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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마무리, 스타리그의 마지막

by 리비 :)


세상이 변한다는 것은 하루하루 느껴도, 한 시대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것을 순간 느낄 기회는 흔치 않다. 3D게임이 넘쳐나는 이 마당에 시야 고정된 2D게임인 스타크래프트가 아직까지 플레이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신기한 일이다. 게다가 방송국에서 이 게임 리그를 중계해주는 일도 참 신기하다. 물론 전용준 캐스터 이전에 다른 캐스터가 있었지만 이젠 OGN의 마스코트같은 전용준과 김태형, 엄재경부터 성승헌, 강민, 김정민, 박태민... 이기석, 임요환, 이윤열, 박성준, 최연성, 홍진호, 김택용, 송병구, 이제동, 이영호, 당장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름들으면 플레이가 생각나는 멋진 선수들, 그리고 로열로더의 등장. 온게임넷과 엠비씨게임의 다른 중계 스타일과 리그. 재미있는 포인트 참 많았다.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단, 한국이스포츠협회, 세계선수권대회부터 스페셜포스리그, LOL리그, 철권리그, 진짜 E-스포츠 산업이 생겨난 걸 보면 스타크래프트 판이 진짜 대단하긴했구나 싶다. 이젠 그 시대가마무리되고 완전히 스타크래프트2가 시작된 느낌이다.

OGN과 MBC게임

야구를 볼 때, 경기에 대한 설명을 조곤조곤 잘 해주는 해설자가 나는 좋다, 공을 어떻게 던졌는지, 지금 왜 투수가 저런 행동을 한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주자가 출루할 수 있는 경우가 23가지나 된다는데, 출루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닌데, 그게 다 내 눈에 보일리가 없지. 그러니 많이 알고 그걸 잘 설명해주는 해설자가 좋다. 하지만 게임은 다르다. 경기에 대한 설명을 조곤조곤 잘 해주는 것보다는 재미있게 해설하는 사람이 좋다. 빌드나 컨트롤은 눈에 보이고, 운영과 선수가 펼치는 심리전만 좀 짚어주면 어렵지 않으니까.

온게임넷은 그걸 충족시켜주는  채널이었다. 온게임넷은 축구 해설을 듣는 것 같았고, MBC게임은 야구 해설을 듣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스타크래프트는 게임의 성격이 축구와 비슷한 것 같다. 나 대신 '골~'이라고 소리질러 줄 누군가가 필요한 축구처럼, 스타에서도 나 대신 소리질러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뭐, 결론은 그래서 전용준 캐스터가 좋았다는거다. 해설진은, 김태형 해설도 좋아했지만, 김정민, 박태민 해설이 좋다. 김정민 해설은 선수경험을 기반으로 플레이를 설명하면서 경기 맥을 짚는 기본에 충실한 해설을 해서 좋고, 박태민 해설도 선수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생각했을 때 선수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플레이를 마구 내던지는 것이 좋다. 한 명은 이성적이고 한 명은 패기넘치고, 그런 다양하고 스타성있는 해설자를 발굴해내는 채널의 감도 좋다. 특히 김정민 해설은 자기관리도 진짜 뛰어나다고 알고 있는데, 그의 성실함까지 보고 해설로 발탁한 것이라면 OGN 제작진은 진짜 눈이 매서운거다. 1대 해설들에 비해서 곁가지도 많지 않고 흐름도 굉장히 잘 읽고 게임을 쉽게 설명해준다. 김정민 해설 멋있어용!

게다가 OGN은 각종 그래픽 영상들은 감각적으로 잘 뽑아낸다. 실험적이고 색감이 화려하고 아이디어나 디자인도 좋다. 투니버스도 멋있긴 했지만 색이 너무 다양하고 산만할 때가 있었는데, 이 방송사 그래픽 패키지나 범퍼는 진짜 퀄리티 높고 멋지다. 뿐만 아니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것도 화면이랑 잘 맞아 떨어진다. OGN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세련된 그래픽이나 색감의 그래픽이 보수적인 지상파에 몇 년 전부터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도 세월의 흐름은 느껴진다. 눈도 즐겁고 귀도 즐거우니 이 채널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한참 OGN이 히트를 쳤을 때는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난 진짜 '양민이 뿔났다'나 '켠김에 왕까지'를 보면서 많이 웃었는데...ㅎㅎ 요즘은 복고풍, B급문화를 계승한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다가 컨텐츠가 좀 부족해 진 듯 싶다. '켠김에 왕까지'는 진짜 웃긴데...ㅎㅎ 디아 잡는 것 보고 진짜 배꼽 떨어지는 줄 알았다. ㅎㅎㅎ 디아3 손도 안 대고 디아 잡은 느낌...ㅎㅎ


시대의 마무리, 마지막 스타리그

스타와 OGN에 대한 날카로운 기억이야 많지만 각설하고, ㅎㅎ 마지막 스타리그가 열렸다. 좋아했던 선수들 중 살아남은 것은 이영호 선수 한 명 뿐이라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저그 김명운과 프로토스 허영무의 준결승을 보게 되었다, '우와아아, 허영무 멘탈도 장난 아니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내가 다 지치는 경기였다. 허영무 선수... 오늘 스타2 프로리그에서도 아슬아슬 끈기있게 경기 멋있던데, 진짜 이러다가 허영무도 좋아할 것 같아... 역시 올마이티^^

뭔 말을 해요. 경기내용이 궁금하면 4강 4경기 5경기 보시라고 밖에. 시간이 없으면 4경기만. 4경기는 진짜 대단했어요. (김명운 선수도, 허영무 선수도!)

신저격능선에서 김명운 선수의 지능적인 심리전으로 앞마당 넥서스가 깨질 정도의 타격을 입은 허영무 선수가 패색이 짙었으나, 질럿 3기로 드론잡아 견제하는 동시에 김명운 선수의 견제에는 시간 많이 안 걸리게 대처하고, 앞마당을 완전히 포기하며 모은 마지막 한 방 병력은 진짜 멋있었다.

빨간색 많이 보이는 사진을 쓰기 싫어서...

질럿끼고 드라군이랑 약간 뒤에 있던 하이템플러 앞에 나오면서 사이오닉스톰으로 걷어냈다. 뒤에 드라군 같이 가면서 어느 정도 걷혔다 싶으니, 마나 떨어진 애들은 아칸으로 만들어서 질럿 부족한 것 커버하면서 싸악 올라갔다. 그리고 질럿 조금 보충되려는 찰나 gg가 나왔다. 솔직히 병력 모아서 포기 안하고 간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박수치고 싶었는데, 그걸 밀어냈다. 허영무도 멘탈이;;; 이런 이제동 선수스러운... 쩝. 가을도 아닌데 가을의 전설 좀 빨리 실현하나? ㅎㅎ (가기 전부터 아칸이 있었나? 한 기는 봤던 것 같긴 하고...)

김명운 선수 참 잘 했는데... 

그래, 그 상황에서 정신이 바짝 들면서 머리가 핑핑 돌아가면 범인이 아니지. 김명운 선수가 못 한게 아니라, 허영무 선수가 너무 잘한거다. 

최종병기 (예쁜) 이영호 선수가 결승전에 딱 올라가면 좋았겠지만, 혁명가 (예쁜) 김택용 선수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T1테란의 후계자 테러리스트 정명훈 선수가 결승전에 멋지게 올라갔으니 아쉬움은 잠시 접어둬야겠다. 재경기까지 하면서 이영한 선수를 잡고 올라갔는데, 이영호 선수 아쉽게는 되었습니다만, 스타2 프로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여줄 것으로 믿습니다. (이영한 선수도 색깔 있어서 좋아하는데, 이영한 선수에게 김택용 선수가 졌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내심 이영호 선수가 꼭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라고 했지만, 토스도 좋고 T1도 좋아서 누굴 응원해야 할 지를 모르겠네. 아무나 이겨라.

아직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막을 내리는 스타리그, 하지만 스타2 보다 보니 스타1은 솔직히 조금 그래픽이 밍숭맹숭했다. 곰티비는 인터넷으로 봐야하니 귀찮아서 안 봤지만, OGN에서 중계하니 스타2도 볼 만 하더이다. 아니, 재미있더이다.^^ 이렇게 한 시대가 끝나갑니다.

요즘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역시 스타2의 김유진 선수, 스타2에서도 재미있는 흑운장 이성은 선수! +) 8게임단 힘내자...^^/ 얼굴만 봐도 마음고생이 훤한 몇몇 선수들, 참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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