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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3일: 다시 심장이 뛴다 | KBS | 2017

by 리비 :)

'생각하고 싶을 때는 역시 교양프로가 최고지.'


언시 준비할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차피 잠은 잘 안 잤고, 대신 그 시간에 뭔가를 쓰고 봤다. 취직한 지금도 뭔가 생각해내야 할 때는 계속 본다. 책이든, 만화든, 전시든, 영화든, TV든. 어차피 기획안대로 제작할 것도 아닌데, 뭐, 막말로 내가 연출도 아닌데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며 TV를 틀었다.


교양프로그램은 사람을 반성케 한다. 나는 고작 이런 사람이구나 반성하다가, 생각을 필사적으로 하게 된다. 몇년 전  한 다큐멘타리를 보고 생긴 습관이다. 대충 사려는 내 자신이 보일 때, '니가 대충사는 오늘은 누군가 간절했던 내일이다'라고 되새기게 했던 첫 다큐멘터리였다. 이런 다큐 어디 없나 뒤적거리던 중 KBS [다큐멘터리 3일]이 기억났다.


http://www.kbs.co.kr/2tv/sisa/3days/view/preview/2558656_114141.html출처: KBS홈페이지 http://www.kbs.co.kr/2tv/sisa/3days/view/preview/2558656_114141.html

지난 16일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흉부외과의 72시간을 다뤘다. 드라마는 잘 못 보는 탓에 (매회 스토리가 이어지는게 싫다, 어차피 챙겨보지도 못하는데) 인턴/레지던트 차이도 잘 모르는 내가(인턴이나 레지던트나 둘 다 의사고 둘 다 힘들겠지) 흉부외과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리가 없다. 흉부외과는 심장과 폐를 수술하는 과라고 한다. 이 다큐멘터리에 나온 의사선생님들은 다들 집에 못 가시는 눈치다. 부모님 계시는 본가는 몇 달씩 못 가보고, 병원 앞 자취방에는 며칠씩 못 들어 간단다. 몇시간에 걸친 수술이 끝나면 환자 회복을 기다리고, 회복 끝에 희비가 갈리면 자기 자신을 추스리기도 바쁘다. 수술에 들어가면 물이라도 마시면 다행이라고 하니, 그 상황을 알만 하다.


진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당연히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가족들이 다같이 이야기했다. (물론 결론은 '성적이 안 되는데 어딜 감히!'였지만!) 어떤 직업은 직무에 충실할 때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경우도 생기는데, 의사는 직무에 욕심껏 충실해도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경우가 없을테니 일생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 것 같다는 내 말에,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프로그램에 나와 적는다. "의사는 괴물이 되면 안 되는데, 그게 가장 어렵다"는 말이다. 아버지는 이 말씀 뒤에 이렇게 설명을 덧붙이셨다. 치료행위 하나하나는 의사에게는 수많은 케이스 중 일부일 수 있지만, 환자에게는 단 하나 뿐인 자신의 몸이고 기회이며 생명이다. 그게 의사가 자신의 욕심을 앞세우다가 과한 선택을 하면 안 되는 이유라는 말씀이셨다.


그러니까 결국 선함에 대한 이야기라는 건데, 어디 그게 쉽겠나. 사람에게 죽음이라는 건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인데, 죽음을 일상적으로 보고 사는 이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마음이 무너지면 계속해서 추슬러야 할거다. 그런데 그게 수없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마음이 갑옷입은 마냥 딱딱해질 수도 있다. 죽음에 대한 무감각은 인간성의 실종이다. 죽음 앞에서 이성적이지만 환자의 공포에 공감하는 심리적 회색지대를 유지하려면 보통 멘탈로는 부족할 것 같다. 우리 모두를 위해, 신이 그대들을 보우 하기를, 마음이 허물어지기 시작할 때, 이를 막아줄 안식처가 있기를.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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