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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E | TV아사히 | 2018

by 리비 :)

2018년 3분기의 TV ASAHI 드라마 <DELE> 딜리트 Delete를 줄인 '디리'다. 의뢰인이 지정한 일정 시간이 지나도록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디지털 디바이스가 작동하지 않으면, 의뢰인의 사망을 확인한 후 미리 이야기한 특정 폴더의 정보를 삭제해 주는 사업을 하고 있는 케이시(야마다 다카유키), 우연히 이곳에서 일하게 된 유타로(스다 마사키)가 접한 사건을 다룬 드라마다.

은근 터프한 귀염둥이 스다 마사키와 스타더스트의 연기파 팔색조 야마다 다카유키 투탑 주연의 8부작 시리즈물로, 사실 이게 리메이크 된다거나 딱히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에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본 작품은 아니다. 그냥... 스다 마사키가 좋아서 보기 시작한 작품. 이미 <리치맨 푸어우먼>을 저렇게 리메이크해 놔서 일드 리메이크에 대한 기대는 절반은 접었다. BBC <Luther>나 되니까 저만큼 MBC가 리메이크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 드라마가 일단 눈에 띄었던 이유는 모든 것들이 반대로 세팅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단은 화면부터가 소재와 반대다. 일정 시간이 지나도록 디지털 디바이스가 움직이지 않으면 미리 지정한 폴더에 넣어둔 파일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 서비스 디리-라이프의 고용주(야마다 다카유키)와 피고용인(스다 마사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디지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콘텐츠인 주제에 화면은 아날로그 필름 사진을 보는 것 같이 약간은 붉고 노란 화면을 보여주는 것.

야마다 다카유키와 스다 마사키의 성격도 정 반대, 같은 부모에게서 났지만 같은 사건에 반응하는 야마다 다카유키와 아소 쿠미코(야마다 다카유키의 누나 역할)도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여주는 것까지. 이 드라마의 모든 이야기와 소재는 반대를 지향한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적자면 스포일러가 너무 많아지니 이만 줄임.

극 중에 떡밥회수를 못한 부분이 있다. 사실 못한 건지, 안 한건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궁금하다. 야마다 다카유키와 시바사키 코우는 그래서 어찌 되었는지 후속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채로 스다 마사키의 이야기만이 마무리됐다. 아마도 시즌2를 염두에 둔 것인가, 시즌2의 첫번째 에피소드는 시바사키 코우가 디리-라이프에 의뢰를 하고 급사하면서 시작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면서. 사실 시바사키 코우가 더 오래 나왔으면 했건만,

오밤중에 하는 드라마라 가벼운 편은 아니지만, 마음을 무겁게 하는 내용도 대부분은 아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3번 에피소드와 5번 에피소드. 4번 에피소드도 좋긴 했다, 디지털 세상 속에 비밀을 숨겨둔 사람들 모두 결국 사람이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건 모든 에피소드가 비슷하다. 3회 에피소드는 공안의 스파이로 한 여자를 28년간 감시하는 작은 마을 사진관 점주와 감시당했던 이발소 여점주 이야기, 4회는 자신보다 소녀의 인생을 지키려 노력했던 초능력자 이야기, 5회는 의식불명에 빠진 남자와 그를 사랑하는 두 명의 사람 이야기다. 스토리를 짧게 쓰면 유치한데, 그 이야기를 드라마의 주제에 맞춰 감성 면에서 풀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첫 에피소드에서 스다 마사키가 연기한 유타로 캐릭터의 매력을 짧은 시간에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 이 드라마의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야마다 다카유키가 연기한 디리-라이프 사장 케이시(일명, 케이)의 캐릭터 매력은 회차가 좀 지나면서 배어나오는 편으로, 극 이야기가 가볍지는 않은 덕에 접했을 때의 느낌이 유쾌한 극은 아닌데, 유타로 캐릭터가 밝고 매력적이지 않았다면 계속 봐야할지 말지 고민이 많이 있었을 것 같다. 아련미 넘치는 밝음 말고 마냥 밝은 유타로 캐릭터가 극 초반에는 너무나도 한줄기 빛 같았다.

고작 8부작이고, 금요일 23시에 하는 드라마라 별 기대하지 않고 보기 시작했던 극이었는데 생각보다 마음 따뜻하게 잘 봐서 기분이 좋았다. 니치한 주제도 이렇게 다루면 나쁘지 않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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