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심심하면 신나게 박수를

by 리비 :)

마음이 힘들면 찾아가는 과자박스. 그런데 오늘 과자박스에서 본 글이...

수행하는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가 없으면 서원(결심)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마군魔軍으로써 수행을 도와 주는 벗을 삼으라.

 

-

보왕삼매론

寶王三昧論

[출처] 2012|작성자 oreobox

...진짜 얻어 걸렸. 주님, 아직 저를 버리지 아니하셨군요.

노는 것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노래방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없을거예요. 회식이든 단합이든 긴장 해소든 가면 한 곡씩은 부르게 되지요. 그리고 어떤 사람은 센스있는 분위기메이커가 되고, 어떤 사람은 고문관마냥 분위기브레이커가 됩니다. 분위기메이커와 분위기브레이커의 사이, 그 '경계를 촘촘히' 지나고 있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많아질수록 노래방에서는 부담과 지루함이 커집니다. 가수 뺨치게 노래 잘 하는 사람은 순번 기다리느라 목이 빠질테고, 노래가 별로인 사람은 노래 선곡부터 가창까지 어깨에 짐이 한 가득이에요. 특히 후자는 안 부르고 구석에 숨어있자니 눈 밖에 날까 살짝 두렵고, 부르자니 분위기 깨질 것 같은 고민에 빠질 때가 있지요. 누구 이야기냐고요? 그건 비밀로 부치고요.

순번 기다리기 지루한 사람도, 분위기 깨기 싫은 사람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지요. 탬버린 흔들기? 박자 맞춰 노래에 방해되지 않게 흔드는 것도 센스가 있어야 할 수 있으니 미뤄두고요. 음악에 맞춰 춤추기? 자칫 잘못하다간 너무 튈 수도 있고 동작이 이쁜 사람들이 유리하니 이것도 접을까요.

가장 쉬운 것은 활짝 웃으면서 박수치는 것 아닐까요. 이왕이면 신나게! 나는 어차피 누가 부르는 노래든 노래듣는 것 좋아하고, 박수치면 노래 부르는 사람도 아무렴 좀 더 흥이 날테니까! 게다가 박수치면 건강에도 좋다니까 참살이도 할 겸사겸사.

박수소리가 들리면 음치도 즐겁게 노래합니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갈 기회가 되었을 때 그냥 한 번 해 본건데, 박수를 안 쳤더니 노래하는 사람은 혼자 노래하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대강 노래하고 말더라고요. 박수를 치고 있으면, 나머지가 책만 들여다 보고 있어도 더 신나게 노래하는 경향이 있고요. 박수를 치면 아마추어 가수에게 노래방에서 더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어요.

가수들도 비슷하죠. 자신의 팬들 앞에서 노래를 더 잘해요. 여러 팬들이 동시에 모이는 드림콘서트보다 단독 콘서트에서 가수들은 더 힘을 쏟고 좋은 기량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몸이 어딘가 안 좋은데도, 단독콘서트에서는 그 한계를 뛰어넘는 무대를 보여줄 때도 있지요. 그냥 정신력의 차이일까요?

전시회 개막전에 초대가수를 부르거나 작은 콘서트홀, 로비 공연에서는 청중 하나하나의 반응이 눈에 보이지요. 관객이 적다해도 수 십, 수 백 명은 되니 나 하나는 그렇게 큰 비중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 하나가 조금 더 경청하는 모습,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무대에 서있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힘을 받을 수도 있지요. 사람의 기는 전달되기 마련이니까요. 사람이 많지 않을 때는 기둥 옆에 눈만 보이게 서 있어도, 내가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이 무대 위의 사람에게 전달됩니다. 그 기를 느끼면 무대 위의 사람은 더 열심히 하기 마련이고요, 집중하지 않는 나머지에게 더 좋은 노래를 들려줄 수 있지요. 사람을 더 끌어당긴다면 노래하는 사람은 더 힘이 날 것이고, 나도 더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된다고 봅니다. 선순환, 어렵지 않아요.

누군가가 지루한 이야기를 할 때, 심지어 그 이야기도 더듬거리며 할 때, 그러다가 이야기를 하다 말 때, 그리곤 그냥 앞에 멀뚱히 있을 때, 눈빛 속에 박수소리를 담아서 보낸다는 생각을 하며 쳐다보려 노력해 봅니다. 나는 당신이 실수해도 당신의 말을 듣고 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그 마음만큼은 진짜입니다.


블로그의 정보

심심해, 리비

리비 :)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