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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 Death Note | 넷플릭스, 2017 | 미국

by 리비 :)

스포일러 포함


종목 전환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스포츠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한 이승훈 선수는 좋은 결과물을 거두고 있지만,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2관왕을 달성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던 박승희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전환한 후, 슬럼프는 예상했다며 멀리보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한 종목을 제패한 선수라고 해서 다른 종목에서도 승승장구만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갑자기 종목 전환을 이야기한 이유는 <데스노트>의 장르 전환이 불필요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 만든 <데스노트>는 원작 <데스노트>와 완전히 다른 장르를 지향한다. 스릴러 장르를 지향했던 원작 <데스노트>에 비해 두뇌싸움의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 순수 호러물로 탈바꿈했다. 라이토와 엘 사이의 두뇌싸움, 라이토의 심리묘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다룬다. 장르적 지향으로 보자면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에 가깝다고 할까. 원작이 죽는 커트를 등장인물의 행동에 대한 결과로 건조하게 그리거나 트릭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넷플릭스판 <데스노트>는 모든 행위가 죽음의 방식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뤄진다. 방향이 다르고, 작품에 대한 감독의 이해가 다르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호러 장르를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처럼 잘 풀어냈는가. 그것도 아니다. '피하려 해도 기상천외하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에 대한 끝없는 상상력이 살아있었던 <파이널 데스티네이션>보다 시각적으로 자극성이 떨어지고, 다른 B급 슬래셔 무비의 감성도 전혀 없다.


그 뿐인가. 분위기 깨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감정씬은 뭔가. 하나도 제대로 못 하면서 이것저것 될 것 같은 걸 다 붙였다.


그럼 극을 이끌어길 캐릭터가 살아있기를 하나? 라이토 캐릭터 어디갔어. 엘 캐릭터 어디갔어. 심지어 류크 캐릭터도 죽었고. 뭐 하나 인물 특징이 살아있는게 없다. 그냥 데스노트 콘셉트만 있고, 매력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을 다 죽었다.


넷플릭스의 <데스노트>는 재미없다. 감독이 아시아에서 이 콘텐츠가 인기있었던 이유를 충분히 소화하고 만들었다는 생각은 도무지 들지 않는다. 물론 감독을 위한 변은 있다. 아시아권의 정서와 미국 문화권의 정서는 완전히 다르다. 유난히 추리물에 열린 마음을 가진 아시아권의 콘텐츠를 추리를 가장한 어드벤처 혹은 액션물에 익숙한 서양시장에서 푸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그렇지. 아시아 시장에서 잘된 이유를 그대로 유지할 게 아니라면, 과감하게 장르 교체를 마음먹었다면 제대로 해야할텐데. 실망이다. 재작년 리메이크 판 일본 드라마도 망하고, 넷플릭스 자본이 들어가도 고작 이 정도 퀄리티라니. 이쯤 되면 <데스노트>의 리메이크는 그만 둬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까, 포스터도... 실화냐?


보다보다 별 망작을 다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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