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하드 로맨티커 [2011]

by 리비 :)

불량배 역할을 하는 마츠다 쇼타는 이제 그만 봐야지.



<하드 로맨티커> 주인공 `구`와 구수연 감독 이름에서도 어렴풋이 느껴지듯이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주연배우는 구수연 감독과 과거 인연이 있었던 마츠다 가의 차남, 마츠다 쇼타. 구수연 감독의 또다른 작품 <불고기>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바 있는 마츠다 료헤이의 동생이다. 이들 형제의 아버지는 한국인 혼혈로 일본 영화계에서 선이 굵은 연기를 선보였던 마츠다 유사쿠다.


<하드 로맨티커>는 마츠다 유사쿠를 연상케 하는 마츠다 쇼타의 연기가 재미있는 작품이다. 마츠다 쇼타는 일본 배우 치고는 큰 키와 동글동글한 얼굴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키가 커서 수트가 잘 맞아 <꽃보다 남자> <달의 연인> 속 말쑥한 정장을 입은 정갈한 이미지를 무리없이 소화한다. 동그란 눈이며 얼굴형 덕분에 <돈키호테> <명탐정의 규칙>에서의 코믹한 이미지도 곧잘 연기한다. 하지만 묘한 카리스마가 발산될 때는 불량배 역할을 연기할 때다. TV아사히 드라마 <여제>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야쿠자를 관두고 곁에 머무는 클럽보이 역할은 대중적이었고, 데뷔작 <양키 모교로 돌아오다>에서도 신인 치고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마스크와 말투의 괴리감아 오히려 눈길을 끄는 타입인 것 같다.


미완성된 소년의 얼굴로 거친 말투를 툭툭 내뱉는 배우, 마츠다 쇼타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의 매력은 앞뒤없이 흘러가는 무거운 톤에 코믹함을 넣어놨다는 점이다. 메시지도, 주제도 유쾌함이 전혀 없는데 이를 풀어내는 음악과 상황에 코미디를 담고 있어 보는 내내 이질감을 느끼도록 한다.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가지의 요소를 붙여놓는 게 이 영화의 스타일인 것 같다. 예컨대, 폭주족과 어울려 다니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어가는 소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이 '엄마한테 혼나겠다'라고 말한다. 온갖 조직과 알고 지내는 '구'는 할머니에게 애정이 깊고, 할머니는 "너 집에 제 때 안 들어가면 엄마가 걱정하잖아"와 같은 대사를 읊는다. 


정말이지 자기 자신 하나도 책임질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청춘들이 이 영화 속에서 저지르는 별별 일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기가 찬다. 마츠다 쇼타가 연기하는 주인공 `구`는 관조하는 태도로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겪는데, 정말이지 엉망진창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가 엉망진창이라는 뜻이 아니라,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든 상황과 등장인물의 삶이 엉망이다. 결국은 본인 선택이었지만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기고 싶은 마음이라던가, 굳이 내일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무모함, 젋은 날들의 쓰디 쓴 초상이 현실보다 과장되어 담겨있다.


영화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쪽이라면 이 영화와는 맞지 않는다. 진행되는 이야기는 있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꽤 파편적이다. 조각나 있는 상황들이 얇게 이어지며 주인공 '구'의 행동과 일상을 나열한다. 폭력성을 불편함을 감수하고 흘러가는 이야기를 지켜볼 준비가 됐다면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내일이 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인생을 씁쓸한 마음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남는 것은 젊음이 가진 위험, 무모함, 씁쓸함이다. 그를 풀어내기 위해 야쿠자, 불량배, 약, 선정적인 모든 것들을 사용했다는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 감독이 사용한 소재가 굳이 그것이었다면 가치판단보다는 있는 그대로 보고 읽어내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이 와중에 마츠다 쇼타는 특유의 대사처리와 연기 스타일로 말도 안 되는 상황과 인물에 무게감을 불어 넣는다. (마츠다 쇼타가 황당하다, 놀랍다 비슷한 대사를 할 때 말미에서 나름의 어투가 있다.) 비현실적이고 불쾌한 이 영화를 계속해서 볼 수 있었다면 그 팔 할의 힘은 마츠다 쇼타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다. 일본의 젊은 남자 배우 중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를 꼽는다면 마츠다 쇼타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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