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인간중독 [2014]

by 리비 :)

스포일러 유의


여배우 얼굴이 좋아서 본 영화지만, 볼 건 여배우 얼굴이 전부다. 젠 체하려 독하게 말하는 게 아니고, 정말로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였다. 여배우는 이뻤고, 조여정은 연기를 잘 했다. 결국 여배우만 살아남았다.


인간에, 사랑에 중독되어서 어떻게 한 인간이 망가져 가는지만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그 통속적인 사랑만을 다루고자 했다면 이해할 수 있는 연기와 연출이다. 하지만 시나리오 자체는 그 정도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보기는 힘든 영화였다.


극중 김진평(송승헌)은 고위 군 간부의 딸을 아내로 맞이한 월남전 영웅으로, 군 내에서 주목과 시기를 동시에 끌고 있다. 그런데 니코틴과 알코올, 중독성 물질에 취약하다. 담배를 손에 들고 산다. 술은 마실줄 알지만 의사의 지시로 끊었다. 정신력은 강했지만 인간성이 위협받는 전쟁에서 상처받고 감정을 회복하지 못한 채 중독 물질로 하루하루 버텨가는 인간, 하지만 금 간 내면이 겉으로는 나타나지 않아 더 위험한 인간이 바로 김진평이다. 


월남에서 돌아왔어도 김진평은 여전히 전쟁터 한 가운데 있다. 사람 머리를 베 손에 들고 다니고, 사람을 죽여 나무에 걸어놓는 살육의 현장에서 타격을 입은 그의 인간성은 실제 전쟁터를 떠나서도 회복되지 않는다. 여전히 그를 둘러싼 환경은 죽이지 않으면 죽는, 진급하지 못하면 떠나야 하는 전쟁터기 때문이다. 진급하지 못하며 전역. 김진평의 아내는 남편을 진급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김진평 역시 그 보폭에 맞추려 없는 정신을 다잡으며 답답하게 살아간다. 전쟁터를 떠나 교육대로 왔어도 그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그래서 김진평 캐릭터는 표현할 것이 많은 캐릭터다. 사랑에 중독된 남자만을 표현하는데 그칠 수 없다.


그러던 중 종가흔(임지연)을 만난다. 말 수가 없는, 너무나 차분해서 인간적이지 않지만 신비로운, 소녀와 여자의 중간 쯤에 위치한 사람이다. 감정을 상실한 것 같은 모습이 김진평과 유사한 인물이다. 하지만 감정을 감추고 있을 뿐, 없는 인물은 아니다. 다른 군인 부인들과는 다르다. 감정이 있지만 드러내지 않는, 신비롭고 이질적인 여자다.


이 여성을 만나면서 김진평은 점차 감정이 살아있는 인간이 되어간다. 두렵고, 부끄럽고, 두근거리고, 미안하고, 안타깝고, 질투하는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다 되살아난다. 종가흔은 김진평에게 있어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되살아나게 하는 일종의 뮤즈인 셈이다. 그러니 모든 책임을 다 잊고 종가흔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는거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감정에 목말랐던 김진평에게 감정을 보여준 점을 고려하면, 김진평에게 종가흔은 인간성 회복을 위한 동아줄같은 존재다.


때문에 그 감정을 다시 빼앗길 위기에 놓였을 때, 그러니까 다시 인간성을 빼앗기는 위기의 순간에서 김진평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사랑'이지만, 오로지 '사랑'만이 인간에 중독되는 단 하나의 이유로 생각했다면 시나리오를 너무 단편적으로 생각한 거라고 본다. 김진평은 단순히 사랑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테다.


문제는 영화가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영화인 탓에 이같은 설명이 너무 짧게 이뤄진다는 거다. 영상으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푸는 대신에 눈길을 끌기 위한 표현수단을 더 많이 썼다. 하지만 이는 관객 수준을 간과한 결정이다. 우리나라 관객 수준이 그렇게 낮지 않다. 시나리오를 너무 단순화하면 작품의  매력이 떨어진다.


가장 재미있었던, 그리고 만족스러웠던 건 김진평의 부인 이숙진을 연기한 조여정이다. 주연급인 조여정이 주조연에 가까운 이숙진을 맡은 이유가 있었다. 조여정의 목소리, 조여정의 얼굴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속물적인 아줌마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군인 부인들을 제압하는 한 씬, 단 한 씬에서는 아줌마의 색채를 조금 빼고 고위 간부의 딸이자 대령 부인으로서 내세울 수 있는 권위를 표현한다. 가장 흥미로운 연기를 보여준 배우였다. 캐릭터가 참 잘 보였다.


송승헌이 오랜만에(6년 만 아닌가?) 영화를 들고 왔다고 해서 기대했다. 멜로 안 좋아해도 엄마가 송승헌 팬이라 함께(...) 영화를 보고 왔는데, 별로 마음에 안 든다. 그냥 난 애처럼 빵빵 때려부수는 영화가 체질에 잘 맞는 듯 하다.


내 김대우 감독님이랑은 쪼매 안 맞는가봐여 ㅠ_ㅠ 워째 영화를 보고 나와서 이렇게 기분이 복잡할 수가 있대요 ㅠ_ㅠ 




인간중독 (2014)

Obsessed 
6.3
감독
김대우
출연
송승헌, 임지연, 조여정, 온주완, 박혁권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32 분 | 201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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