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ing the Nutcracker | BBC | 2016

Dancing the Nutcracker inside the Royal Ballet, BBC, 2016

호두까기 인형을 춘다는 것, 영국 로열발레단을 엿보다

크리스마스, 전세계 많은 발레단이 이 시즌에는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다고 한다. 영국 로열발레단도 마찬가지. 가장 큰 레퍼토리 <호두까기 인형>의 막이 오를 때까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다. 크리스마스 당일에 BBC2에서 오후4시 특집방영됐다. 다큐멘터리의 명가 BBC가 최초로 로열발레단의 일상을 팔로우한 프로그램으로 캐스팅 명단을 발표하는 것부터 슈가플럼페어리가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모습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겼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발레리나들의 이야기다. 2014년 프린시펄로 승급하고 본격적으로 중요한 커리어를 다지고 있는 프란체스카 헤이워드 Francesca Hayward부터 사라 램 Sarah Lamb, 발레미스트리스 사만다 레인 Samantha Raine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얼굴들이 자주 보이는게 소소한 재미라면 재미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프란체스카 헤이워드의 슈가플럼페어리 데뷔를 주요비중으로 다루고 있는데, 스타 발레리나 메이킹의 일환이라고 봐도 되지 않나 싶다. 캐스팅보드에 그녀의 이름이 오르는 순간부터, 슈가플럼페어리를 준비하면서 거듭한 수많은 연습, 심적 부담부터 그녀의 고향집, 어린 시절 다녔던 발레학교의 기억 등 다양한 면을 비춰주고 있다. 어린시절 그녀를 가르쳤던 선생님은 어린 아이인데도 스타성이 있었다고 헤이워드를 기억한다. 확실히 차세대 스타 발레리나로 밀고 있는 인물인 듯.

11살부터 로열발레단 부속 발레학교에서 조기교육을 받는 학생들부터 작은 배역이라고 해도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경쟁에 임하는 모습도 약간은 훔쳐볼 수 있다. 우아하고 즐거워 보이는 모습으로 춤추는 발레 무용수들이 겪는 경쟁이 생각보다 부담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특히 스노우플레이크 역할에 투입될 5~6명의 학생을 뽑는 장면에서는, 로열발레단 입단 가능성까지 놓고 발레 미스트리스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얼마나 긴장될까?

이런 과정을 거쳐 캐스팅된 무용수들은 연습과 리허설을 거쳐 본방에 오른다. 이 와중에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리허설을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호두까기 인형>에서 사랑받는 씬 중 하나는 24명의 무용수들이 눈꽃송이로 분해 눈의 왕국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그렇게 체력소모가 심하다고.... 포인슈즈 워크가 빠른 속도로 나와서 무용수들의 발에 큰 부담이라고 한다. 이 다큐에서는 레오타드를 입고 진행하는 리허설을 긴 시간 보여주는데, 의상을 갖추지 않아도 참 아름다워서 완벽한 공연을 보고 싶다고 느끼게끔 한다. 게다가 무용수들의 표정, 발 끝, 손모양, 전반적인 대형을 균형감있게 잡아줘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KBS에서 작년에 <몸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UHD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그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구성됐다. <몸의 소리>는 무용작품 자체에 집중했다. 주제마다 이선태, 이루다, 최수진, 차진엽, 안남근 등 많은 무용가들의 춤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면, <Dancing the Nutcracker>는 무용수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전체 1시간 30분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다. 그러나 구다리 구다리의 내용이 재미있어서 발레에 관심있는 이들은 잘 볼만한 콘텐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