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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왕이 된 남자 [2012]

by 리비 :)

스포일러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평점, 매기지 않습니다.


관객이 '몇백만 들어서 흥행했다'와  '천만이 들었다'의 차이는 난 모르겠다. 이런 흥행스코어가 배우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모르겠다. 봐서 재미있으면 잘 만든거고, 봐서 배우가 잘 고른 것 같으면 잘 고른거지...ㅡ_ㅡ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이병헌이 고른 영화였고, 이병헌이 잘 해야 하는 영화였다. 1인 2역이나 영혼이 바뀐 역할은 대중에게 연기력을 어필할 수 있는 역할처럼 여겨지는데, 진짜 결과물에 따라 너무나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여자가 남자역할을 한다고 오버를 하면 웃기지도 않게 붕붕 떠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는 소리가 너무나도 중요하게 나온다. 일단 왕을 왕되게 하고 하선을 하선되게 하며 하선을 왕되게 하는 제 1의 표현요소가 목소리다. 그 목소리의 간극을 잘 살릴 수 있는 배우는 이병헌이었나보다. 그리고 실제로 이병헌은 그 사이를 잘 오간다. 워낙에 목소리가 가진 임팩트가 있는 배우니까. 그 목소리를 잘 이용했다. 감독도 사운드를 의도적으로 사용한다. 음향효과의 볼륨 편차가 조금 있었다. 중요한 대사, 키포인트가 되는 대사는 다소 크고 웅장하게 에코도 넣어 처리했다. 또 관객에게 조급함이나 압도되는 느낌을 줘야할 때도 볼륨을 살짝 키우는 것 같다.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운 적이 있었지만, 의도는 이해가 간다.


사물에 투영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카메라 움직임, 말 없이 인물의 눈빛이나 행동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 사물의 배치만으로 영화의 진행을 나타내주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또 제작비 많이 들었겠다 싶게 화면 색채가 예쁘게 잘 빠진 장면이 많다. 조선시대를 그리는 영화라서 그런지 한복 색, 건물의 단청 색도 예쁘면서도 우아하게 뽑으려 노력했다. 지금 보면 생각보다 아담한 우리나라 궁궐을 조선시대의 시야로 해석해 공간감을 주거나, 등장인물의 시야를 표현한 카메라워크도 좋다. 영상을 보면 감독이 참 꼼꼼하고 감성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내용이 직선적이라도 화면 자체에서 느껴지는 개성은 곡선적인 부분이 많다.


이병헌이 연기한 하선의 감정선만을 전달하며 영화가 진행된다. 그래서 이병헌은 부담이 있었을 법 하다. 물론 다른 인물의 감정도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주변 인물들이 하선에게 품는 감정의 변화은 쉽게 읽힌다. 하지만 보는 사람과 공유하는 감정은 완전히 하선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남녀주인공이 같은 비중이라면 남자 주인공의 감정도 공유하고 여자 주인공의 감정도 공유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여자 주인공인 중전의 감정은 그냥 알 수 있을 뿐 공유할 정도로 깊게 표현된 감정은 아니었다. 또 다른 남자주연인 허균의 감정도 공유할 정도는 아니다. 배우의 연기와 상관있는 부분이 아니라, 그냥 분량이라던가 표현 수위같은 영화의 풀어냄 정도가 그랬다.


한효주는 너무나도 단아하고 의상과 메이크업, 비녀같은 모든 의상이 너무나도 그 상황의 중전이라 아름다웠다. 중전은 중전이나 권력이 떠밀어 예기찮게 죄인취급받는 인물, 그 이상 그 인물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각적 요소는 없었을 듯 하다.


몸개그의 수위는 적정과 초과를 넘나들었다. 몸개그라 본능적으로 웃으면서도 '여기서 굳이 이게 왜 나오지?'싶을 때는 종종 있었다. 코믹 영화인지, 약방의 감초처럼 코믹요소가 배치되어있는지 아리송하다.


제목만큼이나 소재 자체는 뻔하다. 아버지 선조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즉위도 순탄치 않아 숙청해야 하는 대상이 있었던 광해군, 묘호도 받치 못했고, 역사가 폭군이라고 평가한 광해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 광해군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뤄지면서 광해군이 실리외교를 선택하고 대동법을 시행했던 것이 높게 평가받았다. 폭군이라는 이미지와 광해군이 취한 두 가지 정책은 광해군의 두 면모로 해석되었고, 그 두 면모는 영화 속에서 대동법을 시행하고 실리외교를 펼친 '하선'과 폭군이었던 '광해' 두 인물로 표현되었다. 한 인물의 두 면모를 두 사람으로 분리시켰다는 것이 참 재치있어서 재미있다. 그 표현에 힘을 실어준 것은 확인되지 않는 역사다. 광해가 15일간 잠적한 적이 있다는 비화까지 있으니 더 재미있다. 뻔한 소재 모아서 재치있게 잘 풀었다.


제작비가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이정도로 화려하게 영화를 찍고 개봉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천만을 노리겠다 마음먹고 찍은 영화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상적인 왕의 모습을 그리면서, 살짝살짝 보이는 로맨스, 쉴새없이 튀어나오는 개그코드, 충성으로 표현되는 감동코드까지 있으니 흥행의 기운이 아예 없었던 영화는 아니다.


상업영화다. 돈이 많이 들어갔든 아니든,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배급처 파워를 이용해 도배를 했든 안 했든, 이정도 만들었으면 볼만 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Masquerade 
8.6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 장광
정보
드라마, 시대극 | 한국 | 131 분 | 20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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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 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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