은 깨졌고, 이제 이어붙일 시간이 왔다. 그런데 그 역할을 누가 할 것인지 아직 모호하다. 

일단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프로게이머 출신 플레이어 2인. 여지껏 프로게이머 출신 플레이어가 탈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생각보다 프로게임단 여건은 녹록치 않은데, 그 바닥에서 엄청난 인내심으로 최고에 자리까지 올라간 인물들이다.

임요환은 예상치 못한 전술(심지어 게임의 버그까지 활용해 내는)을 들고 찾아오는 전술가다. 지난 번 데스매치에서 보여준 그의 전법은 탁월했다. 스플리터를 활용할 생각도 하지 못 한 상대에 비해, 레이저를 완벽히 차단하고 스플리터를 활용해 왕을 없앤 플레이는 참 멋졌다. 몸을 낮추고 타이밍을 노리는 인내심에, 쓸데없는 감정싸움은 하지 않는 냉철함이 빛났던 데스매치였다.

홍진호는 어눌한 화법 속에 가려진 승부욕을 갖췄음은 물론이고, 탄력성을 지닌 나무와 같은 개성을 가졌다. '효율적으로 라바를 이용한다'는 기본 명제에 입각해 플레이해 나가지만, 느려서 커세어에게 잡히기 일수였던 오버로드를 이용한 드롭으로 프로토스 김택용 선수를 훌륭히 잡하내는 등의 유연한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던 것.

게다가 팀을 중시하는 성격은 결국 그에게 힘이 될테지만 일단은 부담이다. 이런 성격은 KTF 소속 선수 시절에도 고스란히 나타나는데, 부담이 많이 가는 개인전에도 강민 선수와 함께 팀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알려졌다. 동시에 게임에 있어서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선수, '나보다는 우리, 우리가 없을 땐 내가'인 식이다.

이런 성향은 더지니어스에서도 고스란히 나온다. 시즌1에서 홍진호의 가넷 숫자는 초중반까지 바닥을 달렸다. 데스매치를 거치면서 상대방의 가넷을 흡수하기 전까지, 그의 가넷 숫자는 늘 줄을 몰랐다. 항상 가넷 상 이득은 연합을 맺은 상대방에게 돌아가도록 한다. 본인의 생존이 걸린 상황이 아니라면 불필요한 배신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게임전략은 절대 본인의 이해를 바탕으로 짠다. '누가 그러는데...'식의 전략은 세우지 않는다. 정말이지 진심으로 '저 사람 정말 멋있는 사람이네...'라고 생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홍진호와 임요환, 두 인물 다 개인전으로 가면 떨어지지 않는 능력치를 지닌 인물들이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분석력도 상당하다. 멘탈이 중요한 e-스포츠 바닥에서 오래 있었던 인물들이라 게임 중 위기가 와도 무너지는 법은 없다. 차선책을 찾기 위해 일단 몰두하는 편이다. '열심히'하기 보다는 '잘'한다. 

문제는 지금 양 인물에 대한 경계심이 너무 높다는 것. 게임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다수의 연합은 공고하고, 그 연합은 홍진호나 임요환을 제거하는게 제1의 목표처럼 여겨진다. 임요환과 홍진호, 특히 전 시즌에서 우승한 홍진호는 자기 편 만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이상하게 홍진호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보여줘도, 그만큼의 화답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게임의 흐름이 임요환, 홍진호에게 돌아오려면 적어도 플레이어가 3명 이상 줄어 '연합'이 가질 수 있는 영향력이 약해져야 하는데, 이게 힘들단 말이다. 그 3명의 탈락자 중 하나가 임요환, 혹은 홍진호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게임 역시 전략을 앞세우기 힘든 경우가 많다. 시즌1에 비해 '필승법'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안 나오고 있는지 굳이 세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다. 많은 게임들이 '너 어떤 패야?' '아, 그거야?' '그럼 이렇게 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사람에게 영향력을 발휘해서 내가 시키는대로 하도록 해야 하는데, 홍진호와 임요환에게는 그게 어렵다.

임요환 선수야 발톱을 숨기고 '몰라요' '힘들어요' 모드로 나가니 최소한 표적은 안 되는데, 홍진호 플레이어는 표현이 워낙 직설적이다보니 적을 만든다. '찐따야' '그러실거예요?' '제 타겟은 누구예요' 이런 발언들은 그의 매력이고 장난임을 알기에 재미도 있지만, 게임에서 홍진호에게 득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미 게임은 깨졌다. 수습은 임요환과 홍진호가 하길 바라는데, 이 마저도 녹록치는 않을 것 같다. 지금 중요한 건 둘 다 데스매치에 가지 않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둘이 공고한 연합을 만들어 게임의 승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후, 다른 연합에서 떨어져 나오는 이를 흡수해야 할 것 같다. 둘이 갈라지면 그 때는 정말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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