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THE HUNT-BBC ONE

by 리비 :)


http://www.bbc.co.uk/programmes/p0342d1x


"사냥에서, 확실한 결과물은 절대 없습니다."


"자연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은 포식자와 피포식자의 관계지만, 영상은 항상 포식관계를 똑같은 방식으로 다룹니다. 날카로운 이빨, 사냥감을 찾아 빙빙도는 상어, 이빨과 발톱에 묻은 새빨간 피. 포식자는 인상깊지만 공격적인 동물로 묘사하죠. 특히 사냥은 중요합니다. 포식관계를 담기 위해 촬영팀을 보냈을 때, 총괄PD가 가장 먼저 감독에게 묻는 것은 이걸 겁니다. '죽이는 거 잡았어?'


사실 사냥 자체는 흥미롭지 않습니다. 일단 동물이 죽으면 이야기는 완전히 끝나죠. 진짜 흥미로운 것은 그 과정, 바로 포식자와 피포식자 양쪽이 펼치는 전술입니다. <THE HUNT>는 한 번도 디테일하게 조명된 적 없던 그 부분을 다루고자 했습니다."


- 총괄 프로듀서 알라스테어 포더길


야 너희는 무슨 다큐멘터리를 이렇게까지 만드냐... 보다가 눈물났던 프로그램. 4K 이상의 화질, 7부작, 제작기간 3년, 회당 제작비 27억, 총제작비 190억원, 2015년 4분기 방송, BBC 방영, KBS 국내 방영. KBS는 끝에 붙은 <ON THE HUNT>부분을 떼어내서 8부작으로 방영한 듯. 


똑같은 걸 보여 준다고 똑같은 감정을 자아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웠던 프로그램이다. 사냥 후 배를 채우는 포식자의 모습을 똑같이 비추더라도 어떤 화면은 무섭고 어떤 화면을 슬프다. 그 차이는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가느냐에서 나오는 것 같다. 마치 포식자가 된 양, 피포식자가 된 양, 다른 동물이 사냥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물이 된 양 감정이입하도록 사람을 몰아간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유머러스한 부분도 나오고, 끝부분에 제작과정에서 카메라를 맡은 비키 스톤이 낮은 쪽으로 발을 딛자 동료 마크가 물 가까이 서지 말라고 하는데, 비키가 위쪽으로 올라서니까 바로 다음에 물 속으로 사라지는 악어 장면을 보여 준다. ㅋㅋㅋ 소소한 재미짐...ㅋㅋㅋ 


음악도 공을 많이 들였다. 뭐 이렇게까지 만드냐...  


이 다큐멘터리도 데이비드 아텐보로 경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익숙한 목소리가 내레이션을 하는 것도 좋고, 정확한 발음과 좋은 음성의 성우가 내레이션 하는 것도 좋지만, 프로그램과 함께 강약조절하는 호흡은 영어권 언어들이 좋은 것 같다.


말이 필요 없음. 다큐멘터리인데 지루하지 않고 어렵지 않음. 엉엉.. 이거 진짜 4K TV로 보고 싶다...ㅠ_ㅠ 그냥 읽어내려가기 아까운 책은 가끔 있다. 그냥 보고 말기 아까운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건 그냥 보고 말기 아까웠다. 


KBS 다큐멘터리 <넥스트 휴먼>이 프랑스에 팔려서인지 재방 편성됐다. 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나서 틀어놓고 빈둥빈둥 하고 있는데 갑자기 <THE HUNT>가 생각났다. 내년에 지상파 4K하면 이거 재방송 안 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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