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이웃집에 신이 산다 / 2015

by 리비 :)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을 생각하면 생각나는 그림,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영화의 이야기를 덧입힌 장면으로 시작한 유쾌한 영화.



가부장적인 아빠, 신. 신만이 들어갈 수 있는 서재. 인류에게 고통을 주며 스트레스를 푸는 신. '보편 짜증 유발의 법칙'을 만들어 사소한 일상에서까지 짜증을 일으키며 유희를 얻는 신. 신성모독같은 영화의 시작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 신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서재에 들어간 신의 딸 '에야'는 신이 세상 업무를 보는 컴퓨터 앞에 앉아 아빠 신이 일으킨 재난을 본다. 그리고 밥상에서 "아빠가 하는 일 완전 짜증나." 라고 폭탄선언을 하고 아빠에게 혼난 후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 하에 탈출을 결심한다.


집안에는 이름을 언급하면 안 되는 '오빠'가 있는데, 그 오빠가... 예수 그리스도(극 중 이름이 'J.C인데 Jesus Christ다.)다. 오빠한테 에야가 가출하고 싶다니까, 그럼 사도가 필요하다며 엄마가 좋아하는 18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며 자신에게 있는 12사도에 더해 6명의 사도를 더 찾으라고 한다. 정말 신성모독의 최고봉이다.


에야는 가출하기 전에 인류가 각자의 사망일을 알 수 있도록 메시지로 전송해 버린다. 일상이 망가지고 세상이 엉망이 된 것. 그렇게 에야는 난생 처음 엉망이 된 세상으로 나온다.


에야와 한 노숙자 빅터와의 대사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소각장을 보며 "천국이 참 아름다워요."라는 에야에게 빅터는 "이런 엉터리 천국은 나도 만들겠다"며 "천국은 죽으면 가는거지."라고 말한다. 에야는 "죽으면 아무 것도 없어요. 여기가 바로 천국이죠."라고 대꾸한다.


예전에 보냈던 것에 미련을 잊지 못해서 시간을 흘려 보냈던 이가 사건으로 치유되고, '일'에 시간을 쫓겨가며 자신의 인생을 놓쳐버린 이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여유와 스스로를 찾는다. 누군가는 스스로 용서하고.


그동안 아빠 신은 스스로가 만든 비정한 세상에서 범죄자로 오인받고 노숙자에게 얻어맞고 스스로가 만든 보편 짜증 유발의 법칙에 당한다. 에야가 행하는 기적을 아빠 신은 행하지 못해 인간에게 도움받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그냥 재미있지만 잔잔하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어느 순간순간 위안이 되는 질문과 대사들이 나온다. 음악도 적재적소에 정말 잘 쓰였다.


큰 틀로 보면 에야가 만난 사도들의 이야기가 모아진 옴니버스식 영화다. 소소한 이야기가 펼쳐져서 딱히 긴장감을 조성하지 않는다. 이야기 사이사이 코믹요소를 담당하는 아빠 신 이야기가 영화 분위기를 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기승전결에서 결이 약한 편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내내 전해지는 느낌은 굉장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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